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울산 반구대 암각화②] 고고학적 가치 불구 오랜 방치로 훼손 위기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의대 교수, <뉴패러다임 과학과 의학> <생명의 물 기적의 물> <머리에서 가슴으로> 등 저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노르웨이 알타 암각화에는 여러 형태의 고래와 고래잡이 배를 타고 있는 사람 그림이 새겨져 있다. 세계 학계는 이 암각화를 6천년 전 청동기시대 바이킹 이전에 살았던 사미족이 새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류의 포경역사는 노르웨이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영국 BBC 인터넷판이 “인류 최초의 포경은 한반도에서 시작됐고, 그 증거는 반구대 암각화”라고 보도해 기존 학설을 뒤엎었다.

세계포경사를 연구하는 세계적 석학인 프랑스 파리국립자연사박물관 호비노 교수도 최근 발간한 저서 <포경의 역사> 첫 장에 반구대 암각화를 게재하고 “세계 포경역사의 시발점을 말해주는 것은 반구대 암각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반구대 암각화는 고래 종류가 다양하고 돌고래가 아닌 큰 종의 고래를 표현한 데다 고래사냥 모습이 새겨진 그림으론 세계에서 가장 오래 돼 큰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김장근 소장은 “반구대 그림에는 놀랍게도 18세기 스웨덴 생물분류학의 창시자 린네가 창시한 고래분류의 단서가 모두 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구대 암각화는 전 세계 선사시대 암각화 중 가장 많은 고래를 정교하게 표현하고, 고래의 여러 외부 형태나 생태환경 등이 현대과학 수준에 걸맞을 정도로 잘 그려져 세계 어느 암각화와 비교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문화재청도 “반구대 암각화는 동물과 사냥장면을 생명력 있게 묘사하고 사물의 특징을 실감나게 그린 사냥·종교미술품이자 선사시대 인류의 생활풍습을 살필 수 있는 최고 걸작품”이라고 자랑한다.(2008년 부산일보 인용)

반구대 암각화의 가장 큰 특성은 46점에 달하는 고래 그림과 20여점에 달하는 호랑이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래그림은 세계 어느 암각화에서 볼 수 없는 정교함이 담겨있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고래그림은 작살 맞은 고래의 모습도 보이고, 새끼없는 귀신고래의 특성도 그대로 보인다.

고래그림 외에 반구대 암각화에는 20여점의 호랑이 그림이 담겨있다. 이것은 북아시아 어느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한국문화의 특성이다. 대부분 암각화는 먹이로 사용할 수 있는 동물들을 그린다. 먹이로 사용할 수 없는 호랑이 그림들은 호랑이에 대한 경외심과 친근감을 갖는 한국문화의 독특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반구대 암각화에 표현된 호랑이 모습들

그런데 암각화 자체의 미술성도 세계적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바위에 새겨진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예사 그림이 아니라는 것은 서북러시아 해안에 새긴 바위그림이나 몽골 알타이 지방의 암각화를 접해 본 사람은 알 수 있다.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찬사는 그칠 줄 모른다. 더구나 반구대 암각화의 형상이나 선묘를 한번이라도 그려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더더욱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조형미는 시대를 초월해서 가장 앞서 있다. 바위에 새겨 넣은 여유로운 공간의 배치나 여백의 아름다움을 살려낸 절대미와 오묘하게 선묘된 음양각의 처리는 찬사와 예찬을 능가하는 초월적인 힘과 여유마저 느껴진다.

나는 부끄럽게도 최근까지 우리나라에 반구대 암각화와 같은 유적이 있는 것을 몰랐다. 끊임없이 반구대암각화 보존 운동을 하고 계시는 고려대학 고고미술사학과 변영섭 교수님께서 저에게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 태화강 상류 대곡천에서 1971년 동국대의 문명대 교수가 이끄는 탐사팀에 발견된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일 년에 반 이상을 물속에 갇혀 있다가 갈수기에만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울산의 사연댐에 의해서 일 년의 대부분 수장되기 때문이다. 갈수기에 모습을 드러내지만 진흙이 엉겨 붙어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2주 정도에 걸쳐서 사람들이 그 묻어있는 진흙들을 다 떼어내면 그 때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 암각화는 1년의 대부분의 시간(9개월)을 물속에 잠기게 되면서, 물이 차고 빠지고 가 반복되면서 매년 급속히 훼손되고 있다.

수장되어 있는 암각화의 모습. 비가 내려도 반구대는 젖지 않는 천혜의 구조임을 보여줍니다.

다음은 2008년 부산일보의 보도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선사시대 유물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가 매년 7~8개월을 물에 잠겨 침수와 노출을 반복하며 울산시와 문화재청의 보존방안을 둘러싼 지리한 공방 속에 훼손이 심화되고,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중략)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 대곡천 하류 사연댐 건설 이후 33년간 반복적인 침수 때문에 훼손되고 있다. 암각화의 고래, 상어, 호랑이 등의 그림 상당 부분 표면이 떨어져나가는 등 훼손이 심각한 실정이다. 암각화가 발견된 1971년 직후부터 올해까지 매년 암각화 사진을 찍어온 수묵화가 김호석 교수는 최근 ‘1972년과 2008년 촬영한 암각화 사진을 비교해 120곳이 넘는 훼손부분을 찾아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김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암각화 오른쪽 끝 호랑이 그림은 머리 전체가 사라졌으며 암각화 왼쪽 끝에서 고래 3마리와 함께 유영하는 상어는 지느러미를 비롯, 중간 부분이 잘려나간 상태다. 왼쪽 상단과 중앙 하단의 고래들도 몸통과 지느러미 일부가 훼손됐고, 중앙 상단 고래와 노루 그림은 바로 위 표면이 크게 떨어져나가면서 함께 탈락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바위그림 부분 중 하단부가 1970년대 이후 집중적으로 훼손이 진행돼 바위그림을 지탱하는 왼쪽 암석은 절리현상이 심각, 이 부분이 붕괴될 경우 자칫 바위그림까지 무너질 위험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훼손되어가는 암각화. 표시된 부분의 암석 부분이 아예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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