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옆홀서 날아온 골프공에 ‘안구 파열’…노캐디 골프장 안전·보상 사각지대

사고가 발생한 춘천 스프링베일 골프장 코스 안내도. 2번 홀 페어웨이와 벙커, 주변 수목과 카트도로의 배치가 표시돼 있다.

춘천 스프링베일 골프장서 인접 홀 타구에 눈 중상…시력·홍채기능 장애 및 트라우마 호소
보험사, 카트 운전 사실 증명 요구…홀 사이 안전시설·사고기록 관리체계 도마에

평온한 여름날의 골프장이었다. 비도 바람도 없는 온화한 날씨 속에 중학교 동창 및 지인 등 4명이 오랜만에 만나 라운딩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단 몇 초 만에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인접 홀에서 날아온 골프공이 카트 운전을 하던 골퍼의 오른쪽 눈을 정면으로 가격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는 지난 8월 19일 오후 1시경, 강원도 춘천시 소재 스프링베일 골프장에서 발생했다. 피해자 이아무개(69·토목설계회사 전문직)씨에 따르면 당시 그는 캐디 없이 동반자들과 경기를 진행하던 중 8번 홀(파5)에서 카트를 운전 중이었다.

이씨는 “위쪽 2번 홀(파4)에서 친 공이 슬라이스가 나면서 아래쪽에 위치한 8번 홀로 날아왔다”며 “카트 운전을 하던 중 공이 날아와 오른쪽 눈을 강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당시 카트 전면에는 앞유리가 있었으나, 아래로 내려간 개방 상태였다. 이씨는 “앞유리는 처음부터 열려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인접 홀에서 발생한 타구가 카트 운전석 탑승자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구조적 노출 상태였던 셈이다.

오른쪽 눈 심각한 출혈… 수술 후에도 후유장해 호소

사고 직후 이씨는 골프장 측에 상황을 알리고 119구급차를 통해 춘천의 한림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러나 응급 조치가 여의치 않아 서울 천호동의 공안과병원으로 긴급 이동했다. 눈 내부에 피가 가득 차 상태 확인조차 어려웠던 이씨는 며칠 동안 앉은 자세로 밤을 지새우며 출혈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씨는 일주일 후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공막고정술 등 수술을 받았다. 사고 직후 전무했던 오른쪽 눈의 시력은 수술을 통해 일부 회복됐으나, 여전히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씨는 “현재 오른쪽 눈 교정시력이 0.5 수준에 불과하고, 빛의 양을 조절하는 홍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상시 열려 있는 상태”라며 “낮 시간대에는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으면 온 세상이 눈 덮인 설경처럼 하얗게 보여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향후 추가 진료 및 재수술을 앞두고 있으나, 기능 회복 여부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캐디 골프장의 맹점… “사고 당시 카트 운전자, 피해자가 증명하라?”

치료와 회복에 전념해야 할 피해자 앞에 또 다른 난관이 닥쳤다. 사고 경위에 대한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스스로 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씨는 우선 본인의 실손의료보험으로 치료비를 부담한 뒤, 가입되어 있던 운전자보험의 ‘골프카트 사고 보장 특약’을 확인하고 보험금 청구를 문의했다. 그러나 보험사 측은 이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다.

문제는 해당 골프장이 경기 보조원(캐디)이 없는 ‘노캐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노캐디 라운딩에서는 이용객들이 번갈아 카트를 운전하는 경우가 많아 홀마다 운전자가 달라질 수 있다. 골프장 측은 “캐디가 없이 운영하므로 카트 사고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객관적 기록 보존 체계와 골프장 안전관리 책임 규명 과제

이번 사고는 단순한 개인 간의 타구 사고를 넘어, 최근 급증한 노캐디 골프장의 안전관리 체계와 기록 보존 실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현재 해당 골프장은 GPS 장착 단말기를 통해 카트 운행과 경기 진행 상황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고 현장을 직접 촬영한 CCTV의 존재 여부, 카트 운행 데이터의 보존 기간 등 객관적 사실관계를 규명할 핵심 자료의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법률적으로는 타구를 날린 이용객의 주의의무 위반(인접 홀 이용객 인식 및 경고 여부)과 함께, 홀 간 안전거리 확보·방망(방호망) 설치·카트 동선 관리 등 골프장 운영자의 안전배려의무 이행 여부가 핵심 책임 주체 판단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노캐디 골프장의 확산으로 이용객 스스로 카트를 운전하고 경기를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에 비례한 안전 규정과 사고 후 입증·보상 체계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라며 “골프장의 구조적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사고 발생 시 객관적인 경위 확인이 가능하도록 운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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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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