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늘의 시] ‘너에게’ 이상국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

나는 패배도 없이 살았다
그렇지만 너를 잊은 적이 없다
나무 속의 이파리처럼, 일생의 실연처럼
너는 내 안의 무엇이었다
너는 때로 구름처럼 다정했으나
나무들이 침묵하고 비가 지나가는 동안
사랑은 어떻게 왔다 갔으며
저녁이 오고 밤이 가는 데까지
너 때문에 얼마나 오래 걸었던지
산다는 건 누구나 제게서 멀리 가는 일
자고 나면 새들은 무슨 소식을 전해 오는지
비애는 어떻게 강을 건너왔으며
바람이 무엇을 쓰고 가는지
너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너 없이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생에 무슨 비밀이 있는지
네게 내 인생의 대부분을 쓰고도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