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도종환의원 詩 ‘삭제권고’를 보는 시각
안도현, “내 시도 교과서에서 빼라”
<경향신문> 10일자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는 이문열씨가 “작가가 정치적 의도 없이 쓴 작품을 나중에 얻은 신분을 이유로 삭제하도록 권고한다는 것은 창작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고 보기에 민망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은 사설을 통해 도종환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의 시 교과서 삭제에 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조치를 비난했다. 하지만 신문마다 논조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한겨레신문>은 “도종환 시 삭제 논란과 ‘문학연좌제’” 제하의 사설에서 “인간이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지만 어머니와 다른 독립된 존재인 것처럼, 작품 또한 작가로부터 독립된 존재라는 사실만큼은 확인하고 싶다”며 “정치권 눈치 보느라 교육기관이 기본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시를 시로, 소설을 소설로 읽지 못하고 작품의 예술성보다 정치와 이념의 체취를 먼저 검열하는 우리 사회의 난독증은 좌파 진영이 정권을 잡은 이후 더 두드러졌다”며 “시인이 시와 정치의 경계를 스스로 허물고 정파에 매몰돼도 곤란하지만, 정치논리가 시인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잣대가 돼도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제목은 “시인의 노래를 순수하게 노래로 받아들일 수 없나”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도종환 의원 본인으로서는 일각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의정활동 과정에서 적어도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국민적 사랑을 받는 시인으로서의 격을 지켜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도종환 시 교과서 삭제는 지나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렇게 밝히고 “교육과정평가원은 이번 권고를 재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도종환 시인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5분간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낭송했다. 이 시는 각 연의 끝을 이렇게 맺고 있다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이번 논란으로 우리 사회가 한단계 성숙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상기 기자 winwin0625@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