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9급공무원서 교육부차관까지 ‘이기우의 행복한 도전’은 계속된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자서전은 종종 과장되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선거 출마를 앞두고 나오는 자서전은 자화자찬에 쏠리기 십상이다. 그런데 필자는 최근 솔직하며 겸손하게 쓴 자서전을 발견했다.

교육부차관과 인천재능대 총장 등을 지낸 이기우씨의 <이기우의 행복한 도전>(알파미디어 2019년 10월 25일 1쇄 발행)이 바로 그것이다. 책이 나온 지 열흘 남짓한 작년 11월 15일 저자가로부터 책을 받고 100일쯤 지난 3월 6일 밤 첫 장부터 393쪽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어갔다.

이기우의 행복한도전

이후 지난 27일까지 모두 4번 읽었다. 쪽마다, 문장마다 혹은 단어마다 읽을 것으로 꼼꼼히 채워졌다. 필자의 독서습관대로 처음엔 빨간색 볼펜에 이어 검정색과 푸른색볼펜 마지막으로 빨간 색연필로 밑줄을 쳐갔다.

이 책은 이해찬 36대 국무총리, 김황식 41대 국무총리, 박성훈 인천재능대 이사장 등 3명이 추천사를 썼다.

“이 총장이 국무총리 비서실장에서 교육부차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난 후에도 그를 대신할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오죽하면 내가 총리 옷을 벗을 때까지 비서실장을 공석으로 남겨두었겠는가. 이 총장 주위에는 사람이 많다. 매우 원활하게 소통한다. 그가 일을 잘 할 수 있는 배경도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 애정에서 비롯되었다…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공무원. 내가 교육부장관 시절에 했던 말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다시 생각해도 맞는 말이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이기우 총장은 교육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전문적 지식으로 교육개혁협의회 운영에 큰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예의바르고 따듯한 성품으로 사람들을 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삶은 한마디로 끊임없는 탐구와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교육전문가로서 만 3세에서 5세 아동누리과정 도입, 학교폭력근절 범정부종합대책, 대학입학 특별전형개선, 교권보호 종합대책 등 다양한 교육정책을 마련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김황식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

“14년 전, 이기우 총장이 취임할 때 나는 대학경영의 전권을 줄 테니 좋은 대학을 만들어주라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명품 인재와 명품 대학의 비전을 제시하고 학교를 정비해나갔다…학교의 모습이 날로 달라져갔다. 취업률 수도권 1위, 세계적 수준의 대학선정 등 9관왕에 이르며 전국에서 가장 벤치마킹을 많이 오는 대학이 되었다. <이기우의 행복한 도전>을 통해 진실, 성실, 절실의 삼실철학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흥미롭게 읽었다.”(박성훈 재능그룹 회장)

저자 이기우는 이 책을 내기로 결심한 이유를 세가지로 들었다. 하나는 이 시대 청춘들을 향한 격려와 위로다. 또다른 이유는 자신의 삶을 객관화시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인간의 가장 높은 지능은 바로 자기 객관화”라고 그는 말한다. 세번째 이유는 자신 삶의 의미있는 국면을 열어 준 소중한 분들에게 감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맨몸으로 한파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주신 부모님, 유년시절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신 고향 연초중학교 이명걸 선생님과 김명진 선생님, 부산고등학교. 교육부, 국무총리실, 교직원공제회, 인천재능대에서 동고동락했던 분들과의 추억을 반추해보면서 그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다고 했다.

필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 몇 대목 소개한다. 9급 공무원 초년, 거제교육청 서무계 서기보 당시 그는 마음을 딴 곳에 두고 일은 뒷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날 출근해보니 그의 책상이 사라졌다. 그의 성실하지 못한 태도에 상사가 서무계에서 시설계로 전출시킨 것이었다. 거기서 하는 일은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서류 베껴쓰는 일이 전부였다. 사실 그 일은 나가라고 하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 때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책상이 사라진 일은 나에게 충격인 동시에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해지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참회하는 심정으로 매일 책상에 정자세로 앉아 서류를 배껴썼다… 그 뒤로 정말로 3개월간 화장실 가는 시간만 제외하고 정자세로 앉아서 서류 베껴쓰는 일만 했다… 나에게는 그 3개월이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뒤에 내 성실한 공무원 생활은 서류를 베끼던 그 책상 앞의 반성과 마음가짐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상이 사라진 그 날은 내가 진짜 공무원으로 태어난 첫 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끔 나에게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고졸 출신인데 행정고시 출신들이 가득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려운 점은 없었다. 편견에 근거한 것이니 질문부터가 잘못됐다…일을 철저하게 하다 보니 어디서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 있었다. 자리가 정해지면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보니 고시 출신보다 승진이 빨랐다…성실한 자는 준비된 자이고, 준비된 자는 믿음을 얻는다. 그 믿음이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한편 ‘부탁하지 말고 도움을 주어라’는 제목의 장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공무원으로서 정부의 행정과제나 예산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의원들을 밤낮 가리지 않고 만나왔다. 오랜 경험을 통해 나는 ‘국회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는데, 비결이 있다. 국회의원을 만날 때 부탁하는 사람이 아닌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서 만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국회의원 입장에서 공무원을 상대할 때 공무원보다 더 많은 지식이나 자료를 가지고 있어야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어갈 수 있다. 국회의원에게 자료를 제한적으로 제공하면서 우리 쪽에 불리한 정보는 아예 제공하지 않고 무조건 읍소하는 식이 좋을까? 아마도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국회의원이 자기 논리를 펼칠 수 있도록 자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우리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줄 수 있는 수준까지 자료를 만들어서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자료를 완벽하게 준비하고 부족한 부분까지 다 알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 다음엔 어떤 일이 생길까? 국회의원은 오히려 해당 공무원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정책의 동반자가 될 준비를 한다.”

그는 “상대를 감동시킬 때까지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삼세번은 상식이고, 그 흔한 상식에 마음을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만남의 횟수가 다섯 번 여섯 번 늘어날수록 상대의 생각은 더 달라진다. 이기우를 통하면 안돼는 일이 없다고들 한다. 왜 그럴까? 민원요청이 들어왔을 때 일이 잘 풀릴 때보다 잘 풀리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언제나 그렇다. 잘 될 때보다 잘 안될 때가 더 중요하다. 안되면 왜 안되는지, 어떻게 해야 만회할 수 있는지 마치 의사가 수술하듯이 진단하듯 알려준다. 따라서 ‘이기우가 못하면 정말 할 수 없는 일’이다라는 말은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이기우의 좌우명 중 하나는 ‘하루가 인생의 전부’다. 그는 예전의 자신을 죽이며 금세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현실을 인정하니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감사의 마음은 바위에 새기고, 원망의 마음은 흐르는 물에 새겨야 한다”고.

이 책 구성은 다음과 같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하다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공무원 △새로운 길, 인천 재능대학교의 기반을 다지다 △일등 대학으로 비상하다 △대한민국 교육의 큰 틀을 만들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다 등 6개장 78항이다.

책 끝머리에서 그는 이렇게 평가받길 바란다고 했다. “이기우 주변에는 늘 사람이 있더라.” “교육이 희망이다.”“사람이 희망이다.”

다음은 그를 잘 설명하는 단어 및 문자들이다.
고졸 신화, 공무원 신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공무원, 4선 총장 신화, 발 치수 320mm 교육계 마당발, 이기우가 못 하면 할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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