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아시안게임 금메달 안세영을 코칭하면서 배운 ‘세계급 멘탈 되는 법’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금메달을 목에 건 안세영 선수가 꽃다발을 치켜들고 있다. <연합뉴스>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우승과 함께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안세영 선수를 작년 초 멘탈 코칭을 하면서 만났다. 배드민턴에서 멘탈은 정말 중요한 요소다. 특히 톱 수준에 들어간 선수들의 경우 체력과 기술을 기본 바탕으로 하여, 멘탈 게임을 하게 된다.

안세영 선수와 필자

이미 톱 수준 선수로 작년 필자에게 멘탈 코칭을 받은 안세영 선수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오묘한 매력의 선수’였다.
당시 안 선수는 갓 스무 살로 소녀티를 벗지 않은 앳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눠보면 유독 속이 깊고 생각이 많아 중견선수처럼 느껴졌다. 말 그대로 해맑고, 눈이 유독 반짝였다.

오직 운동에만 집중해서인지 떄 묻지 않은 순수함에 나도 모르게 미소 지어질 떄도 꽤 많았다. 무공해 같은 이 친구는 코칭 중에도 다소곳이 앉아 경청하거나, 예의바른 모범학생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모습이 결코 수동적인 학습자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 풋풋하고 청순한 소녀의 학습 열정은 정말 대단했다. 적극적인 경청과 호기심 가득한 태도는 코치인 필자의 역량을 압도하곤 했다. 안세영 선수는 자신이 궁금한 점은 납득이 될 때까지 질문을 통해 파고 들었고, 몸을 움직여 경험하는 멘탈코칭 때엔 완전히 몰입하여 온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무엇보다도 조용하고, 해맑은 안 선수가 연습장과 경기장에만 가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돌변한다는 점에서 나는 가장 놀랬다. 그것은 바로 여전사의 모습이었다.

압도하는 카리스마에 칼처럼 각이 잡힌 단호함과 강렬함이 온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시합에 나온 상대선수는 레이저 같은 그녀의 아우라에 경기 시작 전부터 제압되곤 했다.

평소 말이 없는 이 내향적인 아가씨는 시합에만 들어서면 승리에 굶주린 사자처럼 뛰어다니며 파이팅을 외치고, 눈물겨운 박빙의 승부에서 승리할 땐 거침 없이 포효하였다.

풋풋함과 성숙함, 순수함과 진지함, 주도성과 적극성 속에도 상대를 예의 있게 대하는 안세영 선수는 아주 상반되고, 대립된 이미지 속에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친구였다. 필자가 그녀에게 가장 감사했던 점은, 오히려 코치라는 직업으로 질문을 던지고 ‘최상의 멘탈’을 배운 경험이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 선수의 멘탈을 필자는 이렇게 관찰했다.

지난 8일 귀국한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이 인천공항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 자기 관리
안세영 선수는 자기 관리의 끝판왕이라고 나는 말하려 한다. 그녀는 삼성생명 선수단에서도 인정해 줄 정도로 자기 절제력이 대단한 친구다. 필자에게 멘탈코칭을 받을 당시에도 몸을 풀기 위해 새벽 수영을 자발적으로 빠지지 않고 했다. 날씨가 춥거나, 컨디션이 안 좋아도 무조건 새벽 수영을 했다.

전날, 회식이 잡히거나 늦게까지 모임 등으로 피로하고, 수면이 부족한 날에도 예외 없이 새벽 혼자 운동을 하는 친구가 바로 안세영 선수였다.

둘째, 성실성과 약속 준수
안세영 선수의 성실성은 필자가 가장 인정해 주는 부분이다. 안세영 선수는 모범적 학습자라고 말했는데, 학습에 있어 멘탈코칭은 단순히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 적극적인 체화형 학습으로, 무엇보다도 성과를 내야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매 세션에서 본인 스스로가 얻은 깨달음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한마디로, 과제 이행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선수들의 경우 강도 높은 훈련과 시합 등으로 지친 상태일 때는 쉽지 않다. 그런데, 놀랍게도 안세영 선수는 단 한번도 과제를 빼먹은 적이 없었다.

