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권 칼럼] 굴욕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영광…그리스도 안에서 찾은 존엄

사람이 가장 아픈 순간은 자신의 존재가 짓밟혔다고 느낄 때다. 누군가의 차가운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지고, 굴욕의 기억은 깊은 상처가 되어 밤마다 두려움으로 되살아난다. 사람에게 인정받으려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버림받지 않으려다 진실마저 숨기며 살아가기도 한다.
두려움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빼앗고, 굴욕감은 이미 지나간 어제를 오늘의 감옥으로 만든다. 상처를 준 사람의 말은 끝났는데, 그 말은 마음속에서 반복된다. 어느새 타인의 평가가 자신을 바라보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십자가를 바라보라. 십자가는 인간의 굴욕과 수치 한가운데서 하나님의 사랑이 드러난 자리다. 사람들은 예수께 침을 뱉고 가시관을 씌우고 옷을 벗겨 십자가에 매달았다. 세상은 그것을 패배라 불렀으나, 하나님은 그 자리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승리를 이루셨다.
그리스도는 굴욕을 모르시는 분이 아니다. 굴욕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오셔서 우리의 수치를 담당하신 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처와 두려움을 숨긴 채 그분 앞에 설 필요가 없다. 말하지 못했던 아픔까지 그리스도께 가져갈 수 있다.
창세기 3장 15절에 약속된 여자의 후손으로 오신 그리스도는 십자가와 부활로 사탄이 심어놓은 정죄와 두려움, 죄와 죽음의 권세를 깨뜨리셨다. 그리스도 안에서 나의 존재를 다시 바라보는 출발점이 여기에 있다.
이제 나는 사람의 평가로 나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 과거의 상처가 나의 이름이 아니며, 실패가 나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한다. 나는 굴욕의 포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살아가는 하나님의 자녀다.
두려움아, 나를 지배하지 말라. 수치심아, 내 영혼을 가두지 말라. 사람의 말아, 내 영원한 가치를 결정하지 말라. 나의 가치는 나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있다.
오늘도 상처는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상처가 나의 왕은 아니다. 눈물이 흐를 수 있다. 그러나 눈물이 나의 마지막은 아니다. 성령께서 내 안에 계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나와 함께하신다.
굴욕이 깊었던 자리에서 존엄이 회복되고, 두려움이 머물던 자리에서 믿음이 일어난다. 나는 더 이상 사람 앞에서 나를 증명하려고 살지 않는다. 하나님 앞에서 이미 사랑받는 생명으로 살아간다.
십자가는 나의 해방이요, 부활은 나의 새로운 시작이며, 그리스도는 나의 영원한 승리다. 두려움이 찾아올 때마다 이 믿음의 자리로 돌아간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디모데후서 1:7)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다. 이것이 두려움을 넘어서는 믿음이며, 굴욕을 넘어 영광으로 가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