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곶 풍림1차 아파트 갈등④] 관리소장 “수주업체가 변호사비 정도는 인사”…주민 교체 요청에도 유임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풍림1차아이원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위탁관리업체 사이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엔은 이를 한 아파트의 분쟁에 그치지 않고 공동주택의 대표성, 관리권한, 회계와 공사, 행정감독 등 ‘주민이 주인인 아파트’의 구조적 문제로 보고 5회에 걸쳐 보도한다. 관련 자료와 녹취, 당사자들의 주장과 반론을 토대로 사실관계와 제도적 문제를 함께 짚는다. 이번 4회에서는 약 9억원 규모 외벽 도색공사의 추진 과정과 관리소장·입주자대표회장 사이의 녹취, 관리소장의 해명을 살펴본다. <편집자>
약 9억원 규모 외벽 도색공사를 추진하는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풍림1차아이원아파트에서 진현기 관리사무소장이 공사 수주업체의 ‘인사’를 배정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개인 변호사 비용과 연결한 대화가 오간 사실을 인정했다. 배 회장은 해당 대화를 문제 삼아 위탁관리업체 에이비엠에 관리소장 교체를 요청했으나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진 소장은 아시아엔에 보낸 추가 답변서에서 “외벽 도색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변호사 비용 정도는 인사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저와의 대화에서 오고 간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특정 업체를 거론한 사실은 없으며, 배 회장이 자신의 발언을 뇌물 제안으로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문제의 대화는 2025년 10월 31일 관리사무소에서 이뤄졌다. 아시아엔이 확보한 녹음에는 외벽 도색공사의 예상금액과 감리비, 공사업체의 이른바 ‘인사’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배 회장의 개인 소송비가 거론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녹음의 주요 내용과 당사자들의 설명은 앞선 2회에서 보도했다.
배 회장은 업체의 ‘인사’에 이어 자신의 개인 소송비까지 거론된 점을 문제 삼았다. 대화에서는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진행하는 공사인 만큼 가격을 낮추려다 부실공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감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진 소장은 추가 답변서에서 배 회장의 소송비를 언급한 배경을 설명했다. 배 회장의 회장 당선무효 가처분과 회장 해임 관련 무효 가처분 소송 등에 따른 변호사 비용을 2025년 10월 정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대표들이 논의하며 걱정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이다.
감리비에 관한 발언도 답변서에 담겼다. 진 소장은 당시 배 회장이 감리업체 견적이 저렴한 이유를 물었고, 자신은 평소 건설업체 영업담당 임원에게 들은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시공업체가 감리업체에 1000만~1500만원 정도를 보전해 주기 때문에 감리비가 저렴하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진 소장은 이를 업계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 공사에서 실제로 감리비 보전이나 금품 제공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제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공사 관련 업체와의 접촉 여부에 대한 답변에서는 견적 전달 경위가 드러났다.
진 소장은 “외벽 도색 관련하여 관리사무소장이나 관리사무소 관계자가 관련 업체 관계자와 접촉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외벽 도색공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계약주체가 돼 집행하는 장기수선계획 사업이며, 관리주체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존 공사업체 관계자를 통해 감리업체 견적을 받아 배 회장에게 전달한 사실은 인정했다.
진 소장에 따르면 배 회장은 2025년 10월 31일 감리업체 견적을 받아볼 것을 요청했다. 진 소장은 이 아파트 원룸 4개동의 옥상 방수공사를 했던 업체 전무에게 부탁했고, 그 전무가 알고 있는 감리업체 한 곳의 견적을 받아 이튿날인 11월 1일 배 회장에게 전달했다.
진 소장은 이를 배 회장의 요청에 따른 견적 전달이라고 설명했다. 답변서에는 해당 감리업체의 명칭과 견적금액, 다른 업체의 견적을 함께 받았는지는 기재돼 있지 않다.
배 회장의 문제 제기는 진 소장을 파견한 에이비엠 본사로 이어졌다. 진 소장에 따르면 배 회장은 2025년 11월 1일 본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관리소장 교체를 요청했고, 같은 달 7일 담당 본부장을 면담했다.
진 소장은 배 회장이 그전에도 본사에 자신의 교체를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신도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증명을 본사에 보냈다고 했다. 이번 추가 답변서에는 에이비엠 본사의 별도 답변이나 해당 민원의 처리 기록은 포함돼 있지 않다.
관련 형사사건에 대해서는 진 소장이 배 회장의 업무상 배임미수, 업무방해,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등 혐의 고소에 대해 시흥경찰서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진 소장이 답변서에서 밝힌 처리 결과다.
외벽 도색공사는 당초 예정했던 2025년을 넘겨 추진되고 있다. 진 소장에 따르면 2023년 장기수선계획 정기조정 당시 2025년 시행 사업으로 반영됐으나, 2025년 말 입주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2026년으로 이월됐다.
2026년 9월 8일 임시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감리업체와 시공업체의 선정 순서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진 소장에 따르면 배 회장 측은 감리업체를 먼저 선정하자고 주장했고, 기술이사는 시공업체를 먼저 선정하자고 맞섰다.
진 소장은 이날 구성원 12명 가운데 7명이 찬성하고 5명이 반대해 감리업체를 먼저 선정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장기수선계획 정기조정안은 답변서 기준일인 9월 14일까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획 조정을 먼저 확정한 뒤 공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감리업체 우선 선정 의결은 특정 감리업체의 선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시공업체 선정 역시 답변서 기준일 현재 결정되지 않았다고 진 소장은 밝혔다. 약 9억원도 예상 사업비로, 확정된 계약금액은 아니다.
진 소장은 감리업체와 시공업체 선정 권한은 입주자대표회의에 있고 관리사무소는 행정지원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기존 방수공사 업체 관계자를 통해 감리 견적을 확보해 전달한 경위와 공사 수주업체의 ‘인사’를 배 회장의 변호사 비용에 연결한 대화가 오간 사실을 답변서에 밝혔다.
에이비엠의 위탁관리 계약은 진 소장 설명에 따르면 2026년 11월 30일 만료된다. 진 소장은 남은 기간 업무를 수행하고 인수인계를 마친 뒤 단지를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배 회장의 교체 요청 이후에도 진 소장은 이 아파트에서 관리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배 회장은 공사 관련 대화를 문제 삼았고, 진 소장은 발언이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각각 에이비엠 본사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5회에서는 에이비엠의 민원 대응과 계약 만료에 따른 인수인계, 시흥시의 감사 및 후속 조치를 다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