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칼럼

‘1600년 전 교류의 기억’…日’나라’에서 다시 만나는 이재명-다카이치, 한일 셔틀외교로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1월 2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양자 회담을 하며 손을 잡고 있다. <공동취재단>
[아시아엔=이종국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동아시아센터장] 지난해 10월 말 열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은 미래 협력 강화와 셔틀외교 복원에 뜻을 모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1월 13~14일(1박 2일) 일정으로 일본 나라(奈良)를 방문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외교 일정과 경위와는 별도로, 나라라는 방문지 선택 자체가 지닌 상징성은 크다. 나라는 한국의 역사문화 유산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지역이자 고대 한일 교류의 흔적이 집적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소 선정은 공간 외교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며, 외교적 성과를 도출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과거사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어온 국가들 사이에서 셔틀외교를 지속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여러 차례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망언이나 역사 문제로 갈등이 반복적으로 재현돼 왔다. 그러나 유럽의 사례를 보면 셔틀외교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상징성이 있는 지방 도시를 상호 방문하며 화해와 협력을 논의했고, 그 결과 엘리제 조약과 같은 미래지향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한일 관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해였던 만큼,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셔틀외교를 통해 정상 간 협력 관계를 제도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도 교류와 화해의 경험을 실천으로 옮겨 한일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나라 방문을 계기로 한 셔틀외교는 그러한 의미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도다이지(東大寺)와 같은 상징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정상 간 대화는 과거의 갈등을 넘어 교류와 협력의 미래를 설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나라 방문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먼저 한국의 정상이 백제 문화의 숨결이 남아 있는 지역을 찾는 것은 역사문화 외교를 통해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나라에 있는 정창원(正倉院)을 통해 우리는 백제 관련 유물뿐 아니라, 당시 동아시아 전반에서 이루어졌던 국제 교류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정상 간 대화는 갈등보다 교류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역사 유산을 마주하며 양국의 교류사를 되짚고, 이를 토대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이번 방문은 역사적으로 볼 때 약 1500~1600년 전 백제와 왜국 사이의 긴밀한 교류 관계를 현대적으로 상기시키는 상징적 행보라 할 수 있다. 당시 백제는 불교 문화와 학문, 선진 기술을 전했고, 왜국은 백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군사적·정치적 지원을 제공한 기록이 남아 있다.

나라는 백제 문화와 우리 조상들의 흔적이 간직된 곳이기에, 대통령의 방문은 역사문화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의미를 지닌다. 이번 방문은 역사문화 외교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우리의 역사 인식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셔틀외교를 통해 우리의 역사문화가 일본을 넘어 세계에 소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외교 행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 더해 몇 가지 기대를 해본다. 먼저 일본과의 역사문화 외교를 통한 협력 가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한국학 연구가 활발한 텐리(天理)대학의 박물관을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하고, 한국 관련 유물의 전시·연구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면 의미가 클 것이다. 이 대학은 한국 역사와 문화를 일본 사회에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을 통해 한일 간 문화재 교류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매년 열리는 나라의 정창원 전시회를 계기로 한일 양국이 역사문화 교류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치·안보 협력과 함께 역사문화 교류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재 환수 문제도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불교계와 민간 차원의 노력으로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던 만큼, 그간의 노고를 평가하면서 양국 간에 형성된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K-역사문화 외교로 접근한다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내는 데에도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국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동아시아센터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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