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나보다 남을 낫게, 상대보다 나를 낮게

손흥민에겐 겸손 퍼스트를 늘 일깨워준 아버지 손웅진이 계셨다.

출애굽기 30장

“너희의 생명을 대속하기 위하여 여호와께 드릴 때에 부자라고 반 세겔에서 더 내지 말고 가난한 자라고 덜 내지 말지며”(출 30:15)

한 인간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어떤 사람은 수억 원짜리 계약서로 자신의 몸값을 증명하려 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하찮게 여깁니다. 보험회사는 인간의 생명을 통계와 확률로 계산하여 가격을 매기고, 숫자로 환산된 가치를 기준으로 보상의 범위를 결정합니다.

3,500여 년 전 율법은 이스라엘 백성의 생명값을 반 세겔로 규정했습니다. 반 세겔, 현대 화폐 가치로 약 5,000원입니다. 너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 아닙니까? 생명의 가치를 가격으로 표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생명의 속전은 그 핵심이 금액의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의 가치가 동일하다는 데 있습니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주인이든 종이든, 그 값은 동일합니다. 부자라고 속전을 더 낼 수 없고, 가난하다고 면제되지도 않습니다.

어떤 이는 억만장자로 살아가고, 어떤 이는 길바닥에서 하루를 버팁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이도 있고, 사람들의 경멸을 받는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는 반 세겔이다. 네 옆 사람도 반 세겔이다.” 사람이 아무리 급을 나누어도, 하나님은 모두를 동급이라 하십니다.

고대 사회에는 생명의 값이 같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함무라비 법전이나 히타이트 법전을 보면 신분에 따라 목숨값을 달리 책정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완전히 다른 원칙을 제시합니다. 반 세겔의 법은 당시 사회의 통념을 뒤흔드는 선언이었습니다.

모든 인간의 생명이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는 이 원리는 현대 인권 개념의 원형입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족 가운데 뿌리신 반 세겔의 씨앗은 3,500년이 흐르는 동안 지구 전역으로 퍼졌고, 지금도 퍼지고 있습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속전]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

세상은 여전히 경제적 가치, 사회적 영향력, 업적으로 사람의 몸값을 평가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든 인간의 가치를 예수님의 목숨값으로 동등하게 동결시키셨습니다.

그런데 이 놀라운 복음의 원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인 원리가 하나 더 적용되어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동등하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오히려 의도적으로 차등을 두라고 말씀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경쟁심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하고, 자기보다 서로 남을 낫게 여기십시오.”(빌 2:3)

나보다 남을 낫게, 상대보다 나를 낮게 여기는 것을 통해서만 우리는 진정한 평등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아들에게 “겸손 퍼스트”를 늘 일깨워준 아버지 손웅진씨와 손흥민 선수가 나란히 달리고 있다.  

석문섭

베이직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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