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치매 부부의 아침식사

참다운 부부의 정이란 무엇일까? 치매에 걸렸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사진은 부부의 날인 2019년 5월21일 오후 서울 노원구 경춘선숲길공원을 찾은 노부부 산책 모습을 <베이비뉴스>가 찍었다.

내겐 치매(알츠하이머, 癡?)가 가장 두려운 존재다. 치매는 누구나,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이 ‘노인성치매’다. 치매는 치료해야 하는 본인은 물론, 주위 가족들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65세 이상 전체 치매환자 가운데 여성 치매환자 비율이 약 64%로, 남성에 비해 더 높다.

어느 병원장이 전하는 안타까운 치매 부부의 정을 소개한다.

유난히 바쁜 어느 날 아침에 나는 보통날보다 일찍 출근했는데, 80대 노인이 엄지손가락 상처를 치료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환자는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9시 약속이 있어서 매우 바쁘니 상처를 치료해 달라고 병원장인 나를 다그쳤다.

나는 환자를 의자에 앉으라고 했고, 안절부절 초조해 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직접 치료해 드리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서두르시는 걸 보니 혹시 다른 병원에 또 진료 예약이라도 있으신가 보죠?” “아닙니다. 원장님! 그게 아니고 요양원에 입원해 있는 제 아내와 아침식사를 매일 같이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다시 노신사에게 물었다. “부인의 건강상태가 어떠하신데요?” “예, 부끄럽기 짝이 없는 말씀이지만, 제 아내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요양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약속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으시면 부인께서 많이 언짢아 하시나 보죠?” 그런데 의외로 뜻밖의 말씀이 나왔다.

“아닙니다, 원장님! 아내는 남편인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지 벌써 7년이 넘었습니다.” 깜짝 놀라 다시 물었다. “부인께서는 선생님을 알아보지 못하는데도 매일 아침마다 정해진 시간에 요양원에 가셔서 아내와 아침 식사를 같이 하신다는 말씀입니까?”

노신사는 인자하면서도 부드러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면서, 내 손을 살며시 잡으며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아내는 남편인 나를 몰라보지만, 나는 아직 아내를 알아보거든요. 원장님!” 노신사가 치료를 받고 병원을 떠난 뒤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오늘 그 노신사를 통해 부부의 정이 무엇인지, 사랑의 참된 모습, 진실한 사랑을 발견한 것 같아 진한 감동을 느꼈다. 참다운 부부의 정이란 무엇일까? 치매에 걸렸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오래 전 병문안을 드려야할 곳이 있어 어느 병원 6인실을 찾은 적이 있다. 암환자 병동이었다. 그런데 환자를 간호하는 보호자는 대부분 환자의 아내였다.

옆의 여자 병실도 환자를 간호하는 보호자 대부분이 할아버지가 아니면 아내를 간호하는 남편이었다. 늙고 병 들면 자식도 다 소용없는 것 같다. 곁에 있어줄 존재는 오로지 아내와 남편뿐인 듯하다. 부귀영화를 누리며 천하를 호령하던 이들도 종국에는 곁에 있어 줄 사람은 부부밖에 없다.

오늘 저녁에는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혹 한쪽이 못 알아보기 전에 “여보 사랑하오! 그간 고생했소!” 두 손 마주 잡고 고백해 두면 좋을 것 같다.

원불교 교리에 ‘부부의 도’ 네 가지가 있다.

첫째, 화합(和合). 부부가 서로 경애하고, 그 특성을 서로 이해하며, 선을 서로 권장하고, 허물을 서로 용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을 서로 도와서 끝까지 알뜰한 벗이 되고 동지가 된다.

둘째, 신의(信義). 부부가 서로 그 정조를 존중히 하고 방탕하는 등의 폐단을 없이 한다. 그리고 세상에 드러난 대악(大惡)이 아니고는, 어떠한 과실이라도 관용하고 끝까지 고락을 함께 한다.

셋째, 근실(勤實). 부부가 서로 자립하는 정신 아래 부지런하고 실답게 생활한다. 넉넉한 가정을 이룩하며, 인륜에 관한 모든 의무를 평등하게 지켜 나간다.

넷째, 공익(公益). 부부가 합심하여 국가나 사회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서로 충실히 이행한다. 그리고 자선사업이나 교화, 교육, 사업 등에 힘 미치는 대로 협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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