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칼럼] 글쟁이 고종석의 ‘절필 선언’
기자 사회에 이런 말이 있다.
“글만 안 쓰면 기자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다.”
그런데 이런 넌센스 같은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기사를 안 쓰는 순간, 기자는 이미 기자가 아니다. 다만 예외가 있다. 취재기자들이 쓴 기사를 데스킹하고 제목 달고 편집하는 이들도 광의로 보면 ‘기사를 완성시키는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도 기자라고 불린다.
첫 머리의 ‘글’을 ‘기사’나 ‘칼럼’으로 치환하면 더 알기 쉽겠다. 이 말은 ‘대접은 제대로 받되 제약은 상대적으로 덜 받는’ 기자 직업에 대한 ‘自足’과 ‘自嘲’가 혼재된 표현에 다름 아니다.
한겨레에 글을 쓰던 고종석씨가 24일자 칼럼에서 절필을 공개 선언했다.
제목도 ‘절필’이다. 필자는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때 공채1기 수습기자로 입사해 코리아타임스에서 옮겨 온 그를 처음 만났다. 그의 문재는 뛰어났다. 기자들 말로 진짜 글쟁이다.
그는 절필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소수의 독자들이 내 글에 호의적이긴 했지만, 내 책이 독자들에게 큰 메아리를 불러일으켜 많이 팔려나간 적은 없다. 설령 내 책이 꽤 팔려나가고 운 좋게 거기 권위가 곁들여졌다 해서,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그리도 많은 글을 쓴 백낙청이 통일부 중하급 관료나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보좌관만큼이라도 대한민국의 통일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미심쩍었다. 글은, 예외적 경우가 있긴 하겠으나, 세상을 바꾸는 데 무력해 보였다.
과연 그럴까? 필자에겐 백낙청 선생이 70년대 말 쓴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이란 글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고종석의 절필(絶筆)이 잠시동안의 휴필(休筆)이 됐으면 좋겠다. 그의 환필(還筆)을 기대한다.
이상기 기자 winwin0625@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