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 칼럼] DMZ 대북방송이 한반도를 살린다
북한의 오물풍선 투척과 관련해 입 다물고 있는 국방부는 대북 심리전 스피커를 다시 켜야 한다. 북한의 자국 내 심각한 인권탄압 상황을 절대 모른 체 입 닫고 있는 우리도 문제다. 우린 1명의 군인 참사에 전 국민이 일어서 있다.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책동에 의한 오물풍선 투척이 대한민국 시민들의 상식과 교양을 시험하고 있다. 북에서 보낸 오물풍선은 쓰레기폭탄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그 수준을 보면 가관이다.
우리는 이에 맞서 대북 심리전 스피커를 재가동해야 한다. 대남방송은 북에서 먼저 했다. 남에서 대응해 대북방송을 했다. 1960년대 중반까지 북한 국력이 남한보다 우월했다. 유신독재는 수출로 베팅했다. 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중후장대 산업화정책이 후광효과를 냈다. 울산·포항·마산·구미는 젊은이로 붐볐다. 낙수효과로 시민의 삶은 쑥쑥 나아졌다. 가난해 없는 것 투성이인 나라에서 수출에 올인, 일자리 나라로 매진했다.
1년에 전국 상업고, 공업고, 기술고 졸업 청년들이 수십만명 배출돼 이 나라를 받쳐 주었다. 전 세계 최초로 1년 경제성장률 두 자릿수(13%)의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전두환 독재정부 1983년 기록이다. 전 세계에서 이 기록은 전무후무하다.
필자는 1986~88년 3년간 강원도 고성 DMZ에서 군복무를 했다. 이때 보직이 하루 4시간 정도 1km 건너 북 GP초소 심리전을 담당했다. 북한 인민군 군관과 이른바 ‘구라’를 떠는 거였다.
북 심리전 군관들은 김일성종합대나 김형직사범대 출신이다. 김책공대는 이과라 말발이 약하다. 이들이 북한의 3대 SKY이다.
북 GP를 고성능 망원경으로 관찰하면 말 그대로 가관이다. 군수 보급이 없으니 전부 농사를 짓고 스스로 빨래하며 자기들끼리 군기 잡곤 했다. 초소 시설도 남루하다. 남쪽으로 전기 흐르는 철책이 몇겹 있다. 이건 탈북자 방지 목적이다. 엊그제 북한은 지뢰를 더 심고 고압철책선 더 높였다.
김정은은 남쪽 심리전을 두려워 한다. 자신의 독재왕국에 남쪽 문화사상이 스며드는 걸 가장 겁내 한다. 이는 곧 자신 왕족의 균열이기 때문이다. 북의 MZ세대가 휴전선 250km 전선에 근무한다. 남의 대북 스피커는 북 스피커를 10배 이상 압도했다. 지금은 100배 이상도 가능할 것이다. K뮤직을 틀어주기 바란다. 심야시간 낭랑한 한국 표준어로 아름다운 시를 찬찬히 방송하기 바란다.
김정은 체제는 절대 비판하지 않기 바란다. 대한민국의 시사뉴스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라. 야당 독주 이재명 대표 관련 소식, 손흥민 골인 소식 알려주기 바란다. 적을 비판하지 말고 우리 것만 제대로 알려주기 바란다. 이게 심리전의 승리 요소다.
필자의 심리전 때는 특별히 스피커를 통한 대면작전을 했다. 그 지점이 휴전선 몇 곳에 불과했다. 가깝기 때문에 적의 구두 반응을 통해 북을 ‘감정’하기 좋았다. 직접 마이크로 1km 떨어진 북의 군관과 말씨름을 한 것이다. 나는 리버럴이고 상대편은 교조적이고 상투적이며 판에 박혀 있었다. 서로의 언사가 체제를 반영했다. 나의 풍기문란한 목소리가 비무장지대 밤하늘에 쩌렁쩌렁 북으로 번지는 것을 제일 두려워했다. 그래서 나를 막으려고 북한의 상대는 언제나 튀어나와 내 말을 잘랐다.
국방부는 인민군 집중 배치 지점에 이동형 심리전단 몇 포지션을 운용하기 바란다. 방탄 블핑 뉴진 등 심야 음악방송을 편성하기 바란다. 한국어의 아름다운 문맥 낭독 방송도 좋다. 분단 75년이니 북 청년들은 한국어 뉘앙스 모른다. 맘속으론 서울말 정말 배우고 싶어 한다. 서울이 전하는 세계뉴스 듣고 싶어 한다. 탈북주민들의 가장 큰 컴플렉스가 자신의 북한 언어다.
국방부는 앞뒤 눈치 보지말고 밀고 나가기 바란다. 대남 쓰레기폭탄 치우지만 말고 대북 심리전으로 북의 MZ 청년들을 구출하기 바란다. 국방부가 소심하면 국민이 소심해진다. 그러다 끝장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