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이사’ 박방희 “이삿짐을 풀어놓고 벽에 못을 박으면”
이삿짐을 풀어놓고 벽에 못을 박으면
생활은 시작되고 타관도 고향 된다
그렇게
못 박힌
하루하루가
일생이 되는 거다
# 감상노트
먹고 살 일을 따라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목숨. 잘 살기 위해 몇 번이나 이삿짐을 꾸리고 풀고 했을까. 못을 박으며 여기서 오래 살기를 바랐을까 더 안락한 보금자리로 어서 떠나기를 바랐을까. 떠나기를 바라며 살아낸 하루하루가 일생이라니.우리는 무엇에 속아 아픈 줄도 모르고 평생(平生)을 못 박혀 사는 걸까.(홍성란 시인·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