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가 생명을 살립니다”…전국 학교서 청소년 자살예방 선플 캠페인

등굣길 교문 앞에 학생들이 섰다. 손에는 “생명은 소중합니다”, “작은 친절, 작은 배려, 작은 칭찬 함께해요”라고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친구들이 교문을 지날 때마다 학생들은 생명을 존중하고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자는 구호를 외쳤다.
교내 게시판에는 형형색색 포스트잇이 하나둘 붙기 시작했다. “혼자가 아니에요. 당신의 오늘을 온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너의 오늘을 온 마음 다해 응원해.” 짧지만 진심이 담긴 문장들이 빈 벽을 채우며 친구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재)선플재단 선플운동본부(이사장 민병철)는 2026년 세계 자살예방의 날인 9월 10일을 맞아 전국 학교에서 ‘악플·혐오표현 추방 및 청소년 자살예방 선플 캠페인’을 전개했다. 청소년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과 격려를 통해 자살을 예방하고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하자는 취지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되새기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제정했다. 선플재단은 매년 이날을 전후해 전국 초·중·고등학교 선플동아리와 함께 청소년 자살예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교보생명 등의 후원으로 열린 올해 캠페인에는 인천보건고등학교, 경기 오산고등학교, 서울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 광주 정광고등학교, 인주초등학교 등 전국 학교의 선플동아리 학생과 교사들이 참여했다. 서울 롯데호텔에서도 선플교사와 선플지도자들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학생들은 등교 시간에 맞춰 교문 앞에서 직접 만든 피켓과 현수막을 들었다. “악플 한 번 독이 되고, 선플 한 번 득이 된다”는 구호도 외쳤다. 무심코 남긴 댓글 하나가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지만, 따뜻한 댓글 하나는 지친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교내에서는 ‘모두 함께 빛을 켜요! 온기 전달·생명존중 캠페인’과 ‘어둠을 밝히는 온기, 포스트잇 희망 벽’ 행사가 열렸다. 학생들은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와 응원의 말을 포스트잇에 직접 적어 게시판에 붙였다. 수백 장의 포스트잇이 모이면서 평범한 교내 게시판은 서로의 마음을 잇는 ‘희망의 벽’으로 바뀌었다.
학교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인천보건고등학교에서는 캡슐 뽑기 기계에서 따뜻한 위로의 문구가 담긴 캡슐을 뽑는 ‘마음 치유 선플 처방전’ 행사가 열렸다. 어떤 문장이 나올지 기다리던 학생들은 캡슐 속 메시지를 읽으며 서로 웃고 격려했다.
서울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 학생들은 손글씨로 자살예방 선플 메시지를 작성해 친구들에게 전했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당신이 터널 속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꼭 밝은 날이 올 거예요.” 학생들이 직접 눌러쓴 문장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친구에게 건네는 작은 손길이 됐다.
광주 정광고등학교 학생들은 댓글을 전송하기 전 3초 동안 멈춰 생각하는 ‘유튜브 잠시만요! 3초 릴레이 챌린지’에 참여했다. ‘친구사랑·환경사랑·생명사랑 걷기’ 캠페인도 함께 진행하며 학교폭력과 사이버폭력 없는 즐거운 학교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인주초등학교에서는 또래상담부 학생들이 캠페인을 안내했다. 저학년 학생들도 고사리손으로 응원 문구를 적고 포스트잇을 붙이며 생명 존중의 의미를 배웠다. 선플을 쓰는 일은 단순한 댓글 달기를 넘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신의 언어를 돌아보는 수업이 됐다.
교실에서는 악플과 혐오표현 등 잘못된 인터넷 문화의 심각성을 돌아보는 선플 인성교육과 서약 활동도 진행됐다. 학생들은 “당신이 쓴 선플 하나,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 “선플은 마음의 심폐소생술”, “마음을 잇는 댓글, 행복을 잇는 선플” 등의 슬로건을 나누며 언어폭력을 예방하고 책임 있는 디지털 시민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민병철 선플재단 이사장은 “청소년들이 서로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 한마디가 절망에 빠진 친구를 구하는 소중한 힘이 된다”며 “앞으로도 선플운동을 통해 청소년들의 마음 건강을 지키고 생명 존중 문화를 전국적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누군가에게는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짧은 한마디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이날 전국 학교의 교문과 교실, 게시판을 채운 선플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청소년들의 약속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