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출신 나더러 “보수주의자냐?”고 물으면

<사진=뉴시스>

[아시아엔=김국헌 칼럼니스트,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러셀 커크가 지은 <보수의 정신>의 원제는 <Conservative mind>다. mind는 ‘정신’보다는 ‘마음’으로 번역할 수도 있지만, 책의 제목으로서는 정신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정신은 자칫 thought, 또는 spirit로 생각할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

나는 conservative mind를 가진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겠지만 보수주의자라고 이르기는 주저해진다. 하물며 특정정당을 지지한다고 간주된다면 고개를 저을 것이다.

진보와 좌파는 분명히 다르다. 그런데 좌파는 진보를 교묘히 이용한다. 심지어 종북좌파가 진보를 포괄하고 있는데 이것은 크게 잘못되었다.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진보가 많겠지만 당신은 좌파인가? 더욱 종북좌파냐고 묻는다면 황당할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좌파로 간주된다는 것을 알면 당황할 것이다.

좌파는 진보가 설 자리를 무너뜨리고 있다. 진정한 진보(progressive)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 경상도는 태산교악(泰山喬嶽)이라 한다. 이것은 산수의 차이에서 오는 사람의 품성을 인문지리 차원에서 함의(含意)가 넓은 한자로 표현한 것이다. 원래는 정치적 곡해의 의도가 없었다. 그러나 이 표현은 현대에 들어와 크게 악용되었다. 특정인이 정파 이익을 위해 부추겼다. 한때 전라도에서는 경상도에서 온 사람에 주유도 안 해주었다. 이것이야말로 망국적 지역감정 아닌가? 이런 감정을 악용하는 자들을 철저히 분간(分揀)해야 한다.

커크는 다음과 같이 보수의 10개 원칙(ten conservative principles)을 제시했다.

1. 보수주의자는 불변의 도덕적 질서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2. 보수주의자는 관습, 널리 오랫동안 합의된 지혜(consensus), 계속성을 중시한다.

3. 보수주의자는 소위 규범이라는 원칙을 믿는다.

4. 보수주의자는 신중함이란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

5. 보수주의자는 다양성의 원칙을 중시한다.

6.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원칙에 따라 보수주의자들은 스스로를 억제한다.

7. 보수주의자들은 자유와 재산권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확신한다.

8. 보수주의자들은 자발적인 공동체를 지지하고 강제적인 집산주의를 반대한다.

9. 보수주의자는 인간의 격정과 권력을 신중하게 자제해야 할 필요를 인지한다.

10. 사려 깊은 보수주의자는 활력이 넘치는 사회라면 영속성과 변화를 반드시 인정하고 조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의 마음을 가진, 보수적인 한국인이라면 이 10개의 원칙에 동의할 것이다. 다른 원칙을 찾으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사회가 이런 마음(mind)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 때 안정되고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보수의 가면을 쓰고 소동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이와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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