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거인 알리바바 마윈 ?] “중국경제 진짜 위기는 과도한 ‘위기론’에 매몰되는 것”

[아시아엔=안동일 <아시아엔> 동북아 전문기자] 중국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다고 많이들 걱정해도, 알리바바의 주가가 폭락해 바닥을 치고 있어도, 또 그의 부자 순위가 내려앉아도 마윈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과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과 근황은 여전히 중국 언론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엊그제(26일)만 하더리도 그가 중국의 개성상인이라 일컫는 저장성 상인들의 모임을 주선해 초대 회장에 올랐다는 기사가 크게 보도됐다. 지난주에는 난데없이 영국 총리의 경제자문위원직을 수락했다는 기사가 전세계로 타전되기도 했다.

중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마윈은 24일, 저장상인총회의 회장에 추대돼 항저우에서 취임식을 겸한 창립총회를 가졌다. 저장상인은 중국에서 가장 상술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중국 후룬연구소는 “저장성에서 1천만위안(약 18억원)을 가진 자산가는 14만6천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저장상인총회는 전세계 1천만명에 달하는 저장상인들의 협의체로, 향후 정보교류와 투자유치, 기업인 양성 등의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마윈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저장상인총회를 세계 최대 상인조직으로 키우겠다”고 패기 넘치게 말했다.

지난 19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가 마윈 회장을 ‘총리의 비즈니스 자문그룹’의 20번째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고 전했다. 총리실 측은 “마 회장은 앞으로 영국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와 중국시장 진출에 대해 조언하고,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영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마윈이 합류한 이 자문그룹은 2010년 설립된 영국 총리실 산하 조직으로, 영국 최대 정유사인 BP의 CEO 봅 더들리, 자동차 회사 롤스로이스의 CEO 워런 이스트, 금융서비스업체 버진머니 CEO 제인 앤 가디아 등 총 19명의 영국 주요 기업 총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FT는 마윈의 자문위원 임명에 대해 “영국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인물이 총리실 비즈니스 자문위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는 영국의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이달 초에는 한 유명화가와 함께 그린 마윈의 유화작품이 경매에서 65억원의 거금에 낙찰됐다고 보도돼 눈길을 끈 데 이어 홍콩의 호화 주택 매입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다.

중국언론들은 ‘2015년 중국 100대 부호’ 순위를 발표하면서 “마윈이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에 추월당해 2위로 떨어졌다”고 마윈을 중심에 놓고 보도하고 있다. 왕 회장의 재산은 2200억위안, 마윈은 1500억위안으로 보도됐다.

마윈 회장은 위기에 처해 있다는 현재의 중국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미국 경제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마윈 회장은 지난 9월29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 연례 행사에서 “미국인들이 중국 경제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한다”며 “하지만 중국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올 때마다 중국은 더 나아졌다”고 반박했다.

마윈은 “높은 기대치로 중국을 보면 중국은 항상 문제”라고 꼬집었다. 마 회장은 또 중국인들의 높은 저축률과 미국인의 과도한 소비를 비교하며 중국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했다. 마 회장은 “흔히 중국경제가 나쁘니까 중국 내 소비가 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미국인들이 미래의 소득, 심지어 다른 사람의 돈까지 (빚을 내) 당장 써버리곤 하지만 중국인들은 저축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인들은 오랫동안 가난했기 때문에 돈이 생기면 미래의 닥칠 위기에 대비해 저축을 한다. 그렇기에 경제가 나쁠 때에도 여전히 소비할 돈이 있다”면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은 스스로를 더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중국의 총저축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로 세계 4위다. 한편 미국은 18%에 불과하다.

마 회장은 “앞으로는 정부가 아닌 민간 섹터가 중국경제를 이끌 것”이라는 자신의 소신이자 희망사항을 다시 피력했다. 마 회장은 “지난 20년간 중국은 정부 주도의 투자와 수출정책이 경제를 이끌었지만 시장에 미치는 정부의 힘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으며 이제는 민간부문이 내수 소비를 발전시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이후 중국증시가 폭락을 거듭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국경제와 중국의 경제재편 과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특히 여전히 시장을 통제하려는 중국정부가 위기상황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알리바바 역시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8월말에는 주가가 공모가(68달러) 아래로 추락했었다. 그런데도 마윈 회장이 “미국과 미국인들은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를 중단하고 자국 경제를 더 걱정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다.

마 회장은 25일 개최된 ‘세계저장상인회의’에서도 “상인은 학교에서 교육으로 배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시장기회를 포착하고 불굴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상인은 중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희귀하고도 소중한 자원”이라고 했다.

중국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자신감과 기대감을 내비쳤다. 마 회장은 “중국경제를 우려하는 외부 관전자들의 진단이 잘못됐다”면서 “중국은 높은 저축률과 소비중심의 경제 재편을 통해 글로벌 경기 둔화를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은 경제 발전모델 전환과 시장개혁이 필요한 상태로 단기적으로는 경기 둔화세가 지속될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5~10년 후 중국경제의 잠재력과 기회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투기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투자가 돈을 만든다”며 증시 등의 투기행위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마윈은 “저장상인총회 회원 그 누구도 뇌물수수나 횡령 행위에 동참하지 않길 바란다”며 “부패행위가 적발된 회원은 과감히 추방하겠다”고 강경한 메시지도 던졌다.

마윈의 말대로 중국발(發) 세계경제 위기론은 과도한 면이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진 것을 두고 경제위기 운운하지만, 중국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현재의 5% 성장은 2007년 14% 성장률과 맞먹는다는 것이다고 분석한다. 2010년 8%에 불과했던 중국 도시중산층 가구 비중은 향후 5년 뒤 59%로 커지고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비스 분야에 엄청난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경제는 제조업에서 내수 소비 중심으로 성공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3분기 중국 성장률은 7%에 못 미쳤지만 서비스 성장률은 8.6%에 달했고 9월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증시가 폭락했던 6~8월, 나이키의 중국 매출은 오히려 작년보다 30%나 증가해 나이키 스스로 ‘경이로운 기록’이라고 감탄할 정도였다. 애플 신형 아이폰의 첫 주말 판매량이 무려 1300만대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운 것도 아이폰 첫 발매 국가에 중국이 포함된 덕분이었다.

민간 부문도 빠르게 커지며 늙은 공룡인 국영기업을 대신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낙관론을 펴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은 이미 하루 1만개씩 새 기업이 탄생하는 세계 최대의 창업국가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작년에만 2013년의 3배에 이르는 155억달러의 자금이 창업기업에 투자됐으며, 평가 가치가 1조원을 넘는 신생기업들이 10여개에 이른다.

투자의 달인으로 알려진 워런 버핏같은 이가 바로 낙관론자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은 “여전히 중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본다. 6개월 후 증시의 등락은 알 수 없지만 10년, 20년을 보면 분명히 성장할 것이다. 미국이 전쟁과 대공황·금융위기를 이겨냈듯이 중국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론을 펴는 학자들도 중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한계에 달한 정부주도의 성장정책 △제조업의 과잉설비와 국영기업의 부실화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 등을 꼽고 있다.

진짜 위기는 과도한 위기론에 매몰되는 것이라는 낙관론자들의 지적을 마윈 회장은 최근 들어 자신의 목소리로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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