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새벽 6시 첫 지하철 타고 올림픽공원으로…시각장애인 이종익(75) 부녀의 ‘신념과 실천’

9일 아침 8시,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이종익(75)씨와 태극기를 흔드는 딸(51)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시각장애인 이종익씨(1951년생)와 그의 딸(1975년생)을 만났다. 이씨의 하루는 새벽 3시에 시작된다. 두 시간 동안 기도하고 말씀을 들은 뒤, 딸과 함께 노량진에서 오전 5시 40분 첫차를 타고 공원으로 온다.

지난 6월 8일부터 일요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이곳을 찾았다. 오전 6시30분 도착해 10시 30분까지 머문다. 이씨는 그 시간을 넘기면 몸이 힘들다고 했다. 일요일은 이곳에 오는 대신 영락교회 예배에 참석한다고 했다.

이씨는 세 살 때 홍역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었다고 한다. 공원에 오갈 때는 딸이 함께한다. 이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딸은 가족사를 묻는 대화 중에도 자신들이 이곳에 나오는 이유에 집중해 관심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은 민주주의와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신념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원에서 3-4 차례 마주친 부녀와 얘기를 나누던 중 할아버지의 이름이 나왔다. ‘이호영’이라 했다. 이종익씨는 자신을 독립운동가 집안의 후손으로 알고 살아왔다고 했다.

“아버지한테 항상 들어온 거니까.” 그에게 가족사는 아버지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이자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할아버지는 경기도 이천 부발에서 농사를 지었으며, 자신도 함께 지냈다고 말했다. 일곱 살 무렵 서울로 올라왔지만 할아버지와 살던 기억은 남아 있었다. 할아버지는 1970년대 초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기억했다. 아버지는 1919년생으로 목수 일을 했으며 1992년 별세했다고 했다.

이회영 가문의 역사를 취재하고 있는 박종인 기자는 이씨의 할아버지에 대해 동명이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석영·이회영 형제의 친동생인 이호영과, 이석영이 양자로 들어간 이유원 가문 쪽의 이호영이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계보는 가족관계 기록과 족보 등을 대조하면 확인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더 주목할 것은 70대 중반의 시각장애인 이종익씨가 광장에 나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참여하는 모습이다. 그 의미는 집안의 이름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으로 새벽마다 길을 나서는 그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시민이자, 나라 잃은 시대를 살아낸 할아버지의 삶을 이어가는 후손이다.

그 신념은 반복되는 일상에 담겨 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딸과 첫차를 타고, 공원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생활이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두 사람은 그 시간을 함께 내고 있다.

딸은 아버지의 곁을 지키면서 자신의 생각도 적극적으로 말했다. 가족의 내력보다 선거의 공정성과 시민의 권리에 집중해달라는 것이 그의 요청이었다. 이들이 왜 문제를 제기하고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는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한글날 아침식사를 앞에 두고 딸과 기도를 하고 있는 이종익씨. “주님, 귀한 먹을 양식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기뻐 받고 기뻐 나누게 하시고 이곳에 오는 이마저 건강과 안전으로 지켜주시옵소서. 음식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아버지와 함께 다니는 딸을 두고 주변에서는 “효녀 딸”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딸에 대해 “속 썩여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딸은 태극기를 들고 있는 일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어릴 때부터 힘이 셌다며 괜찮다고 답했다.

부녀의 곁에는 이들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올림픽공원 봉사자들과 현장 사람들은 음식과 음료를 나누고, 차가운 바닥에 앉을 깔개를 챙긴다. 삶은 밤과 따뜻한 커피를 건네며 안부를 묻는 손길이 이어졌다. 이씨는 감사의 말을 전하고 상대의 건강을 빌었다.

영락교회에 다닌다는 이씨는 요즘 인터넷으로도 예배에 참여한다고 했다. 곁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이곳에 나온 이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1951년생 아버지와 1975년생 딸은 그렇게 함께 새벽길을 나선다. 아버지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딸은 곁에서 태극기를 흔든다. 민주주의에 대한 두 사람의 신념은 매일 이어지는 참여 속에 담겨 있다.

10일 오전 딸을 멀치감치 바라보고 있는 이종익씨. 뒷쪽 60-70대 여성들은 번갈아 이씨에게 다가와 음료수와 간식을 전하며 안부를 묻곤 한다. <사진 조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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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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