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수용소’로 변한 신장위구르 둘러싸고 중국 vs 터키 ‘외교 갈등’

[아시아엔=편집국] 위구르족 100만명이 집단 수용소에 갇혀 있는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참상이 연초부터 국제 이슈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작년부터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해온 유엔도, 미국도 아닌 중동의 터키가 “인류의 수치”라며 중국을 거세게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하미 악소이 터키 외무부 대변인은 2월 9일 “위구르족 100만명 이상이 (중국) 집단수용소와 감옥에서 고문과 세뇌에 노출된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중국은 이들을) 즉각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악소이 대변인은 “21세기 강제 수용소의 재도입과 위구르족에 대한 조직적 동화정책은 인류의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비극을 종식하기 위한 조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고난에 터키가 분노하고 나선 데는 인종적·종교적인 배경이 있다. 터키인들과 위구르족은 같은 무슬림이자 혈통상으로도 투르크계(돌궐족)라는 한 뿌리다. 중국 당국의 탄압을 받던 위구르족 주요 망명지가 터키인 점도 이런 동질감 때문이다. 특히 이번의 경우엔 중국 수용소에 구금 중이던 저명한 위구르족 음악가 알루라힘 헤이트의 사망설이 불거지면서 중국에 대한 터키 여론이 악화됐다. 중국은 헤이트의 동영상을 공개하며 그가 건재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영국의 <가디언>은 11일 “호주 영주권을 가진 위구르인 17명이 신장에 갔다가 수용소 등에 구금됐다”고 새로운 폭로를 했다. 위구르족이라면 국적도 가리지 않는 중국의 무차별적 인권침해가 드러난 것이다.

신장위구르 강제수용소 문제는 유엔과 미국이 지난해 8월 이후 집중적으로 제기해 왔다. 유엔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은 2017년부터 이 지역 전체 이슬람계 소수민족의 10%에 이르는 최대 100만명을 재판 절차 없이 1000개 이상의 수용소에 구금하고 있다. 중국 전체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이 지역은 중앙아시아 및 중동 8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중국은 당초 이 지역에 한족을 대거 이주시켜 탈(脫)이슬람화를 가속화했고 이 과정에서 위구르 분리독립 세력의 테러가 잇따랐다.

중국은 특히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핵심 기점인 이 지역 내 분리독립 세력들이 IS 등 이슬람 테러 그룹과 연계될 경우 일대일로 자체가 위험해진다는 이유로 2017년부터 강제수용소를 도입‧확대해왔다. 물론 정부는 “집단수용소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직업재교육을 위한 캠프만 있을 뿐”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과 인권단체, 서구언론의 탐사보도를 통해 강제수용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위구르인들은 DNA 샘플을 당국에 제출해야 하고 안면인식 인공지능 카메라의 감시 속에 생활하고 있다”며 “특히 터키 등 ‘민감 국가’로 분류된 26개국에 친척을 둔 사람들은 무더기로 검거됐다”고 말했다. 수용소에서는 이슬람 신앙을 비판하거나 포기하도록 강요받고, 대신 중국어와 유교 경전, 사회주의 사상을 배워야 한다. 시진핑 주석에 대한 찬양도 빠지지 않는다. 수용소에 구금됐던 한 위구르인은 영국 <BBC> 인터뷰에서 “잠을 못 자게 하고 매달고 때렸다. 수감자들은 음식을 먹기 위해 중국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러야 했고, 다들 영혼을 잃은 로봇 같았다”고 증언했다.

한편 터키 앙카라 주재 중국대사관은 2월 12일(현지시각) 터키에 거주하거나 터키를 여행 중인 자국민들에게 안전주의보를 발령했다. 터키 정부가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 이슬람교도(무슬림) 탄압을 강도 높게 비난한 데에 따른 대응이다. 앞서 주 앙카라 중국대사관은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모든 민족 집단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있다”며 “생존권은 기본적인 인권이다. (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리즘과 극단주의가 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사관은 “터키와 중국은 모두 심각한 반(反)테러 상황에 직면해 있다. 반테러리즘에 대한 (터키 정부의) 이중 잣대에 반대한다”면서 “중국이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취하고 있는 반테러리즘과 반극단주의 조치에 대해 터키가 정확히 알기 바란다”고 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터키는 자국 국경 내에서 테러와 극단주의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는 중국의 합법적 노력을 똑바로 이해해야 한다. (터키 정부가)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중국을 근거 없이 비난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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