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휠체어도 춤을 춘다”…장애인 무용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 10월 24일 용산 무대에

장문원 지난 공연 장면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용산아트홀 가람극장서 공연…이철용 초대 이사장 “기적과 사랑, 희망의 무대로 초대합니다”

공연이 끝나자 무대 위 사람들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윤덕경 이사장과 우화숙 이사, 박주영·반호정 등 출연자들이 한데 뒤엉켜 울었다. 객석에서 받은 박수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무대에 서기까지 견뎌온 숱한 시간들이 한꺼번에 밀려왔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춤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동작 하나를 익히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연습하다 지치고, 꾸중을 듣고, 짜증을 내다가 울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웃으며 연습을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열 번. 그렇게 반복한 몸짓들이 하나씩 춤이 됐다.

마침내 무대에 오른 장애인 무용수들은 자신들의 세상을 만난 듯 신나게 무대를 누볐다.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는 무용수에게 휠체어는 더 이상 이동을 위한 보조기구에만 머물지 않았다. 몸의 움직임을 넓히고 춤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표현 수단이었다.

공연을 마친 뒤 윤덕경 이사장은 혼자 구석에 앉아 눈물을 훔쳤다. 오랜 훈련을 견딘 제자들이 대견했고, 그들이 겪었을 고단함을 생각하니 마음이 저렸다. 기쁨과 안쓰러움, 자랑스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 장면을 전한 사람은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초대 이사장 이철용씨다. 그는 그날의 눈물을 ‘좋은 설움’이라고 표현했다.

“오랜 시간 연습하고, 호통치고, 짜증내고, 울다가 웃다가, 지친 몸을 겨우 일으켜 다시 연습했습니다. 그 힘든 기억과 지루했던 시간들이 한꺼번에 밀물처럼 밀려왔습니다. 기쁜 눈물이고, 힘든 기쁨이고, 슬픈 대견함이었습니다.”

이철용 초대 이사장이 이러한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관객들을 초대한다.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이하 장문원)이 오는 10월 24일 토요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청 내 용산아트홀 가람극장에서 공연을 연다.

이 초대 이사장은 이번 공연을 소개하며 네 가지 이름을 붙였다.

“기적의 무대, 사랑의 무대, 더불어 무대, 희망의 무대.”

어느 해 공연 휘 축하객들이 한 자리에서 사진 촬영했다. 이철용 소리꾼(가운데 모자 쓴 이)와 윤덕경 장문연 이사장(오른쪽)

이철용 초대 이사장이 특별히 강조하는 인물은 현재 장문원 이사장인 윤덕경 교수다. 윤 이사장은 전문 무용수들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춤의 세계를 장애인들에게 넓혀온 무용가다.

춤은 반드시 두 다리로 서서 추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자신의 몸과 움직임으로 춤을 표현할 수 있음을 무대에서 보여줬다.

윤덕경 교수는 1990년대부터 장애를 주제로 한 무용작품을 발표하고 지체·청각·발달장애인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어왔다. 1994년 김지하의 작품을 무용으로 만든 공연을 계기로 이철용 초대 이사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무용 공연을 통해 예술의 영역을 넓혀왔다.

장문원은 1996년 설립 허가를 받은 장애인 문화예술단체다. 장애인의 예술 향유에 그치지 않고 창작과 공연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확대하는 데 힘써왔다. 장애예술인 발굴과 육성, 무용교육,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협업 공연 등을 이어왔다.

장문원 소속 비욘드무용단 역시 이러한 활동의 결실이다.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된 비욘드무용단은 꾸준한 연습과 공연을 통해 자신들만의 춤을 발전시켜 왔다. 2024년에는 용산아트홀 가람극장에서 세 번째 정기공연을 열었으며,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열린 행사에도 초청돼 한국 춤을 선보였다.

무대에 서는 사람들에게 춤은 단순히 정해진 동작을 따라 하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몸으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관객과 소통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이철용 초대 이사장은 윤덕경 이사장이 장애인 무용의 영역을 넓힌 일을 두고 “장애인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갔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에는 장애인도 춤을 출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장애인 무용수가 무대의 당당한 주인공이 되는 세상을 향한 바람이 담겨 있다.

공연이 끝난 뒤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던 사람들의 모습은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 눈물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을 해냈다는 기쁨이었고, 수없이 반복한 연습에 대한 보상이었으며, 함께 견딘 사람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인사였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이철용 초대 이사장은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손을 내민다. “감동의 무대, 눈물의 무대. 오십시오. 모시고 싶습니다.”

10월 24일 오후 5시, 용산아트홀 가람극장. 그곳에서 장애인 무용수들은 다시 한번 자신들의 몸과 마음으로 이야기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무대 위에서 중요한 것은 장애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관객과 어떤 감동을 나누느냐다.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어떤 춤으로 피어날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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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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