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평창 허브나라 단풍길로…이두이 대표의 “한번 오셔요”

“서늘한 바람결에 무덥던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평창 허브나라농원 이두이 대표에게서 가을 인사가 왔다. 한동안 몸이 불편해 반가운 이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염려해준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짧은 글을 읽으며 반가웠다.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도,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도.
그는 글 끝에 ‘허브나라 안사람’이라고 적었다. 허브나라를 남편 이호순 원장과 함께 일구어온 이두이 대표다. 서울대에서 농학을 공부한 그는 1993년 문을 연 농원에서 오랜 세월 꽃과 허브를 돌봐왔다. 밤에는 책으로 배우고 새벽이면 밭으로 나가던 시간이 오늘의 허브나라를 만들었다.
이번 인사에는 초대가 담겼다. 10월 중순이면 허브나라가 아름다운 단풍철에 접어든다며, 한번 찾아와 자연과 좋은 만남을 얻고 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 해가 가기 전에 울긋불긋한 가을에 젖어들어 보라는 권유다. 꽃과 나무를 오래 가꾼 사람이 전하는 말이라 마음에 더 오래 남는다.
허브나라는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봉평면 흥정계곡에 자리 잡고 있다. 봉평에서 계곡으로 들어가 정원을 만나는 길이다. 메밀의 고장으로 익숙한 봉평에 허브와 꽃을 가꾸는 농원이 함께 있다는 것은 이곳 여행의 즐거움이다. 들판을 보고, 마을을 걷고, 계곡으로 들어가는 하루를 마련할 수 있다.
이번 10월에는 허브나라에 조금 넉넉히 시간을 내면 좋겠다. 정원을 서둘러 한 바퀴 돌고 다음 목적지로 떠나는 대신, 마음에 드는 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춰보자. 함께 간 사람과 나란히 걷다가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겠다. 사진 몇 장보다 오래 남는 것은 그런 시간일지 모른다.
이두이 대표가 전한 10월 중순은 가을 여행을 계획할 때 참고할 만하다. 다만 단풍은 해마다 기온과 비바람에 따라 달라진다. 날짜 하나를 절정으로 못 박기보다, 출발 전 농원에 물어보면 좋겠다. 지금 어떤 나무가 물들고 있는지, 정원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듣는 일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평창의 가을을 만나려면 너무 늦추지 않는 편이 좋다. 허브나라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를 동절기로 구분한다. 꼬박 여섯 달이다. 이 기간에는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도 있다. 야외의 꽃과 잎을 넉넉히 보고 싶은 이에게 10월은 겨울로 넘어가기 전 챙겨둘 시간이다.
그 여섯 달 내내 눈과 얼음에 덮인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추위가 깊어지면 정원의 표정도 바뀐다. 꽃이 지고 잎이 떨어진 뒤의 풍경과, 꽃과 단풍이 함께 남아 있는 가을 풍경은 다르다. 올해의 빛깔을 보고 싶다면 10월이 안성맞춤이다.
허브나라를 찾는 길에 봉평 효석문화마을에 들러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올해 평창효석문화제는 9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렸다. 축제의 북적임은 이미 지나갔다. 만개한 메밀꽃을 볼 때는 지났지만,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 봉평을 천천히 걸으며 함께 추억을 만드는 일은 허브나라 여행길에 얻는 또 하나의 선물이 될 것이다.
가족끼리 가도 좋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벗과 동행해도 좋겠다. 가을에는 해가 짧아진다. 여러 곳을 욕심내기보다 한곳에서 충분히 머무는 여행을 권하고 싶다.
이번 이두이 허브나라 대표의 초대가 반가운 까닭은 풍경과 사람을 함께 만날 수 있어서다. 몸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전한 이 대표는 새로운 기운 속에 방문객들과의 만남을 기다린다고 했다. 찾아오는 이를 기다리는 마음이 정원에 더해져 있다. 그 마음을 알고 가면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도 조금 다르게 보일 것이다.
“만나 뵙기를 고대합니다.”
편지는 그렇게 끝났다. 나도 <아시아엔> 독자들께 이두이 대표의 초대를 그대로 전하고 싶다. 이번 10월, 평창 봉평으로 가보시면 어떨까. 메밀꽃 피던 마을을 천천히 걷고, 흥정계곡 허브나라에서 물드는 가을을 만나보시길. 한 해가 가기 전, 반가운 사람과 나눌 하루가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