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왕과 강태공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는 ‘네가지 팁’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때를 알고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어떤 성숙함이 엿보인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 우리들의 카페 ‘덕화만발’이 문을 연지 10년이다. 만약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조급하게 마음을 먹었다면 아마 오늘날의 덕화만발 카페는 존재하지 못했을 거다.
기다리는 마음에는 세상의 순리(順理)가 담겨 있다. 최선을 다하며 ‘지성여불’(至誠如佛) 정신으로 달려왔기에 오늘날이 있는 것 같다. 서두름의 끝은 절망이나 낙담이다.
서두르다 스스로 무너지는 사람은 시절인연(時節因緣)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때를 알고 기다리는 사람은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그들은 최선을 다할 뿐 결과를 예단(豫斷)하지 않는다.
송(宋)나라 태종 때 강직하고 후덕했던 명재상 여몽정(呂蒙正, 944~1011)이라는 분이 있었다. 그분의 글에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구름이 있고, 사람은 아침저녁에 있을 화와 복을 알지 못한다. 지네(蜈蚣)는 발이 많으나 달리는 것은 뱀을 따르지 못하고, 닭은 날개가 크나 나는 것은 새를 따르지 못한다. 말은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으나 사람이 타지 않으면 스스로는 가지 못하며, 사람은 구름을 능가하는 높은 뜻(志)이 있어도 운(運)이 따르지 않으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강태공의 ‘곧은 낚시’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절인연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사냥을 나갔는데 그날 따라 한 마리의 짐승도 못 잡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실망한 문왕이 강가를 지나가다가 웬 노인이 낚시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문왕이 노인에게 말을 건넨다. “낚시를 즐겨 하시나 봅니다.” 그러자 노인이 대답했다. “일을 함에 있어 군자는 뜻을 얻음을 즐기고, 소인은 이익을 얻음을 즐깁니다. 낚시질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며 지금 저는 고기를 낚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눈에 비범한 사람임을 알아챈 문왕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낚시질하는 것이 정치의 무엇과 비슷한지 말해줄 수 있소?” 노인이 다시 답했다. “낚시에는 세 가지의 심오한 이치가 숨어 있습니다. 첫째는 미끼로써 고기를 낚는 것인데 이는 녹(祿)을 주어 인재를 취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둘째는 좋은 먹이로써 더욱 큰 고기를 낚을 수 있는 법인데 이는 인재에 녹을 많이 주면 줄수록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충성스런 신하가 나오는 이치와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물고기는 종류에 따라 요리법이 다르듯 인재의 성품과 됨됨이에 따라 벼슬을 달리 맡기는 이치와 같습니다.”
강태공은 나이 72세에 처음 문왕을 만났으며, 문왕은 그를 태공망이라 칭하며 국사(國師)로 봉했다. 그가 바로 세월을 낚던 ‘강태공’이다.
강태공과 문왕의 대화를 살펴보면 나라를 다스리고, 대업(大業)을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몇 가지를 추려 보자.
첫째, 이익은 나누는 것이다. 문왕이 물었다. “어떻게 민심을 배양하고 나라를 다스리면 천하 만민이 귀속하여 복종하겠습니까.”
태공이 답한다.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에 삶을 이어받은 만민의 천하입니다. 그런 천하의 이득을 천하 만민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가진 군주는 천하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천하의 이득을 자기 혼자 독점하려는 자는 반드시 천하를 잃게 됩니다.”
둘째, 나라의 흥망은 하늘에 있지 않다. 문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이 세상은 넓고 아득하여 한번 흥하면 한번 쇠하고, 한번 잘 다스려지면 한번 어지러워지는데, 그렇게 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그 임금이 어질고 똑똑하지 못한 것이 같지 않아서입니까? 아니면 하늘의 시운변화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태공이 대답한다. “임금이 똑똑하지 못하면 곧 나라가 위태롭고 백성은 혼란하며, 임금이 어질고 훌륭하면 곧 나라는 편안하고 백성은 잘 다스려지는 것입니다. 화와 복은 임금에게 달려 있는 것이지 하늘의 시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셋째, 저절로 다스려지는 무위(無爲)의 정치를 하는 것이
다. 문왕이 물었다. “옛날 요(堯)임금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습니까?”
태공이 답한다. “요임금은 부역을 시킴으로써 백성의 밭 갈고 베 짜는 시간을 빼앗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다듬으며 뜻을 제약하여 백성의 일에 일체 간섭하지 않고, 천하가 저절로 다스려지는 무위로 정치하셨습니다.”
넷째,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다. 문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원컨대 나라 다스리는 데 크게 힘써야 할 일을 들려주십시오. 임금을 존엄하게 하고 백성이 편안하게 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태공이 대답한다. “백성을 이롭게 하고 해롭게 하지 말며, 이루게 하고 실패하지 않게 하며, 살게 하고 죽게 하지 말며, 주어야 하고 빼앗지 말아야 하며, 즐겁게 하고 괴롭게 하지 말며, 기쁘게 하고 노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경륜을 닦고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업을 성취함이 이와 같다. 지금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이나 큰 꿈을 품고 무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서두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