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가짜뉴스처벌법’ 국회 통과, 푸틴 서명하면 효력···‘철의 장막’ 회기 반대 목소리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러시아 의회는 13일 온라인에서 러시아 당국을 비난하거나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을 하면 법안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법안에 따르면 온라인 언론매체 및 사용자들이 가짜뉴스를 반복적으로 배포할 경우 최고 150만 루블(2만2900달러)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또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당국을 상징하는 물건이나 가치를 반복적으로 모욕할 경우 30만루블의 벌금을 물거나 15일간 구금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을 묵살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인권 인권운동가 조야 스베토바를 중심으로 언론인 100명과 저명작가인 뤼드밀라 울리스카야는 “이 법안이 심각한 인터넷 감시”라며 법안 반대 탄원서에 서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타스통신> 영어판에 따르면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브는 “최근 만연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는 이미 많은 국가들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법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반 여론은 그렇지 않다. 2018년 5월 러시아 통신 감시단체에 의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텔레그램이 폐쇄되자 이에 반대해 시민 1만2000여명과 시위를 주도했던 미카엘 스베토브도 가짜뉴스 법안에 대해 강력 반대했다. 스베토브는 “이번 법안이 푸틴 대통령에 의해 승인될 경우 러시아 정부가 언론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며 “그럴 경우 여타 메신저앱도 텔레그램과 같이 금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스베토바 인권운동가는 “이 법안의 목적은 알렉시 나발니와 같은 유튜브 유명인사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2017년 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러시아 당국에 반대하는 시위자 수천명을 거리로 불러내 크렘린궁을 당황하게 만든 바 있다.
러시아 정부가 온라인 인사들을 경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러시아에서 유튜브 사용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18~44세 러시아인들 중 82%가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 대한 반대여론이 비등하자 러시아 정부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크렘린궁 페스코프 대변인은 “법안이 푸틴 대통령한테 전달될 때까지 기다려 보자”면서 푸틴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함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