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정세 브리핑

[동북아 정세 브리핑] 대만해협 긴장 고조, AI·반도체 패권경쟁 격화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중국과 대만 사이의 군사적 긴장을 붉은 파동으로 표현한 이미지. 미·중 전략경쟁과 동북아 안보 불확실성을 상징한다. (AI 생성 이미지)

1. 종합 정세

동북아 정세가 군사적 압박과 기술 경쟁, 공급망 재편이라는 세 갈래에서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대만 주변 군사활동을 지속하면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의 수출통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의 군사적 대응 역량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과 기술·산업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17일 현재 주목할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대만해협에서는 연말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대규모 군사훈련 가능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의 일상적인 군사활동은 계속되고 있으며 대만은 11~12월을 경계하고 있다.

둘째, 중국이 AI 기술의 해외 이전을 제한하는 수출통제 개정안을 제시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규제를 받아온 중국이 자국의 전략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은 AI·바이오·태양광 분야 40개 기술을 대상으로 규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안보와 경제의 경계가 더욱 흐려지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뿐 아니라 바이오와 전력 인버터까지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첨단산업의 경쟁력이 곧 군사·외교적 영향력과 연결되는 양상이다.

2. 군사·안보: 대만해협의 연말 긴장

대만 국방부는 11~12월 중국군의 훈련이 집중되는 시기를 앞두고 대만 포위 형태의 대규모 군사훈련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2022년 이후 대만 주변에서 항공기와 함정을 동원하는 군사활동을 반복해 왔으며, 군사적 압박을 상시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만 국방부가 17일 발표한 최신 집계에 따르면 16일 오전 6시부터 17일 오전 6시까지 중국 군용기 9대와 해군 함정 6척, 공무선 8척이 대만 주변에서 탐지됐다. 군용기 5대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북부·중부·남서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중국이 곧바로 대규모 군사훈련에 나선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다만 군용기와 해군 함정의 반복적인 활동에 대규모 훈련이 결합하면 대만해협의 긴장 수위가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은 중국군의 접근거부·지역거부(A2/AD) 전략에 대응해 다영역 작전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장거리 정밀타격, 전자전, 우주·사이버 자산을 통합하는 방향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이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억제하는 한편, 유사시 인도태평양에서 작전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과 연결된다.

일본도 이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키나와와 난세이제도, 특히 대만과 가까운 요나구니섬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 방위정책은 남서부 도서 방어와 미일 공동대응 역량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에 중요한 문제는 대만해협 위기가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이다. 유사시 미국의 군사적 자산과 작전 우선순위가 조정될 수 있고, 북한의 대응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둘러싼 논의도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3. 기술패권: 중국, 수출통제 주체로 나서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가 10월 16일 발표한 기술 수출관리 개정안은 동북아 기술경쟁에서 주목할 변화다.

개정안은 AI 관련 23개 기술을 포함해 바이오·태양광 등 총 40개 기술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규모 언어모델, AI 에이전트, 반도체 설계와 컴퓨팅 관련 기술이 주요 대상이다.

다만 모든 AI 기술의 해외 제공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공개된 오픈소스 기술 등에 대한 예외가 있으며, 최종 규제 범위는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이 변화의 핵심은 중국이 더 이상 첨단기술 수출통제의 대상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AI 연산 능력 확보를 제한해 왔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자체 기술개발과 공급망 국산화를 추진했다. 이제 자국 AI 기술의 해외 이전까지 관리함으로써 전략기술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내부에도 딜레마가 있다. 딥시크와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은 AI 모델의 국제적 확산을 통해 기술 생태계를 확대해 왔다. 강한 수출통제는 핵심기술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해외 개발자와 기업의 활용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문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규제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앞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수출 허가, 해외 투자, 고객사 구성, 기술협력 관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4. 공급망 안보: 바이오와 전력망까지 확대

미국 전략정보 분석기업 스트라이더는 중국 바이오기업 800곳 이상이 군·정보·공안 관련 기관과 연결돼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0월 8일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350곳 이상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등록 공급업체이며, 200곳 이상은 이들 공급업체의 자회사다. 또 350곳 이상은 2020년 이후 중국 군·안보기관과 공동 연구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기업 간 공급계약이나 공동연구 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기업이 불법적인 군사활동에 가담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보고서는 미국 민간기업의 분석으로, 개별 기업의 실제 활동과 안보 위험성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이 같은 논란은 바이오산업이 국가안보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유전체 정보와 생명공학 연구, 의약품 생산기반이 군사·정보 분야와 연결될 가능성이 국제적 규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력 인버터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은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공급망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원격 제어 기능을 갖춘 전력 인버터의 경우 사이버보안과 전력망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도 핵심 전력설비의 사이버보안과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5. 경제·통상: 대만 반도체 공급망 미국 이전

대만 정부는 미국 내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 경제부에 따르면 민간기업이 투자하고 정부가 금융·행정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며, 산업단지당 예상 투자비는 20억~40억 달러다.

