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탄소세 폐지… 논란 가열
호주 정부가 ‘2전 3기’ 끝에 전 정권에서 도입한 탄소세를 폐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타당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17일 시드니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호주 상원은 이날 정부가 제출한 탄소세 폐지안을 찬성 39표 반대 32표로 가결했다.
토니 애벗 총리의 핵심 총선 공약이던 탄소세 폐지안은 야당이 과반인 상원에서 2번이나 부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상원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소수 야당의 요구를 수정안에 대폭 반영하면서 결국 상원의 벽을 넘는 데 성공했다.
전임 노동당 정권이 줄리아 길라드 전 총리 시절인 2012년 7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탄소세는 호주 500대 탄소 배출 대기업에 t당 일정액의 세금을 내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탄소세 신설로 부담이 늘어난 대기업들이 세금 증가분을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호주 국민의 생활비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았고 자유·국민당 보수 정부가 폐지를 추진한 배경이 됐다.
정부 여당은 상원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파머연합당과의 물밑 협상을 통해 탄소세 폐지에 따른 세금 절감액을 전액 소비자에게 되돌려주기로 하는 내용을 수정안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호주 국민은 탄소세 신설 이후 추가로 내야 했던 전기·가스 요금 인상분을 상당 부분 돌려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대다수 유권자들이 생활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세 폐지를 반기지만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호주 정부의 행보는 적잖은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애벗 총리가 지난달 중순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2030년까지 발전소 탄소 배출을 30%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묘한 갈등 양상을 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애벗 총리는 미국 방문을 앞두고 한 기자회견에서 “기후 변화가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세계가 직면한 유일하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기후 변화 대응보다는 경제성장이 우선이라는 견해를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은 오는 11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로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주최국인 호주는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크리스틴 밀른 녹색당 대표는 “탄소세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며 “탄소세 폐지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조치이며 애벗 총리는 호주를 과거에 가둬두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빌 쇼튼 노동당 대표도 “애벗 총리는 탄소세 폐지를 통해 호주를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로 만들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