한번은 과제에 대한 답이 오지 않아, 해외훈련과 시합 일정으로 그러려니 했다. 솔직히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얼마나 고단한 일정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벽 2시에 안세영 선수한테서 문자가 왔다. “코치님. 죄송해요. 시차 적응으로 이제야 늦게 드립니다.”

멘탈 과제를 빽빽히 적은 그녀의 문자를 보는 순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열심히 하기 때문에 이런 선수가 안 되면 하늘의 법칙이 부정되는 것 아닌가? 그 새벽의 감동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빼어난 안세영 선수를 시기·질투하기보다 ‘정말 잘 되었으면’ 하고 응원하는 이유를 나는 그날 온 몸으로 알게 되었다.

안세영 선수와 필자

셋째, 강력한 목표의식
많은 사람들이 안세영 선수의 잠재력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해 한다. 그만큼 안세영 선수는 늘 배고파했다. 승리를 해도, 더 큰 승리를 원하며 안주하지 않는다. 훈련 양을 다 소화하고도 또 연습하며, 오로지 운동만 생각하는 그는 강력한 목표의식이 뚜렷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운동을 하는 목표가 무엇일까?
멘탈코치로서 말하자면, 그녀의 목표의식은 단순히 금메달, 올림피언이 아니다. 값진 승리를 통해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모습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꿈을 꾸고, 이루기를 바라는 본보기로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넷째, 집중력과 끈기, 그리고 침착함
강력한 목표의식을 달리 표현하면 집중력과 끈기다. 특히, 배드민턴에서 중요한 멘탈력은 집중력이다. 빠른 스피드와 랠리에서 집중력 있게 경기에 임하고, 실수를 해도 다시 집중력을 회복해서 끈기 있게 경기를 완수해야 하기 떄문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멘탈력도 바로 집중력과 끈기, 침착함이 우승을 이끈 힘의 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세영 선수

다섯째, 열린 마음의 학습력과 실행력
앞서 안세영 선수의 과제 이행력을 나눴다. 그 맥락에서 그녀의 실행력은 정말 눈부시다. 매 코칭을 시작할 때 어떤 실행을 했는지를 나누면, 필자가 만족할 수준을 넘어 더 많이 해왔다. 그리고 항상 직접 해보고 난 후 질문을 던졌다. 이 친구는 내가 새로운 것들을 과제로 내줄 때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하곤 했다. 단 한번도 그건 이런 상황 떄문에 안 되고, 저런 상황 때문에 못하며, 쉽지 않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여섯째, 겸손한 예의
끝으로 안세영 선수가 진정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동 재능이 좋고, 성실하며, 최선을 다해서 우승을 해도 인기가 없는 선수가 있다. 바로 사람 됨됨이와 겸양된 마음, 예의가 없는 경우다. 특히, 요즘 스포츠팬들은 선수가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인간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2, 3등을 해도 더 많은 지지와 응원을 받는 선수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안세영 선수는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정말 엄청난 훈련량에 운동에 헌신하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러울 정도다. 그런데, 훌륭한 인간성에 예의까지 바르니 많은 팬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필자와 코칭이 다 끝난 뒤에서 내가 문자 등을 보내면 반드시 답신을 보내왔다.

2023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단체 금메달리스트 김가은 선수(왼쪽)와 안세영 선수(오른쪽). 이들은 친자매처럼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안세영 선수는 천비키 코치, 김가은 선수는 박철수 국제멘탈코칭센터 대표가 각각 멘탈코칭을 담당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중에도 신경 쓸 일이 많고, 경황이 없을 텐데도 나의 응원 메시지와 축하 인사에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안세영 선수가 눈을 반짝이며 했던 말이 생각난다. “코치님. 많은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독 눈빛이 빛났던 이 소녀는 이제, 그녀의 꿈대로 대한민국과 아시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었다. 2024년 세계를 빛낼 별, 우리의 큰별 안세영 선수를 함께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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