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건너편 의자’ 최명숙 “방화발 마천행 열차가 떠나기를 기다리면서”
방화발 마천행 열차가 떠나기를 기다리면서
건너 편 빈 의자를 바라다본다.
일곱 자리 중 빈 자리 둘,
어느 역에서 온 그 누가 와서 앉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의자가 되었을까
언제부터 방화와 마천 사이에서
누구의 피곤을 덜어냈을까.
다친 마음과 슬픔으로 귀가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해후를 앞두고 설렘으로 앉았다가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기꺼이 자리를 내주고 일어선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앉고 일어서며 하루를 비우고
달리는 의자는 사람들의 옷깃에 쓸린 등받이를 하고
떠날 것이다
내가 모르는 수많은 만남이 앉았다 갔을
건너편 의자를 바라보면서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사람들이 줄지어 떠오를 때
지금 일어서실 때입니다 라고 안내방송이 나왔다
일어서려는 내 앞에 달려와 서는 중년 여인에게 미소를 건넸다
인생의 중턱을 넘어선 그녀의 고달픔을 엿보며 자리를 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