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의 ‘크리튜버’ 출사표···역사학자 이덕일과 ‘종횡무진’ 유튜브
종합문화콘텐츠 비평·기획으로 영화와 역사를 모두 탐하다
[아시아엔=전찬일 크리튜버, 영화비평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아시아엔> 대중문화 전문위원] 윤여정 선생의 입을 빌지 않더라도, 정말이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다지 많은 나이는 아니겠으나, 어느덧 환갑을 맞는 필자의 삶에 절대 상수로 자리 잡은 그 무엇이 다름 아닌 개인 유튜브 채널이기 때문이다. 4월 19일 개국한 ‘크리튜버 전찬일TV’다.
바야흐로 유튜브가 대세가 돼버린 시대에 그게 뭔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여기저기서 권유받았고 투자 제의까지 받았으면서도 한사코 거부했던 터라, 유튜브 세상에 전격 뛰어든 것은 내게 상전벽해와 같은 대변화인 것도 사실이다.
지난 2월 중순,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발행하는 계간 <현대비평> 봄호에 문화 비평 ‘평론의 죽음? 영화비평가 전찬일의 크리튜버 출사표’를 보낸 것도, 전찬일TV 출범에 맞춰 그 이유를 굳이 찍어 발표한 것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현대비평> 원고를 바탕으로 이 원고를 쓰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한데 ‘크리튜버’라니 대체 무슨 뜻일까? 그것은 평론가 Critic과 유튜버 Youtuber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CriTuber)다. 대단할 건 없어도, 전 세계에 크리튜버를 표방한 유튜버는 필자 하나일지라, 독보적이라고 자평해도 될 성도 싶다. Critic은 창의적 Creative로 대체돼 CreaTuber라 일컬어져도 무방할 게다.
전찬일TV 첫 프로그램은 소띠 동갑내기 역사학자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과 함께 촬영·진행하는 ‘전찬일 이덕일의 종횡무진: 영화와 역사를 탐하다’다. 2003년 ‘청소년 관람불가’로 3백만이 넘는 관객을 불러모은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감독)와 280만에 근접한 <황산벌>(이준익)의 잇단 성공을 기해, 1960년대 초반의 화양연화를 재연하며 ‘역사영화 붐’이 다시금 일기 시작한 이래 줄곧 역사의 문제는 한국영화에서 주요 이슈로 자리매김 돼왔다는 판단에서다.
실은 그 정도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적잖이 휘청거리고는 있으나, 역사영화는 가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장 1760여만명이라는 대기록으로 역대 흥행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명량>(2014, 김한민)부터가 그 범주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5)와 추창민의 <광해, 왕이 된 남자>(2012)까지, 총 19편의 국산 천만 영화 가운데 3편이 본격적 의미에서 팩션(Faction=Fact+Fiction) 사극이다.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천만 영화들 중 (심층)역사적 시선·해석이 요청되는 영화들은 저들만이 아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천만 영화인 <실미도>(2003, 강우석)와 <태극기 휘날리며>(2004, 강제규)는 말할 것 없고 <변호인>(2013, 양우석), <국제시장>(2014, 윤제균), <암살>(2015, 최동훈), <택시운전사>(2017, 장훈) 등도 마찬가지다. 한결같이 문제적 한국현대사와 연관돼 있지 않은가. “천만 영화들만도, 한국영화만도 아니다. 시기나 국적을 불문하고 역사라는 프레임과 문제틀(Problematics)로 조망하면 할 말은 더욱 많아지고,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종횡무진은 그동안 짧게는 2회 길게는 4회에 걸쳐 특집성으로 총 8가지 주제를 짚었다. 첫 탄으로 윤여정, 스티븐 연, 한예리 조연·주연의 <미나리>(리 아이작 정)를 통해 이른바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슈를 3회에 걸쳐 톺아봤다. 이준익의 신작 <자산어보> 3회, ‘미얀마 항쟁’ 2회, <아들의 이름으로>(2020)의 이정국 감독 초대석까지 포함해 ‘5·18 영화’ 3회, <동학란>(1962, 최훈)에서 <개벽>(1991, 임권택)과 <동학, 수운 최제우>(2011)까지 동학 관련 영화 2회가 그 뒤를 이었다.
동학 영화는 2회가 더, <광대: 소리꾼 감독판>의 9월 개봉에 맞춰 2회에 걸쳐 감독 ‘조정래 특집’이 업로드됐다. 최근 6.25 71주년을 맞아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전> 등 ‘6·25 특집’이 나가고 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두달 열흘이라는 짧은 기간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수는 아니라지만, 구독자 수는 2800명이 채 되질 않는다. 실제 시청 수나 시간은 더 초라하다. 예의에서인지 개국 인사야 4000뷰에 달하나 다른 본방송의 경우 최다는 2130여회, 최저는 136회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희일비는 하진 않으련다. 자극적 재미에서는 밀릴지언정, 고질의 교양·교육적 콘텐츠로서 장기승부를 걸 참이다.
한국, 아니 세계 유튜브 역사에 길이 남을 명품 프로그램으로. ‘동지’ 이덕일과 더불어, “비평가이자 기획·연결자로서 할 수 있는 시도, 해야 할 사명, 하고 싶은 도전을 감행하려는 것이다.”
종횡무진이 자리를 잡으면,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가능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확장시켜 나갈 예정이다. 목하 편집 등 내 유튜브 작업에 힘을 쏟고 있는 20여년 사회 제자와 함께 그 프로그램들을 기획·제작 준비 중이다. 모 유력 회사에 모종의 야심적 기획을 제안해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내 관심은 영화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장기적 욕심(?)은 오페라까지 포함하는 문화콘텐츠 전반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특정 콘텐츠에 대한 소개·비평 외에도 화제의 관련 전문가들을 초대하거나 찾아가, 그들의 안팎을 두루 조명하고 싶은 것이다.
이쯤 해서 물어보자. 그렇다면 나는, 크리튜버로서 무엇을 목표하는 것일까. “비평가로서의 활로 모색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돈벌이와는 거리가 먼, 나를 포함한 대다수 평론가들과 으레 비즈니스가 주목적인 유튜버 사이의 이런저런 간극을 다소나마 좁히고 싶은 것도 작지 않은 바람이다. “목표를 위해 그 외연을 한층 더 확대시킴으로써, 비평의 유효성을 제고시키고픈 바람이 크다. 평론이 죽은 것이 아니라 그 방향·지향·목표점이 변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면 과욕일까. 그와 관련해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개별 영화에 대한 리뷰가 아니라 해당 감독에게나 대중 관객에게 그 감독의 생명력 가득한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다.”
더 큰 욕심도 없지 않다. 종횡무진은 말할 것 없고 유의미한 양질의 프로그램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세상에 선사하는 것이다. 지식 노동자로서 인류를 위해 무엇인가 유의미한 흔적을 남기고, 후회 없이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