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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류: 시가 있는 풍경] 다시, 저문 강에

    당신은 눈부신 아침을 보고 나는 노을 진 저녁을 본다. 당신은 지난날들을 보고 나는 남은 날들을 본다. 당신은 입가의 미소를 보고 나는 젖은 가슴을 본다. 당신은 처음인 양 보고 나는 마지막이듯 본다. 저문 강가에 기대어 흐르는 산을 본다. 당신의 깊은 눈을 본다. 당신 속의 나를 본다. 흐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어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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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11월’ 오세영(1942~ )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제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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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류:시가 있는 풍경] ‘깊은 가을’ 이병철

    그대는 떠나고 나는 머문다. 한 대의 향을 피우고 그대를 생각한다. 창밖으로 가을이 저물고 있다. 세상을 향해 길 위에 나선 그대 오늘 저녁 머물 곳은 어디인가. 나의 몸은 집에 매여 있고 그대의 몸은 길 위에 있다. 존재를 위해 지은 집에서 내 존재는 소유 당하고 붙잡는 길 위에서 그대는 새롭게 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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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괜찮아’ 한강

    ​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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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류: 시가 있는 풍경] ‘칼에 베인’ 이병철

    칼이 놓여 있다 칼은 고요히 있고 내 마음엔 작은 전율이 있다 가만히 놓인 칼에 움직이는 내 마음이 베였다 벤 적이 없는 저 칼날에 베인 이 마음은 무엇인가 칼은 이미 없는데 베인 상처는 선연하다 누가 이 마음을 베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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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낙엽의 손을 잡고 떠나갔단다’ 최명숙

    비가 오더니 낙엽이 지고 낙엽의 손을 잡고 망설이던 사람들이 떠나갔단다 아직은 그 자리에 있어야 될 사람들인데 여기 섰든 저기 섰든 사람 사는 정을 가졌던 사람들 몸 안팎으로 아픈 이 계절에 낙엽을 따라 싸한 슬픔을 내려놓고 저만치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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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중앙주사실’ 김창수

    울지 마라 아이야 울지 마라 아가야 소아암 치료 받느라 그 여린 손과 팔에 주사바늘 꼽힐 때 자지러지는 너의 비명소리 선 자리에서 눈물 저절로 나오고 두 손 모아 기도가 절규로 나올 때 주여, 저를 데려 가시고 저 아이는 살려주세요 두 눈에 맺힌 눈물 끝이 없구나 주사실의 모든 환우들도 한 마음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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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이제야 가을입니다’ 임영숙

    상큼하게 높아진 파아란 하늘 뭉게구름 길가에 어우러진 풀잎 위에 허락도 없이 새벽 몰래, 작은 방울방울 내려앉은 이슬 이제야 가을인 듯합니다. 동이 틀 무렵, 겨우 눈을 붙이고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그 무더위 소식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창문을 여닫는 차가운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다시는 가을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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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일동의 렌즈판소리] 노벨문학상 한강에 바치는 꽃다발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나라를 되찾은 것처럼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우리 산하에 핀 꽃 한아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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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저녁의 소묘’ 한강

    어떤 저녁은 피투성이 (어떤 새벽이 그런 것처럼) 가끔은 우리 눈이 흑백 렌즈였으면 흑과 백 그 사이 수없는 음영을 따라 어둠이 주섬주섬 얇은 남루들을 껴입고 외등을 피해 걸어오는 사람의 평화도, 오랜 지옥도 비슷하게 희끗한 표정으로 읽히도록 외등은 희고 외등 갓의 바깥은 침묵하며 잿빛이도록 그의 눈을 적신 것은 조용히, 검게 흘러내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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