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최명숙의 시와 음악] 아버지와 어머니

    작은 가방을 들고 자하철 계단을 올라가는 노신사를 보며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막내가 첫 월급을 타서 사드린 가방에 문고판 책 한 권과 디카를 넣고 다니는 아버지는 당신의 세상을 찍어 저장했다 인터넷 속 위성지도로 태어난 고향집 근처를 찾아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날마다 아버지의 새로운 세상처럼 말씀하셨다 친구 문병 갔던 병원의 암병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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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시와 음악] ‘황숙黃熟’ 홍사성

    가을이 물든 들판에 나갔더니 누렇게 익은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뻣뻣한 것들도 더러 보였는데 거의가 쭉정이거나 덜 익은 것들이었습니다 나는 어떤지 잠시 돌아봤더니 아직은 좀더 고개를 숙여야 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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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 음악] ‘어떻게 피면 들국처럼 고요할 수 있을까’ 이기철

    혼자 있는 날은 적막의 페이지를 센다 페이지마다 햇볕에 말린 참깨 알 소리가 난다 여기 수천 번 다녀간 가을이 갈대 화환을 들고 또 고요의 가슴을 딛고 와 커튼을 젖힐 때 새 떼는 우짖고 들국은 까닭 모르고 희어진다 심근경색인 바람이 혼자 불고 냇물은 살을 여미며 흘러간다 조금쯤은 괴로울 줄도 알아야 살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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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시와 노래] ‘그 한 사람’ 박노해

    가을 나무 사이를 걸으며 먼 길 달려온 바람의 말을 듣는다 정말로 불행한 인생은 이것이라고 좋고 나쁜 인생길에서 내내 나를 지켜봐 주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게 귀 기울이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나 길을 잘못 들어서 쓰러질 때에도 한결같이 나를 믿어주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가 고난과 시련을 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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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아이들은 놀라워라’ 박노해 사진전 그리고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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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시와 음악] ‘가을 어록’ 이기철

    백 리 밖의 원경이 걸어와 근경이 되는 가을은 색깔을 사랑해야 할 때이다 이 풍경을 기록하느라 바람은 서사를 짜고 사람은 그 서사를 무문자로 읽는다 열매들은 햇살이 남긴 지상의 기록이다 작은 씨앗 하나에 든 가을 문장을 읽다가 일생을 보낸 사람도 있다 낙과들도 한 번은 지상을 물들였기에 과일을 따는 손들은 가을의 체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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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 음악] ‘시월’ 피천득

    친구 만나고 울 밖에 나오니 가을이 맑다 코스모스 노란 포플러는 파란 하늘에 -피천득(1910~2007) 시집, ‘생명’, 샘터,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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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시와 음악] ‘어른스런 입맞춤’ 정한아

    내가 그리웠다더니 지난 사랑 이야기를 잘도 해대는구나  앵두 같은 총알 같은 앵두로 만든 총알 같은 너의 입술  십 년 만에 만난 찻집에서 내 뒤통수는 체리 젤리 모양으로 날아가버리네  이마에 작은 총알구멍을 달고 날아간 뒤통수를 긁으며 우리는 예의 바른 어른이 되었나 유행하는 모양으로 찢고 씹고 깨무는 어여쁜 입술을 가졌나  놀라워라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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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시와 음악] ‘비틀즈’ 체 게바라

    마치 망명하러 온 사람처럼 나는 프라하의 한 아파트에 은신해 내가 가장 좋아 하는 마태차를 마시며 휴대용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비틀즈의 노래를 듣는다 저 음표 어딘가에 세계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숨어 있으리라 Yesterday… 그란마를 타고 쿠바를 상륙한 날 산타클라라를 점령한 날 그리고 아바나에 입성한 날… 모두 주마등처럼 스친다 -체 게바라(1928~1967) 시집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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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시와 음악] ‘환절기’ 박준

    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이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 바퀴나 돌다보면 살 만해지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관이나 황도를 백도라고 말하는 당신의 착각도 조금 누그러들었다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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