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DMZ③] “휴전선 일대에 국제기구 유치를”

DMZ에 남북을 잇는 철도와 도로에 연하여 국제기구를 설치한다면 철저히 봉쇄된 남북한 왕래에 작은 물꼬라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국제기구들은 DMZ라는 의미있는 곳에서 나름의 설립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적극 전개할 수 있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군 비무장지대 옛 장단역 구내에 있던 증기기관차 화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전쟁 발발 74년…한반도 허리를 가르고 있는 DMZ(비무장지대)는 말없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휴전 71년 남북한은 일면 대화 속에서도 갈등은 여전하다. DMZ,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아시아엔>은 육사교수 시절 DMZ 현장을 횡단하며 ‘활용법’을 연구한 박영준 현대건설 상무의 글을 세 차례 나눠 싣는다. <편집자>


“모든 길은 2000년전 로마에서 21세기 DMZ로 통한다”

독일에는 ‘뫼들라로이트’(Mödlareuth)라는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 있다. 두 개의 행정구역을 가진 이 마을은 ‘작은 베를린’으로 불리며 세계적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때 독일 분단의 상징이었던 이 마을이 이제는 독일 통일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전체 주민이 50명 남짓이지만, 해마다 1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마을을 찾고 있다. 분단과 재통일이 독일 역사교육과 함께 지역경제에 엄청난 활력이 된 것이다.

뫼들라로이트 외에도 냉전 시기 동서독을 나누었던 1,393km의 국경선에는 최북단 국경통과소가 있던 발트해 연안의 뤼벡(Lübeck)의 쉴루툽(Schlutup)에서부터 체코슬로바키아 국경에 맞닿은 미텔함머(Mittelhammer) 사이에 9개 도로와 7개의 철도가 관통하는 마을들이 있다. 이들 마을에 도로와 철도에 연하여 세워진 여러 박물관과 기념비 등에도 수많은 이들을 찾아오고 있다.

한반도 역시 약 250km의 군사분계선에 열차가 달릴 수 있도록 문산(南)에서 개성(北)을 잇는 경의선, 강릉(南)에서 속초(南), 제진(南)을 거쳐 금강산(北)까지 이어지는 동해선이 놓여있다. 동시에 차량 통행을 위한 도로를 두 철도와 나란히 닦아 놓았다. 서해선은 목포(南)에서 신의주(北)까지 이어지던 ‘국도 1호선’, 동해선은 부산(南)에서 온성(北)까지 이어지던 ‘국도 7호선’의 일부 구간들이다.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였던 철원(南) 화살머리 고지에도 DMZ를 관통하여 북한까지 이어지는 폭 12m의 군사도로가 뚫렸다. 이 도로는 남해(南)와 초산(北)을 이어 한반도 중앙을 관통하는 ‘국도 3호선’의 일부이다. 이 외에도 경원선(철원), 금강산 전기철도(김화) 등 한때 철마가 달리고 싶었던 철도 흔적이 여럿 있다.

한편, 도로와 철도가 남북을 잇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독일과 많이 다르다. 독일은 동서독 간 왕래가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우리는 거의 단절되어 있다. 인프라를 통한 남북교류, 나아가 통일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없어 안타깝다. 남북을 잇는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이를 통해 남북교류를 활성화하여 통일을 앞당길 수는 없을까? 해답으로 DMZ를 관통하는 철도와 도로에 연하여 중립적 성격의 국제기구 유치를 제안한다.

우리가 알고 혹은 모르는 사이에 우리나라에는 적지 않은 국제기구가 들어와 있다. GCF(녹색기후기금), GGGI(글로벌녹색성장기구), IVI(국제백신연구소) 등은 본부를 우리나라에 두고 있다. 북한 사회의 인권 개선을 목표로 하는 OHCHR(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처럼 북한사회를 직접 겨냥하는 국제기구, 해마다 철새가 오고가는 DMZ에서 큰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도 본부를 우리나라에 두고 있다. UNESC(유엔경제사회위원회), UNCITRAL(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 UNDRR(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국) 등은 동북아 혹은 아시아-태평양 중심국가인 우리나라에 지역사무소를 두고 있다. UNHCR(유엔난민기구), ION(국제이주기구), WFP(세계식량계획), UNICEF(유엔아동기금) 등과 같이 북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국제기구 지역사무소도 여럿 있다.

DMZ에 남북을 잇는 철도와 도로에 연하여 국제기구를 설치한다면 철저히 봉쇄된 남북한 왕래에 작은 물꼬라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이 물꼬가 큰 물결이 되면 국제사회와 단절된 북한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제기구들은 DMZ라는 의미있는 곳에서 나름의 설립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적극 전개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수행하는 국제기구가 통일 한반도를 준비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해줄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우리는 DMZ를 국내외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DMZ 생태공원은 우리 국민들에게 통일의 기대를 새롭게 할 것이다. 남북이 힘을 모아 DMZ 역사유적을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사업은 하나의 뿌리를 둔 우리와 북한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다.

끝으로, DMZ를 관통하는 철도와 도로에 연한 국제기구 유치는 국제사회의 큰 관심과 지지를 얻어 세계평화와 인류번영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DMZ에서 출발하는 통일, 세계로 뻗어나갈 번영하는 대한민국의 내일을 열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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