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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와 음악] ‘베낀’ 허수경 “구름을 베낀 달/ 달을 베낀 과일”
구름을 베낀 달 달을 베낀 과일 과일을 베낀 아릿한 태양 태양을 베껴 뜨겁게 저물어가던 저녁의 여린 날개 그 날개를 베끼며 날아가던 새들 어제의 옥수수는 오늘의 옥수수를 베꼈다 초록은 그늘을 베껴 어두운 붉음 속으로 들어갔다 내일의 호박은 작년, 호박잎을 따던 사람의 손을 베꼈다 별은 사랑을 베끼고 별에 대한 이미지는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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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와 음악] ‘겨울꿈’ 유안진
비루먹은 말(馬)일수록 伯樂*이 그리운 법 산너머도 산은 있듯이 폭풍의 언덕을 넘어선 나이에도 폭풍은 다시 불까 깡깡 언 하늘에도 노을은 타들고 눈밭머리에도 싹이 돋는 쓴 냉이를 바라보다가 저 혼자 웃으며 고개 드는 꿈 하나. *백락 : 중국 전국시대 사람으로 말(馬) 감정가 – 한국대표시인100인선집 유안진 시선 <빈 가슴 채울 한마디>, 미래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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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음악] ‘겨울비’ 허유
마음은 춥고 사랑 가난할 때 겨울비 내리다. ? 저 창 너머 잡다한 인생의 관계들 이부자리 개듯 다독거려 정돈할 양으로 이 겨울비 한벌의 무거운 적막을 입고 내리다 ? 내 이제 그리운 마음 하나하고도 별거하고 잡아줄 따뜻한 손길마저 저 늙은 나뭇가지의 거칠음 같거니 ? 또 내세의 우물을 현세의 두레박으로 퍼 올리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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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와 노래] ‘국’ 최정례
외국에 나와서 제일 그리운 것은 국이다 국물을 떠먹으면서 멀리멀리 집으로 떠내려가고 싶은 것이다 너무 추워서 양파 수프를 시켰는데 쟁반만 한 대접에 가득 수프가 나왔다 김도 나지 않으면서 뜨거워 혀를 데었다 너무 짜고 느끼하고 되직해 먹을 수가 없었다 몇숟가락 못 뜨고 손들었다 국이란 흘러가라고 있는 것이다 후후 불며 먹는 동안 뜨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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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와 음악] ‘봄여름가을겨울’ 이설야
봄여름가을겨을 다시 겨울 겨울은 손목이 가는 눈발 ? 지난 겨울은 잘 있습니다 그때 내린 눈은 아직 다 녹지 못한 채 올해는 올해의 눈이 내립니다 ? 우리는 흩뿌려진 눈처럼 몇년째 만나지 못했습니다 역병은 거리의 불빛을 모두 잠재우고 햇빛도 모두 먹어치웠습니다 눈송이들은 눈송이들과 함께 흩어지면서 하염없이 내립니다 내리는 눈이 하나로 뭉쳐진다면 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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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월요일 아침’ 박노해
월요일 아침이면 나는 우울하다 찌부둥한 몸뚱이 무거웁고 축축한 내 영혼 몹시 아프다 산다는 것이 허망해지는 날 일터와 거리와 이 거대한 도시가 낯선 두려움으로 덮쳐누르는 날 월요일 아침이면 나는 병을 앓는다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로 나를 일으키는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엄중함 나는 무거운 몸을 어기적거리며 한 컵의 냉수를 빈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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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새책] 초상화 감상하며 세계사를 한눈에···미술평론가 김인철의
절대왕권 시대 가장 중요한 존재였던 국왕과 그를 둘러싼 왕실의 인물들은 그 존재만큼 이미지 관리도 중요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의 초상화를 심혈을 기울여 제작, 보존하였다. 국왕이나 왕실 인물뿐만 아니라 그들에 버금가는 정치적으로 비중 있는 사람들과 종교 지도자들도 초상화로 남게 되었다. 세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들의 초상화는 역사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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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와 음악] 오충 시인 ‘누가 죄인인가’-영화 안중근을 그리며
살을 에는 추위의 눈발 속에서 피로서 결의를 다짐했었다. 이 한목숨 바쳐 조국을 지키겠노라고 문갑 속의 패물을 쥐여주는 어미 남겨놓은 가족의 행복은 뒤로하고 떠나는 마음이 어찌 편하리오. 허기져 굶주린 배 채우는데 주먹밥 하나가 가당키야 하겠냐마는 누구 하나 배곯지 않은 사람 있겠느냐 기도 중의 폭발음은 진정 시험에 들게 하시며 죽임과 죽음 속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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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새책] 낯설고 매혹적인 ‘한숨에 읽는 호주 소설사’
<한숨에 읽는 호주 소설사>(장 프랑수아 버네이 지음, 장영필 옮김, 글로벌콘텐츠, 2022년 9월 20일 초판)는 “호주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호주 문학에 대한 기초적 정의를 세우고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나왔다고 저자와 역자 공히 말한다. 국내에 소개된 호주 소설도 매우 드문 현실에 비춰보면 <한숨에 읽는 호주 소설사>(A Brief Take on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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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문명교류학 개척’ 정수일 회고록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
깐수 정수일, 파란만장한 88년 “후회는 없다” 분단시대의 불우한 천재···실크로드학 정립 문명교류학 개척한 세계적 학자 2003년 4월 30일 단행된 석가탄신일 특별사면. 문규현 신부, 단병호 민노총 위원장 등 1400여 명이 사면·복권됐다. 특사 명단에 특이한 사람이 포함돼 있었다. 1974년 대남 공작원으로 선발돼 ‘무함마드 깐수’라는 이름으로 필리핀 국적을 취득한 뒤 1984년 남한에 잠입해 단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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