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DRFA예술극장서 리즈 테일러 ‘녹음의 천사’에 푹 빠지다

좋은벗들과 좋은 에너지 영화를 강화도 갯벌에서 

1944년, 12살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녹원의 천사’

3월 마지막 주말 강화도 길상면 동검리에서 한 나절을 보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강화도 너른 갯벌이 펼쳐진 고즈넉한 곳에 자리잡은 예술영화 상영관 DRFA(Digital Remastering Film Achaive)에서다.동검리 바닷가, 인간의 사유를 깊게 만드는 갯벌이 끝없이 펼쳐진 곳에 자리한 이곳은 화질이나 녹음 상태가 별로인 오래 된 영화를 디지털 기술로 깔끔하게 리메이크해 상영한다.

그렇게 다시 탄생한 영화들을 모아 놓은 세계에서 3곳뿐(?)이라는 최대의 필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객석 30여 개에 불과한 그곳에서 <녹원의 천사>를 봤다.

녹원의 천사

리즈 테일러의 깜찍한 미모를 참 오랜만에 보는 즐거움이 대단했다. 좋은 영화의 힘, 근 한세기 전의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어낸 명장 클라렌스 브라운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였다.

1944년, 2차 세계대전 중 미증유의 전화에 휩싸인 지구촌을 향해 헐리우드가 밝은 에너지를 보냈다. 그해 자그맣고 아름다운 소녀 리즈 테일러가 재능을 맘껏 펼친 이 영화는 클라렌스의 메가폰으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벨빗 브라운을 연기한 리즈의 깜찍함과 마이 테일러로 분한 미키 루니의 연기에 탄복할 수밖에 없다.

영화의 원 제목은 <내셔널 벨빗>(National Valvet)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경마대회인 ‘그랜드 내셔널'(Grand National)에서 우승한 소녀 벨벳 브라운을 소재로 다뤘다.

<녹원의 천사>라는 우리말 제목은 일본 개봉 때 번역한 제목인 ‘緑園の天使’(녹원의 천사)에서 따온 것이다. 12살 난 리즈 테일러는 그렇게 요염하게 예쁘진 않고 깜찍하고 귀여운 미모라 더욱 스토리에 집중하게 한다. 그후 리즈는 17세 때 <작은 아씨들>과 19세의 <젊은이의 양지>, 20세 <아이반호>에서는 눈부신 미모로 거듭 난다.

스토리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 정도로 농염하게 활짝 핀 꽃, 우리의 눈과 마음을 붙드는 ‘세기의 연인’이 된 거다.

또 다른 주인공인, 24살의 미키 루니는 특이한 배우다. 어려서는 노안이더니 늙어서는 동안으로 변하는 ‘변신 로봇’이라도 되는 건지…’벤자민의 시계만 거꾸로 가는’ 게 아니라 ‘미키의 시계’도 반대로 달려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도무지 나이를 알 수 없는 얼굴로 풍부하고 자연스런 연기를 선보인 미키. 그가 있었기에 풋풋한 리즈의 깜찍 연기도, 그리고 이 영화도 살아난 거다.

명탐정 제시카 할머니에 나오는 19세의 앤젤라 랜스버리는 큰 언니로 나온다. 10분쯤 계속되는 ‘그랜드 내셔널’ 참가한 선수들의 질주를 역동적으로 그린 영화의 피날레는 압권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쓰러지는 말과 기수들의 역동적이고 리얼한 묘사를 적확하게 담아낸 카메라의 앵글도 참 기가 찰 정도이다.  

이 영화는 절찬리 호평을 받으며 78년 전 많은 지구촌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 바 있다. 그러니 34년 뒤, 세상이 3번 바뀌고 4년 더 지나 1978년 리메이크를 브라이언 포브스 감독이 했다. 테이텀 오닐이 리즈를 대신해 주인공 벨벳 브라운으로 나온다.

DRFA 예술극장

35석의 아담한 소극장이다. 무수히 많은 디지털 리메이크 필름을 보유하고 있다. 옛날 영화나 예술 영화들 마네 피카소 등등…

이 소극장을 만든 조나단 유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다. 혼자 이 소극장을 만들었다. 두 개의 주차장도 갖춰져 있어 주말 나들이에 좋다. 영화 시작 전 그는 탁월하게 열정적으로 피아노 연주를 한다.

어제는 조영남의 노래 비디오를 틀면서 그가 피아노 연주를 했다. ‘…내 생애 단한번만~이라도 그대~를 사랑하게 하~여~~주~!’

DRFA 예술극장 소장 필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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