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람

한국 조류학계 큰별 이정우 교수 별세…평생 ‘새와 자연’ 사랑한 참지식인

2022년 12월 충남 서천 유부도에서 마지막 탐조에 나선 이정우 교수(왼쪽 두 번째). 평생 새를 찾아 들과 섬을 누비며 조류 연구와 자연 보전에 힘썼다. 사진은 김연수 사진작가의 추모 영상에서 캡처해 자막을 지우고 보정했다.

한국 조류학계의 원로이자 자연보호와 생태 연구에 평생을 바친 이정우 전 삼육대학교 교수가 10월 10일 별세했다.

고인은 동서조류연구소를 이끌며 우리나라 야생 조류의 생태와 서식지를 연구하고, 자연환경 보호와 보존에 앞장서 왔다. 특히 서남해안 무인도와 비무장지대 일대의 조류 서식지를 조사하며 희귀 조류의 번식지를 밝혀내는 데 기여했다.

1991년 전남 영광 칠산도와 1995년 비무장지대 우도에서 저어새 번식지를 보고했으며, 뿔쇠오리와 바다쇠오리, 괭이갈매기 등 해양 조류의 번식지 보존에도 힘썼다. 국내에서 관찰되지 않았던 여러 조류를 새롭게 보고하는 등 한국 조류학 발전에 발자취를 남겼다.

고인은 1965년 이화여대 의과대학에서 자연사박물관 표본 작업에 참여했고, 1990년대 삼육대학교 응용동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방송사들의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참여해 한국의 새와 자연생태계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의 연구는 학문에만 머물지 않았다. 다치거나 둥지에서 떨어진 새들을 직접 돌보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활동을 이어갔다. 새들의 생태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과 더불어 사람들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2026년 9월 고인(왼쪽)과 김연수 사진작가

고인의 별세 소식을 전한 김연수 사진작가는 “추석 전에 뵈었을 때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돌아가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우리 자연을 아끼고 보호·보존하는 데 앞장선 참 지식인이었다. 선배님의 업적을 기리며 못다 한 꿈은 후학들이 이어가겠다”고 추모했다. 그는 고인을 그리는 짤막한 동영상을 만들었다며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김연수 작가는 추모 영상에서 고인이 중학생 시절부터 새를 찾아 들과 섬을 누비며 후학 양성과 조류 생태 연구, 표본 보존에 전념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선생님의 꿈은 영국의 자연사박물관 같은 자연기록을 후세에 꼭 남기는 것이었다”며 “이제 선생의 그 꿈은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새들이 자유롭게 나니는 하늘에서 평안히 영면하시도록 두 손 모아 기원한다”고도 전했다.

2024년 12월 가수 김학민(왼쪽)이 즉석에서 이정우 교수(오른쪽)를 위한 곡을 자작해 헌증했다.

김 작가는 “한가위 일주일 전 이봉섭 선배와 연신내 시장에서 이른 저녁과 반주 한잔을 한 것이 마지막 만남이었다”며 “선생님이 우리나라 자연사에 끼친 큰 업적을 생전에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게으름을 용서하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애도했다.

빈소는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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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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