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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성탄전야의 산책을 기억하다’ 장재선
초겨울이 엷게 흐르는 거리 한 잔 낮술을 걸친 양 사내들마다 걸음이 넉넉하고 처녀아이들의 웃음이 음반 가게의 성탄 추리처럼 반짝이었던 저녁 봉제 공장 담을 넘어 온 불빛이 교회당 성가 소리와 어울리고, 고시촌 아래 마을 저녁 길을 혼자 걷는 젊음의 허기를 어루만졌던 저녁 문득 고개를 들면, 천구백팔십년대의 하늘에 일찍 죽은 그대의 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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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팔순에 낸 12번째 수필집 ‘봄꽃보다 잘 물든 단풍’을 내보니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어떻게 사는 것이 아름다운 인생일까? 아마 뭐니 뭐니 해도 연꽃처럼 사는 것이 가장 고결(高潔)한 삶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사는 것을 염원하여 필자가 처음 펴낸 책이 <진흙 속에 피는 꽃>이었다. 연꽃에는 10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이 열 가지 의미의 연꽃을 닮아가는 사람을 연꽃처럼 아름답게 사는 사람이라고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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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동지’ 홍사성 “노루꼬리 같은 겨울 해 꼴깍 떨어졌다”
노루꼬리 같은 겨울 해 꼴깍 떨어졌다 그믐달보다 새파란 추위 뼛속까지 깊다 새벽닭 울 때까지는 팥죽사랑 끓이기 좋은 밤 문풍지 우는 소리에 잠깨 군불 다시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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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빈들’ 이정하 “유독 많은 눈이 이 들판을 덮어도”
아버지는 맨손으로 돌아오는 때가 없었다 유독 많은 눈이 이 들판을 덮어도 아버진 눈 속을 헤쳐 땅에 박혀 있는 농약병, 땔나무 하다못해 지푸라기 하나라도 주워들고 오셨다. 그렇게 알뜰히 가난을 모으고 모아 자식들한테는 물려주지 말아야지 너희들 앞길만은 반듯하게 닦아놓아야지, 하시더니 그 길로 어머니 꽃상여 보내신다. 시신이야 썩지 않아 다행이지만 꽁꽁 언 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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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아줌마’ 김나영 “수다로 그녀의 하루가 시작된다”
어디선가 들었던 저 말투, 찜질방에서던가, 반상회에서던가 특별한 것 없는 게 특징인, 입만 열면 그 밥에 그 반찬인 수다로 그녀의 하루가 시작된다. 103호가 그렇고 옆집 새댁도 그렇고 새침데기 영숙이도 그렇고 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이 자식과 남편과 시누이가 이야기의 주어이자 주제이다. 심각하게 들어주는 것 같다 싶으면 어머, 정말! 하고 응수라도 하면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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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겨울나무’ 이재무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나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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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오래된 친구’?강경호 “내 맘에 맞는 키와 생각의 색깔이 같던 고향 친구”
내 맘에 맞는 키와 생각의 색깔이 같던 고향 친구 학교를 졸업하고 30년만에 만났지만 육군 말뚝 상사로 붙박히도록 새초롬히 숫기 없는 얼굴이 거울 속의 나다 그와 하룻밤 회포를 풀고 사나흘이 지나 바지가 바뀐 것을 알았는데 그는 아직도 옷이 뒤바뀐 줄 모른다 며칠씩 입어도 내 몸 같은 사람 아무리 오래 떨어져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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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쇼를 아는 사나이-산악인·휴먼재단 이사 엄홍길’ 장재선
정복이라고 하지 마라. 운이 좋아서, 산이 허락해서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그대는, 인생이 길 위에 있는 쇼라는 걸 아는 사나이. 산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8,500미터 추위에 갇힌 후배를 떠올리며 눈물 짓다가 기어이 데리러 간 그대는, 인생이 사람과 함께 하는 쇼라는 걸 아는 사나이. 네팔의 외진 곳에 학교를 짓고 아픈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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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겨울 들판을 걸으며’ 허형만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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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용서’ 강경호 “그가 죽었다 오랫동안 미워했지만 망설이다 조문을 갔다”
그가 죽었다 오랫동안 미워했지만 망설이다 조문을 갔다 향불을 피우고 절을 하면서 죽었으므로 용서하기로 하였다 죽도록 미운 사람이 죽어서야 용서하는 나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슬펐다 이런 나를 용서않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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