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칼은 칼대에 칼날을 끼워서 사용한다. 수술실에서는 소독간호사가 칼대에 15번 칼날을 끼워 건네준다. 나는 그것을 받아 환부를 절개한다. 병실이나 외래에서 환자의 실밥을 제거할 때는 조금 다르다. 간호사가 소독된 칼대를 내주고, 포장된 11번이나 12번 칼날을 건네주면 내가 직접 끼워서 사용한다.
사용한 뒤에는 칼날을 다시 빼내야 한다. 모스키토집게를 이용해 칼날을 칼대에서 분리하고, 칼날은 폐기한다. 칼대는 다시 소독을 위해 보낸다. 칼날을 끼우는 것보다 빼내는 일이 오히려 요령이 필요하다. 잘못하면 손을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의 처치를 도와주는 신규 간호사들에게는 내가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한다.
오늘 도쿠가와 미술관에 갔다. 입구에서 사람들이 전시실로 들어가기 전에 무언가를 직접 해보려고 줄을 서 있었다. 나도 줄을 서면서 살펴보니 ‘Disassembly and Assembly of Sword’, 일본도의 분해와 조립을 체험하는 실습이었다.

일본도는 칼날과 손잡이를 분리할 수 있었다. 작은 부품들도 여러 개 있었다. 와셔처럼 보이는 부품도 두 개가 있었다. 실습을 시작하기 전에 안전교육을 받았다. 칼날에 손을 베이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설명이었다. 내 차례가 되자 안내받은 대로 허리를 숙여 칼에 예를 표한 뒤 분해를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다시 조립하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순간 대학생 때 교련시간에 배웠던 총기 분해와 결합이 떠올랐다. 군의관 훈련 때에도 총기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했다. 결합의 역순으로 분해한다.
오래 전 손에 익힌 동작은 시간이 지나도 몸 어딘가에 남아 있는 모양이다. 수술칼의 칼날을 빼내던 손, 일본도를 분해하는 손, 군용 총기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던 손. 도구는 서로 달랐지만 손이 배운 원리는 비슷했다.

오늘 특별전에서 가장 오래 눈길을 붙잡은 것은 1700년 무렵에 그려진 조총의 영점조정 그림이었다. 조총을 쏘았을 때 탄환이 날아가는 궤적을 그림으로 표시해 놓았다. 탄환이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시대의 사람들도 무기를 단순히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조준해야 하는지, 탄환은 어떤 길을 따라 날아가는지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활쏘기 그림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보았다. 마상에서 활을 쏘는 사람들의 그림에는 활을 쏘는 사람만 있지 않았다. 한쪽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나이 든 스승이 자주 등장했다. 활을 쏘는 것은 손으로 하지만, 그 손의 동작을 만들어주는 것은 오랜 시간의 훈련과 누군가의 가르침이었을 것이다.
전시장 한쪽에는 궁수가 사용하는 장갑도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손가락 부분이었다. 셋째와 넷째 손가락 끝의 두 마디가 다른 부분과 다른 재질로 되어 있었다. 활줄이 닿는 부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활을 쏘는 사람은 활만 다루는 것이 아니었다. 활줄이 지나가는 길을 알고, 몸의 자세를 익히고, 손가락을 보호하고, 스승에게서 그 동작을 배웠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결국 손에 남았을 것이다.
수술칼의 칼날을 빼내던 내 손이 오늘 일본도를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조금 빨랐던 것도 어쩌면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활을 쏘는 사람의 손에는 활줄이 남긴 흔적이 있고, 궁수를 가르치는 스승의 손에는 오랜 시간이 남아 있다. 수술칼의 칼날을 빼내던 내 손에도 아마 그런 것이 남아 있을 것이다.
오늘 일본도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면서 나는 그것을 조금 알 것 같았다. 도구는 손으로 배우지만, 손은 시간을 배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