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 바오밥나무 아래 울려 퍼졌다…한국·마다가스카르·타지키스탄 시인 25명 ‘시로 세계 잇다’

글로벌 시낭송회, 10월 2~11일 마다가스카르서 민간 문화교류…시집 180부 현지 대학·문화기관 기증
인도양 서쪽, 아프리카 대륙과 마주한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수백 년을 살아온 바오밥나무가 늘어선 길에 한국의 시가 울려 퍼졌다. 한국어로 쓰인 시가 현지 언어로 옮겨지고, 마다가스카르 시인의 작품은 한국어 낭송으로 이어졌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는 달랐지만 시를 통해 마음을 나누려는 사람들에게 국경은 큰 장벽이 아니었다.
글로벌 시낭송회(회장 오충)가 지난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해 펼친 민간 문화교류 행사 ‘시로 잇는 세계’의 현장이다. 수도 안타나나리보의 공자학원과 서부 해안도시 모론다바의 바오밥 애비뉴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시낭송에 한국 전통예술과 대중문화를 결합한 문화교류 무대였다.
공연의 중심에는 시가 있었다. 한국과 마다가스카르 시인들의 작품을 서로의 언어로 번역해 낭송했다. 낯선 언어로 쓰인 시를 모국어로 듣고, 자신의 언어가 다른 나라 사람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경험은 시인과 관객 모두에게 특별한 만남이 됐다.
시낭송에 이어 진도북춤과 가야금·해금 연주, 창 등 한국 전통예술 공연이 펼쳐졌다. K-POP 노래와 댄스도 무대에 올랐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 대중문화가 한자리에서 소개되자 현지 관객들도 호응했다.

바오밥나무 아래에서 시작된 만남, 세 나라 시집으로 이어지다
이번 문화교류는 공연이 끝났다고 마무리되지 않았다. 글로벌 시낭송회는 귀국 후 현장 사진을 정리하고 한국과 타지키스탄, 마다가스카르 시인들의 작품을 서로 번역한 시집 《2026 시의 향기》를 완성했다.
시집에 참여한 시인은 모두 25명이다. 한국 시인 15명, 마다가스카르 시인 9명, 타지키스탄 시인 1명의 작품이 담겼다.
한국에서는 강민숙, 김규래, 김양숙, 김윤경, 박영녀, 백애송, 송용탁, 송인엽, 안애정, 양선모, 오충, 임영숙, 장인무, 추원호, 홍사성 시인이 참여했다. 타지키스탄에서는 롤라(Lola) 시인이,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디나(Dina), 디트라(Ditra), 피피(Fifi), 피나리트라(Finaritra), 니디아리(Nidiari), 니리하자(Nirihaja), 마헤파(Mahefa), 라자오나시(Radzaonasy), 로바코(Rovako) 시인이 이름을 올렸다.
세 나라 시인들의 작품이 한 권에 담긴 것은 이번 사업의 중요한 결실이다. 시집은 공연의 기록이면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시인들이 언어를 넘어 교류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시집의 표사(表辭)는 마다가스카르 고등교육부 라보니마난초아(Ravonimanantsoa) 장관이 썼다. 그는 이 시집이 양국의 문화·교육 발전에 중요한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민간 시인들이 시작한 교류에 현지 정부 인사가 의미를 부여한 셈이다.

비행기 대신 배에 싣는 시집 180권…바다 건너 대학 도서관으로
글로벌 시낭송회는 《2026 시의 향기》 180부를 오는 10월 26일 해상 운송으로 마다가스카르에 보낼 예정이다.
시집은 현지 대학 도서관을 비롯해 독일문화센터, 안타나나리보대학 코리아센터와 아트센터 등에 기증된다. 현지 본죽 카페에도 비치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집과 함께 한복 10벌과 비상용 감기약도 보내진다. 한복은 임영숙 시인이, 감기약은 신희철씨가 제공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현지 주민들과의 인연을 이어가려는 마음이 담겼다.
다만 시집이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항공 운송은 비용 부담이 커 해상 운송을 선택했다. 오충 회장은 배송에 두세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 회장은 직접 전달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직접 전달해주고 싶지만 항공 운송비도 부담이어서 해상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두세 달 걸리는 배송을 기다리며 호흡을 가다듬으려 합니다.”
한국에서 출발한 시집이 바다를 건너 마다가스카르 대학 도서관 서가에 놓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한 시집은 현지 학생들과 독자들에게 세 나라의 문학을 만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한국 책이 부족합니다”…도서 모으기 운동으로 이어질 문화교류
글로벌 시낭송회가 앞으로 추진하려는 사업도 있다. 안타나나리보대학 코리아센터에 한국 도서를 보내는 ‘도서 모으기 운동’이다. 김동년 관장이 이끄는 코리아센터는 현지에서 한국 문화와 언어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한국 도서가 충분하지 않은 형편이라고 한다.
글로벌 시낭송회는 한국에서 책을 모아 코리아센터에 기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가진 현지 학생과 연구자들이 더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이번에 보내는 시집 180부가 그 출발점인 셈이다. 공연을 통한 일회성 만남에서 책을 통한 지속적인 교류로 활동 범위를 넓히려는 것이다.
오충 회장은 시가 민간 외교의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마음을 잇는 가장 진정한 외교입니다. 앞으로도 민간 차원의 문화교류를 지속해 한국 문학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습니다.”
한국과 마다가스카르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언어와 생활문화도 다르다. 그러나 시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서로의 언어로 옮기고 무대에서 낭송하는 동안 그 거리는 한결 가까워졌다.
이번 교류에는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 시인의 작품까지 더해졌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세 나라의 시가 한 권의 책에서 만난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 아래에서 울려 퍼졌던 시는 이제 180권의 책이 되어 다시 바다를 건널 준비를 하고 있다.
공연장의 박수 소리는 사라졌지만, 시는 책으로 남는다. 그 책을 펼칠 누군가가 한국의 시 한 편을 읽고, 또 다른 누군가가 마다가스카르의 시를 만나게 된다면 이번 교류는 새로운 생명을 얻을 것이다.
시로 시작된 만남이 책으로 이어지고, 책이 다시 사람을 잇는다. 글로벌 시낭송회가 마다가스카르에서 뿌린 문화교류의 씨앗이 어떻게 자라날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