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의 7가지 제왕학···“내려올 때 박수받아야 진짜 성공”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한비자(韓非子, ?~BC 233)는 중국 전국시대 때 사상가다. 한비자의 전제정부에 관한 이론에 깊은 감명을 받은 진나라의 시황제는 이를 통일국가 진의 정치원리로 삼았다. 그의 이름을 따라 <한비자>로 명명된 그의 저서는 난세 중의 난세였던 춘추전국시대의 치세 철학이 담긴 ‘제왕학의 교과서’로 일컬어진다.
한비자를 거울삼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 가르침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한비자의 내용을 7가지로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 있다.
첫째, 마음속 키높이 구두를 버려야 한다.
한비자는 군주가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키가 커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군주가 현명하지 않아도 현명한 자를 거느리고, 지혜롭지 않아도 지혜로운 사람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것은 군주가 가진 권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키 작은 나무도 키 큰 나무 위에서 군림할 수 있다. 권세와 지위만 갖추고 있으면 세상 사람들은 지렁이도 용처럼 받든다.
둘째, 마음속에 상아 젓가락을 버려야 한다.
어느 나라가 망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상아 젓가락 때문이라는 거였다. 젓가락 하나로 나라를 들어먹었다니 무슨 뜻일까? 은나라 주왕(紂王)이 값비싼 상아로 젓가락을 만들었다. 천하를 소유한 임금이니 그 정도 호사(好事)는 누릴 만도 하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기자(箕子)의 얼굴이 굳어졌다.
“상아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면 푸성귀 따위의 허술한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 반드시 산해진미를 찾게 될 것이요. 산해진미를 질그릇이나 옹기에 담을 수는 없으니 금 쟁반이나 옥그릇이 필요할 것이다. 금 쟁반 옥그릇을 사용하는 사람이 꾀죄죄한 옷을 입을 수는 없으니 비단옷을 입을 테고, 비단옷을 입은 사람이 누추한 집에서 살수는 없으니 고대광실 으리으리한 집을 찾게 될 것이다. 고대광실을 탐내는 왕에게 지금의 궁궐이 성에 찰리 없으니 반드시 새로운 궁궐을 짓고 싶어 할 테고 그러면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어야 하고 세금도 더 거둬야 한다.”
왕의 사치를 위해 백성을 쥐어짠 나라들이 어떤 종말을 맞았는지는 물어보나마나다. 과연 기자(箕子)의 예상대로 주왕은 타락의 길로 치닫다가 멸망했다.
셋째, 어진 것과 어리석은 것은 다르다.
정(鄭)나라에 진수와 유수라는 큰 개천이 있었다. 그런데 개천에 다리가 없어 오가는 사람들이 늘 바짓단을 걷고 맨발로 건너다녔다. 어느 날 재상인 자산(子産)이 이곳을 지나가다가 그 광경을 보고 이를 딱히 여겨 자기 수레에 사람들을 태워 강을 건너게 해주었다. 하지만 맹자(孟子)는 이에 대해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가라면 수레에 태워줄 일이 아니라 다리를 놔주어야 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비자도 “만일 왕이 온 백성이 굶주린다고 해서 손수 쌀가마니를 메고 가난한 집에 가져다준다면 이는 미담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록 사치를 한다 해도 백성을 위해 다리를 놓아줄 줄 아는 것이 진짜 정치라는 것이다.
넷째, 오직 한 목소리만 들리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왕의 눈과 귀가 가려져 있으면 한 목소리만 들리고, 왕이 거기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나라의 미래는 벼랑 끝이라 했다. 하급(下級)의 군주는 주위에서 “그렇다, 그렇다” 하면 그런 줄로만 안다. 하지만 상급(上級)의 군주는 주위에서 일제히 “그렇다, 그렇다”하면 뭔가 수상하다는 사실을 안다. 칭찬만 하는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칭찬만 들으려 하거나 칭찬하는 말만 들리는 사람도 위험하다. 비난만 하거나 비난만 들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섯째, 형벌에는 신분과 귀천의 차이가 없어야 한다.
고관대작 중에는 온갖 불법과 편법을 저질러 나라를 어지럽히는 경우가 많다. 특권층일수록 법을 무시함으로써 자신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비자는 “중대한 범죄는 늘 존귀한 대신들에 의해 저질러졌지만 법은 언제나 비천한 사람들만 처벌한다. 그래서 백성들은 더욱 절망하고 억울해한다”고 말했다.
여섯째, 눈에 보이지 않는 칼이 더 무서운 법이다.
큰일일수록 비밀이 유지되어야 성공한다. 그런데 왕의 입에서 말이 줄줄 새면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어도 대접받지 못한다. 입이 가벼우면 사람이 값싸지듯이 왕의 입이 가벼우면 나라마저 가벼워진다고 했다.
한비자는 “왕은 신하들의 행실을 보고도 보지 못한 듯, 들어도 듣지 못한 듯, 알아도 알지 못한 듯 운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주는 귀가 있어도 감추고, 입이 있어도 닫아야 한다는 뜻으로 왕이 함부로 본심을 드러내면 반드시 우환이 따른다는 경고다.
일곱째,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한비자는 영원히 강한 나라도 없고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고 말했다. 이 당연한 말이 천하의 명언이 되어 두고두고 전해진다는 것은 권력자들의 어리석음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정상에 오르는 것뿐 아니라 하산까지 무사히 마쳐야 성공한 권력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한비자의 제왕학을 실천하면 성공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근본에 힘을 써야 끝도 잘 다스려지는 것이다. 육근(六根, 眼耳鼻舌身意)의 근본은 마음이다. 마음의 본말(本末)을 알고, 마음 닦는 법을 알고, 마음 쓰는 법을 잘 아는 것이 모든 지혜 중의 근본 되는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