가깝고도 먼나라 일본 ‘달력’과 ‘문패’ 살펴보니

일본달력은 서양력을 그대로 따라히거 있어 음력은 찾아볼 수 없다.

[아시아엔=고선윤 백석예술대 교수, <나만의 도쿄> 등 저자] 페이스북에서 누구의 생일이라는 글을 보고 축하메시지를 보내면 “내 생일은 음력이랍니다”는 글을 받는다. 이런 일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음력과 양력을 같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말부터 양력을 사용하면서 공식행사는 대부분 양력을 사용하지만 설과 추석, 정월대보름, 초파일, 단오 같은 고유의 명절은 음력을 사용하고 있다. 각 가정에서는 제사와 생신을 음력으로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을 찾은 일본 친구 중에는 점집에 가고 싶어 하는 이가 있다. 한국의 토속 샤머니즘을 운운하면서 ‘무당’을 보고 싶어 한다. 나도 딱히 단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가의 ‘사주카페’ 같은 곳으로 데리고 가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사주’(四柱)를 모른다는 것이다. 사주란 태어난 ‘연월일시’의 네 간지로, 음력으로 셈한다.

150년전 음력 폐지, 단오나 칠석도 양력으로 지켜

일본은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문명개화를 시도했고, 1872년 태음력을 폐지했다. 이후 모든 행사를 양력에 따랐다. 새해를 시작하는 설은 물론 단오나 칠석제도 양력 5월 5일, 7월 7일이 그날이다. 그러니 자신의 음력생일을 알 리가 없다. 하물며 ‘음력’이 있다는 건 막연하게 알고 있지만 생활 속에서 쓰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많이들 의아해한다. 그래도 최근에는 양력생일을 가지고 바로 음력생일을 알 수 있으니 점 보는 데도 문제는 안 된다.

일본도 점보는 것을 좋아한다. 혈액형, 별자리, 손금, 카드 점 등이 유행하는데, 굳이 생일을 따져서 보는 건 별자리 점일 것이다. 태어난 달과 날에 해당하는 별자리를 찾고 그것의 운세를 점치는 것이다. 처녀자리, 전갈자리 같은 것으로 보는데 이 역시 양력을 갖고 점을 친다.

또 하나 다른 게 있다. 한국 학생들이 일본 친구를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보면, 몇살이냐는 질문에 살짝 당황한다. 그리고 “한국나이로는 ○살인데, 일본나이로는 ○살이다”라고 친절하게 말하고 한국의 나이 세는 방법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럴 필요 없다. 그냥 ‘만 ○살’이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들은 메이지 이후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지향하면서 더 이상 동양적 생각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한국보다 1000배 많은 일본의 성(姓)

일본은 전국에 약 30만개의 성이 있다. 우리나라가 약 300여 종, 중국이 약 4700개의 성이 있는 것에 비해 엄청난 숫자다. 학교 다닐 때 한반에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는 있어도 같은 성을 가진 친구는 없었으니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사토(佐藤), 스즈키(鈴木), 다카하시(田橋)가 일본에서 가장 많은 성이라고 하나 한반에 둘인 경우도 흔치 않았다.

1870년 메이지 정부는 근대국가를 지향하면서 평민도 성을 가지도록 허락했다. 육군성(陸軍省) 등에서 개개인을 식별해야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일본은 비로소 전국민이 성을 갖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무사나 귀족 등 소수 지배층만이 성을 가지고 있었다. 성은 특권계급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인디언은 개개인의 특징을 가지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늑대와 춤을’ ‘주먹쥐고 일어서’ ‘열마리 곰’ 같은 이름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일본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지형이나 직업을 가지고 성을 만들었다. ‘다나카’(田中)는 논 가운데 살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고, ‘와타나베’(渡辺)는 뱃사공이고, ‘기노시타’(木下)는 나무 밑에 사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재미나고 특이한 성도 많다. 최근 만난 사람 중에는 ‘가네모치’(金持, 부자)라는 성이 있어서 정말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름은 ‘가네모치’입니다만 안타깝게도 가네모치(부자)는 아닙니다”라고 해서 크게 웃었다. 친구 중에는 ‘시마’라는 성을 가진 자가 있다. ‘시마’는 섬이라는 뜻이고 대개 한자로 ‘섬 도(島)’를 쓴다. 그런데 이 친구는 ‘강중’(江中, 강 한가운데)이라고 쓰고 ‘시마’라고 읽는다. 아마도 여의도나 파리의 씨테섬과 같은 곳에 살았던 모양이다. 그러니 명함을 주고받을 때는 “○○상이시군요?”라고 상대의 이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른바 한자의 독음이 상식선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한때 위안부, 독도 등에 관한 망언으로 연일 신문지상에 이름이 오르던 일본 유신회의 대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의 성 ‘하시모토’에 관한 일화도 특이하다. 그의 성은 원래 ‘하시시타’였다. ‘다리 교’(橋, 하시)에 ‘아래 하’(下, 시타)를 ‘하시시타’라고 읽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그런데 그가 태어나자 모친은 ‘하시시타’를 ‘하시모토’로 바꾸었다. ‘하시시타=다리 밑’을 헤매고 다니는 이미지를 가진 성이라서 ‘하시모토=다리 옆’에서 신중하게 살아가기 바란다는 마음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하나의 한자에 하나의 독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아래 하’(下)는 ‘시타’ ‘시모’ ‘모토’ 등으로 읽을 수 있다. 이 중 ‘밑’이라는 뜻이 두드러지는 ‘시타’가 아니라 ‘하시노 다모토=다리 옆’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하시모토’로 바꾼 것이다. 일본 여자들은 결혼하면 대개 남편의 성을 따른다. 자신들이 원하면 부모와 다른 성으로 바꿀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하나의 가족은 하나의 성을 쓴다”는 점이다.

One comment

  1. 외국어학부 교수가 무식하다. 하시시타는 부라쿠민의 대표적인 성씨다. 그래서 그의 부모가 호적에서 이름을 일본식으로 하시모토로 바꿔준 것이다. 부라쿠민이 어떤 존재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교수나 하고 있다니. 그래서 고작 겸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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