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규의 시선] “눈길 머무는 곳마다 생명의 핏줄이”
“날 좀 보세요”
숨을 헐떡이며 오른 산행길에 작은 야생화들과 눈이 마주쳤다.
파란 현호색
보라 제비꽃…
오랜만에 사진기자산악회 동료들과 함께한 전북 부안 내변산 산행길이다.
통일신라때 부설거사가 세운 월명암에 들어서자 펑키스타일의 삽삽개가 먼저 반긴다.
극심한 봄가뭄에도 내변산 명소 직소폭포는 장엄한 물줄기를 쏟아낸다. 그 옆으로 오색영롱한 빛줄기가 축복처럼 함께한다.
후근달아 오른 발을 개울에 담그니 뼈속까지 청량함이 전해온다.
아가손 같은 새싹들의 응원속에 아빠등에 올라탄 아이는 신이났는지 연신 두팔을 벌려 하늘을 바라본다.
누군가의 소원이 담긴 돌탑, 바위에 핀 버섯꽃…
가만히, 자세히…
무심히 지나쳤던 주변의 것들이 하나 둘 말을 걸어온다.
눈길 머무는 곳마다 생명의 핏줄이 돈다.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