사업은 대만의 중소 협력업체들이 TSMC와 AI 서버 제조사 등을 따라 미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기 후보지로 미국 텍사스가 거론됐다.

이는 대만의 반도체 생산 및 기술 생태계가 미국과 한층 긴밀하게 연결되는 움직임이다.

반도체 생산기반의 해외 확장은 공급망 안정성을 높일 수 있지만, 대만 내부에서는 핵심 산업의 해외 이전과 산업 공동화 우려가 제기될 여지가 있다. 이른바 ‘실리콘 방패’의 효과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대만 증시의 급락 역시 주목할 만하다. 10월 15일 대만 가권지수는 3.41% 떨어진 46,969.87로 마감했다. 같은 날 한국 코스피는 7.57%, 일본 닛케이지수는 4.9% 하락했다. 미국 물가상승과 금리 우려, AI 관련 투자에 대한 경계감이 아시아 기술주 전반으로 확산한 결과였다.

이러한 동반 하락은 동북아 경제가 반도체와 AI 투자 사이클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에서는 완성차 기업들이 배터리 공급업체 CATL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배터리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의 경쟁이 완성차 가격뿐 아니라 배터리 기술과 제조원가를 둘러싼 경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6. 미·중 외교: 경쟁 속 제한적 협력

미국과 중국은 첨단기술과 군사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경제 관계를 전면적으로 단절하지는 않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미국 결제기업 비자(Visa)가 중국 내 은행카드 청산사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다만 이는 정식 영업 허가가 아니라 준비 단계의 승인이다.

중국은 금융시장 개방의 사례를 제시할 수 있고 미국 기업은 중국 내 사업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금융 분야의 제한적 개방이 반도체, AI, 군사안보 등 구조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10월 26~29일 베이징에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를 개최한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주요 의제는 전면적 종엄치당(從嚴治黨), 즉 엄격한 당 관리와 당의 통치체계 강화다.

따라서 이번 회의를 단순한 경제정책 결정회의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회의 전후 지도부가 제시할 정치·경제적 메시지는 대외정책과 시장의 기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7.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북한 관련 직접적인 새 동향이 이번 브리프의 중심은 아니지만,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긴장은 한반도 안보환경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외부 요인이다.

우선 미국이 대만해협과 제1도련선의 군사적 대응 역량을 강화할수록 주한미군의 역할과 한미일 안보협력에 관한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북한은 미·중 갈등을 외교적·군사적 전략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대만해협의 긴장이 높아진다고 북한의 군사행동이 반드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군의 실제 움직임과 공식 발표를 별도로 관찰해야 한다.

셋째, 한국의 산업·경제안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AI 기술과 반도체 공급망에 각각 통제 수단을 강화한다면 한국 기업은 기술협력과 수출시장, 생산거점의 선택에서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넷째, 공급망 안보의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반도체뿐 아니라 바이오, 배터리, 전력설비, 핵심 원자재 등으로 위험관리 체계를 넓힐 필요가 있다.

8. 주요 일정 및 관찰 지표

일정주요 사안관찰할 내용
10월 19일중국 3분기 GDP·실물지표 발표 예정경기 둔화와 내수 회복 정도
10월 26~29일중국공산당 제20기 5중전회당 통치 강화와 지도부 정책 메시지
11월 15일까지중국 기술 수출관리 개정안 의견수렴AI 규제 범위와 예외조항
11~12월중국군 연말 훈련 성수기대만 포위훈련 여부와 훈련 규모

9. 종합 평가와 전망

이번 동북아 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군사력과 첨단산업의 연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과 미국의 대응 전력 확대는 전통적인 군사안보 문제다. 그러나 중국의 AI 수출통제와 미국의 바이오 안보 심사, 대만 반도체 공급망의 미국 이전은 산업과 기술 자체가 전략적 수단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북아의 한국·중국·일본·대만은 반도체와 전자산업, 배터리, 정밀제조업에서 세계 경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만큼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나 기술규제 변화는 세계 공급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상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한반도 안보에서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고, 산업·통상에서는 중국을 포함한 여러 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향후 동북아 정세는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 중국의 연말 대만 주변 군사활동이 일상적 압박에 머물 것인가, 대규모 포위훈련으로 확대될 것인가.
  • 중국의 AI 수출통제 개정안이 실제로 어느 범위까지 적용될 것이며 미국의 기술통제와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킬 것인가.
  • 한국과 일본, 대만의 첨단산업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기술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어떻게 함께 확보할 것인가.

동북아는 이제 군사안보와 경제안보를 분리해 이해하기 어려운 지역이 됐다. 대만해협의 긴장과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 AI 기술통제는 서로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장기적인 전략경쟁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현상이다.

한국에 요구되는 것은 특정 사건에 대한 일회성 대응이 아니라 외교·안보·산업·과학기술 정책을 종합적으로 연결하는 대응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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