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오늘의 시] ‘낙엽 인사’ 홍사성

    일 년 내내 나무에 매달려 푸른 이파리 흔들던 단풍잎 바람 불자 낙엽으로 떨어지면서 인사말 건넵니다 그동안 보살펴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을은 이별도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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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여류: 시가 있는 풍경] ‘바람새’ 이병철

    바람 빛 맑은 십일월은 돌아가기 좋은 달이라고, 저 바람처럼 내 혼(魂)도 그리 맑으면 가볍게 떠날 수 있을 거라고. 가는 그날 아침도 미소 지으며 일어나 숨결 고요히 명상하고 내 고마움과 서러움의 인연들께 삼배(三拜)하며 그리움 고이 접어놓고 그렇게 떠날 수 있으면 하고 나는 말하고 다시 돌아온다면 바람이었으면, 꽃향기 실어 나르며 깊은 산사(山寺)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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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장기표 형·한기호 선생·그리고 나의 숙모님”···여류 이병철 시인의 ‘이별의 여정’

    오래 전에 나는 ‘바람 새’라는 시에서 “바람 빛 맑은 십일월은 돌아가기 좋은 달이라고, 저 바람처럼 내 혼(魂)도 그리 맑으면 가볍게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썼던 적이 있다. 십일월, 동짓달은 떠나기에도, 떠나 보내기에도, 떠난 이들을 추모하기도 좋은 달일지도 모른다. 그제 금요일엔 노겸 김지하 시인이 생전에 악어형이라 부르며 따랐던 고 한기호 선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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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 시가 있는 풍경] 다시, 저문 강에

    당신은 눈부신 아침을 보고 나는 노을 진 저녁을 본다. 당신은 지난날들을 보고 나는 남은 날들을 본다. 당신은 입가의 미소를 보고 나는 젖은 가슴을 본다. 당신은 처음인 양 보고 나는 마지막이듯 본다. 저문 강가에 기대어 흐르는 산을 본다. 당신의 깊은 눈을 본다. 당신 속의 나를 본다. 흐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어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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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11월’ 오세영(1942~ )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제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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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깊은 가을’ 이병철

    그대는 떠나고 나는 머문다. 한 대의 향을 피우고 그대를 생각한다. 창밖으로 가을이 저물고 있다. 세상을 향해 길 위에 나선 그대 오늘 저녁 머물 곳은 어디인가. 나의 몸은 집에 매여 있고 그대의 몸은 길 위에 있다. 존재를 위해 지은 집에서 내 존재는 소유 당하고 붙잡는 길 위에서 그대는 새롭게 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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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괜찮아’ 한강

    ​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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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 시가 있는 풍경] ‘칼에 베인’ 이병철

    칼이 놓여 있다 칼은 고요히 있고 내 마음엔 작은 전율이 있다 가만히 놓인 칼에 움직이는 내 마음이 베였다 벤 적이 없는 저 칼날에 베인 이 마음은 무엇인가 칼은 이미 없는데 베인 상처는 선연하다 누가 이 마음을 베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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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낙엽의 손을 잡고 떠나갔단다’ 최명숙

    비가 오더니 낙엽이 지고 낙엽의 손을 잡고 망설이던 사람들이 떠나갔단다 아직은 그 자리에 있어야 될 사람들인데 여기 섰든 저기 섰든 사람 사는 정을 가졌던 사람들 몸 안팎으로 아픈 이 계절에 낙엽을 따라 싸한 슬픔을 내려놓고 저만치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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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중앙주사실’ 김창수

    울지 마라 아이야 울지 마라 아가야 소아암 치료 받느라 그 여린 손과 팔에 주사바늘 꼽힐 때 자지러지는 너의 비명소리 선 자리에서 눈물 저절로 나오고 두 손 모아 기도가 절규로 나올 때 주여, 저를 데려 가시고 저 아이는 살려주세요 두 눈에 맺힌 눈물 끝이 없구나 주사실의 모든 환우들도 한 마음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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