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맞아 술잔 나누던 지인들이 하나둘 떠나니 무기력해진다”…“세월이 흐를수록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오는 법”
비 오는 바닷가에 붉은갯도요 한 마리가 홀로 서 있다. 긴 부리를 아래로 향한 채 두 다리로 모래밭을 딛고 있는 모습이 쓸쓸하면서도 의연하다.
조류 사진작가 김연수씨가 10월 13일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이다. 그는 사진과 함께 세월의 흐름 속에서 가까운 사람들을 하나둘 떠나보내는 마음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비 오는 날 아침, 바닷가를 홀로 거니는 붉은갯도요. 새들은 홀로 잘 버티는데, 오늘은 아무 일도 하기 싫다. 그저 멍 때리며….”
이어 오래도록 마음을 나누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적었다. “오랜 세월, 마음이 맞아 술 한잔 하며 관심사를 공유하던 지인들이 한 분, 두 분 곁을 떠나니 저절로 무기력해진다.”
짧은 글이지만 오랜 인연을 떠나보낸 사람의 허전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세상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익숙했던 일상의 한편도 비어간다는 고백이다.
이 글에 창원의 김 작가 페친 조재천씨가 댓글을 남겼다.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 나눌 수 있는 이들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인가 봅니다. 비 오는 날 홀로 선 붉은갯도요처럼 오늘은 아무 걱정 없이 온전히 마음을 쉬어가시길 바랍니다.”
조씨의 댓글은 길지 않았다. 무기력함을 떨쳐내라고 재촉하지도, 상실의 슬픔을 쉽게 위로하려 하지도 않았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먼저 떠난 사람들의 빈자리가 커진다는 마음에 공감하며, 하루쯤은 아무 걱정 없이 쉬어가기를 권했다.
사진 속 붉은갯도요는 비 오는 바닷가에 홀로 서 있다. 그 모습에 김 작가는 먼저 떠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고, 페친은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읽었다.
한 장의 새 사진과 짧은 글, 그리고 그 아래 달린 댓글 하나.
세월이 흐를수록 사람에게 남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느냐보다 누구와 마음을 나누었느냐인지도 모른다. 비 오는 바닷가의 작은 새 한 마리가 그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