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티오피아 `나일강댐 갈등’ 격화

에티오피아 청나일강 물길 변경 나서자 이집트 강력 반발

나일강 상류지역의 댐 건설 문제를 둘러싸고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사이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에티오피아가 나일강 주요 지류인 청(靑)나일강에 `나흐다(르네상스)’ 댐을 건설하기 위해 본격적인 공사에 나서자 나일강 하류지역의 이집트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

에티오피아는 나흐다 댐 건설을 위해 지난달 28일 댐을 건설할 지점의 청나일강 물길을 500m가량 변경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자 이집트는 3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주재로 정치ㆍ종교 지도자 회의를 열어 에티오피아에 댐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무르시 대통령은 국영 TV방송이 생중계한 회의에서 “이집트에 배정된 나일 강 수량이 단 한 방울이라도 줄어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에티오피아 정부에 경고했다고 AP, AFP, 신화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회의에서 에티오피아가 예정대로 댐을 건설할 경우 이집트 나세르 호(湖)의 수위가 낮아지고, 아스완 하이댐의 발전량도 18%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회의 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서도 “우리는 이집트의 수자원 안보를 확고하게 하기 위한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집트에 가해진 어떤 위협도 막아낼 수 있도록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ㆍ종교 지도자 회의에서는 에티오피아의 댐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반체제 세력 지원, 댐 파괴 등 물리력을 행사할 것을 무르시 대통령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알 누르(Al-Nour) 당의 지도자는 무르시 대통령에게 “에티오피아 반체제 세력을 지원하거나 최후의 수단으로 댐을 파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무슬림 형제단과 자유정의당(FJP) 등 집권당 지도자들뿐 아니라 야당 및 종교계 대표들도 참여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정당 및 종교 지도자들의 의견을 검토한 다음 다시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에티오피아는 나일 강에 댐이 건설되더라도 주변국에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에티오피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청나일강의 댐공사가 진행된 이후에는 나일 강의 수량이 원상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티오피아는 앞으로 3년 이내에 1단계 공사를 마무리하면 700메가와트의 발전용량을 갖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댐이 완공되면 발전용량이 6천 메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집트는 1929년과 1959년에 체결된 나일 강 수량 배분에 관한 협정에 따라 나일 강의 수자원 87%를 이용할 권리가 있으며, 상류지역의 댐 건설 계획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등 나일 강 상류 5개국은 2010년 ‘나일유역 구상(NBI)’이라는 새로운 조약을 체결했다.

NBI는 나일 강 상류 지역 국가들이 항구적이고 독립적인 ‘나일유역 위원회’를 설치해 국가별로 수자원 사용량을 새로 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NBI에 따르면 나일 강 상류 지역 국가들은 나일 강 개발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이집트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에티오피아는 이 조약이 체결된 다음 해인 2011년 나흐다 댐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아프리카 대륙 11개국을 관통하는 나일 강은 빅토리아 호수에서 발원하는 백(白)나일과 에티오피아 고원 지대에서 시작되는 청나일의 2개 주요 지류로 구성돼 있다. <연합뉴스/정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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