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바른정당’ 이름값 잘 하려면···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교회에 주길자라는 신도 한분이 있었다. 길자는 별로 이상한 이름은 아니다. 성이 주씨인 것이 문제다. ‘죽일 자’도 주길자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딱하게 생각한 목사님이 신자로 개명을 권해서 주신자로 바꿨다. 이름을 지어준 부모도 그렇고 주위에서도 수십년간 이것을 지적해준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 놀랍다. 너무도 간단한 일인데 말이다.
공자의 정치철학을 한마디로 줄이면 정명사상正名思想이라고 한다. 군군 신신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다. 한자의 함축성을 이처럼 잘 나타낼 수가 없을 것이다. 이처럼 개인이나 조직이나 바른 이름을 갖는 것은 국헌을 준수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개혁보수신당의 당명을 ‘바른정당’으로 지었다고 한다. 정은 政만이 아니라 靜, 情의 뜻을 가졌다고 한다. 방송에 나온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는) 좋은 이름이라고 덕담을 해준다. 그러나 실제 사용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 간다. 국회에서 “바른정당 00 출신 000의원입니다” 방송에서 “바른정당의 00의원이 발언했다”고 하면 듣는 사람이 어떻게 들릴까? 백년을 간다던 열린 우리당이 한낱 포말泡沫이 된 것처럼 되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창당과정에서 당명에서 ‘보수’를 빼기로 했다고 한다. 건국 70년이 되어가는 시점까지 자유, 민주, 공화, 국민이 당명이 들어간 정당이 많지만 ‘보수’가 들어간 정당은 없다. ‘진보’는 1950년대에 조봉암의 진보당은 있었으나 그 이외에는 별로 사용되지 않았다. ‘보수’나 ‘진보’는 정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나타내는데 분명한데 이를 내건 정당이 없다는 것은 한국 정치의 한계 내지 후진성을 보여준다. 개혁보수신당이 ‘보수’를 당명으로 내걸지 못하는 것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보존하고 구현하려는 정치인이 별로 없다는 것을 토로한 데 불과하다.
영국의 보수당은 본래 왕당파인 토리Tory였다. 토리가 Conservative Party가 된 것은 1834년이다. 토리와 쌍벽을 이룬 자유당은 향신鄕紳이 중심이 된 휘그Whig였다. 빅토리아 여왕 시절 보수당의 디즈렐리와 자유당의 글레드스톤이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했다. 보수당은 처칠, 대처 수상을 배출하였으며 오늘의 메이 수상도 보수당이다. 보수당은 기본적으로 중도우파다.
2004년 마이클 하워드 보수당 당수는 보수당 강령을 쉽게 풀이한 ‘16개 조의 공개서한’을 발표하였다. 그중 하나다. “나는 누군가 부자이기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이 가난해졌다고 믿지 않는다.”(I do not believe that one person’s poverty is another’s wealth)
보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한다. 사회민주주의에 입각한 서구의 복지국가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바른정당’이 김대중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과 노무현 대통령의 10·4 공동선언을 존중한다고 선언했다. ‘바른정당’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북정책의 외연을 넓히고자 하면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한다고 해도 될 텐데 6·15와 10·4선언을 말하는 것은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도, 6·15와 10·4 공동선언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정치인들이여, 부단히 공부하고 이름을 특히 잘 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