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 언론] 김만배는 왜 ‘오래전 연락 끊긴’ 신학림을 수소문해 만났을까?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오른쪽)-김만배씨 <연합뉴스>

뉴스타파가 공개한 72분 ‘김만배-신학림’ 녹취 전문을 들어보면, 김만배가 신학림을 포섭하는 대화가 나온다.

김만배는 “이거 좀 잠잠해지면 고문료나 많이 가져가서 형(신학림) 편하게 살어. 고문. 부정한 회사 아니야. 알았지”라고 말한다. 자신이 대주주인 대장동 개발 회사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모시겠다는 제안이다(구속 수감 중인 박영수 전 특검도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은 바 있다).

김만배와 신학림은 같은 한국일보 계열사 출신이다. 둘 사이에 지속적인 친분이 있었던 것 같지 않다.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김만배는 ‘오래 전에 연락이 끊긴’ 신학림을 한국일보 기자들을 통해 어렵게 수소문했다고 말하고 있다.

왜 김만배는 오래 전에 연락이 끊긴 신학림을 어렵게 수소문해서 만났을까. 그런 그는 신학림 면전에서 “형은 경제적으로 재주가 없고 누구한테 삥 뜯지도 못하는 형이라 지금 되게 힘들 텐데 내가 해줘야 되는데…”라는 식의 아부성 발언까지 늘어놓았다. 그 자리에서인지 아니면 그 뒤였는지, 김만배는 신학림에게 ‘책 3권 값으로’ 1억6천여만원을 줬다. 일종의 통큰 매수였다.

김만배는 왜 하고많은 언론인들 중에 신학림에게 접근했을까. 정통 저널리즘에서 보면, 신학림은 언론인이라기보다 좌파 집회 현장의 단골인사다.

김만배가 신학림을 만났던 시점(2021년 9월 15일)은 ‘대장동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던 시점이었다. 김만배는 언론 보도 방향을 돌리거나 물타기를 해줄 수 있는 ‘언론계의 방패막이’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인물로 신학림을 골랐을 가능성이 높다.

언노조위원장과 미디어오늘 대표를 지낸 신학림이 좌파 성향 언론 생태계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좌파 언론 매체들은 권력과 밀착된 주류였다.

‘책값 1억6천만원’을 받은 신학림은 대선 사흘 전(2022년 3월6일)에 김만배에게 신세’를 갚았다. 이재명 정권만 들어서면 김만배가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신학림은 6개월 전에 나눴던 김만배와의 대화 내용중 윤석열 관련 부분을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이라는 제목으로 뉴스타파에 게재했다. 소개된 핵심 대목은 이렇다.

김만배: “ (대출브로커 조우형의 전언) 커피 한 잔 주면서 ”응 애기 다 들었어. 들었지? 가 인마“ 이러면서 보내더래.
신학림: ”그 누가? 아까 그 박00가 하는 검사가? 누가?
김만배: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당시 주임검사 윤석열이 대출브로커 조우형에게 커피까지 타주며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사건을 무마해줬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때 뉴스파타가 보도하지 않은 녹취 전문에는 다음과 같은 후속 대화가 있다.

신학림: 조우형은 가가지고 박00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온 거야? 아니면 윤석열하고 마시고 온 거야?
김만배: 아니, 아니, (조우형) 혼자. 거기서 타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 잔 어떻게 (검사와) 마시겠어. 갖다 놨는데 못 마시고 나온 거지.
신학림: 아니, 검사도 못 만나고 온 거야?
김만배: 아니, 검사를 만났는데
신학림: 검사, 누구 검사 만났는데?
김만배: 박00를 만났는데. 박00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 봐줬지. 그러면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 시키고, 부회장도 골인(구속)시키고…

브로커 조우형이 대검중수부에 들어가 만난 검사는 윤석열이 아니라 박00 검사였던 것이다. 검사가 직접 커피를 타 준 것이 아니라 조우형 혼자 검찰 직원이 타준 커피를 마시지도 못하고 나왔다. 조우형은 당시 윤석열 검사와 만난 사실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이 후속대화를 누락시켰다. 언론사에서 몇 달 밥만 먹어도 저지를 수 없는 짓이다. 이는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 누락’이라는 뜻이다.

신학림이 원래 그렇게 허위기사를 썼는지, 아니면 뉴스타파가 손을 댄 것인지 아직은 알 수없다. 어쨌든 신학림과 김만배는 ‘윤석열 커피’ 기사가 왜곡됐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둘은 가짜뉴스에 가담했거나 적극 동조한 셈이다.

뉴스타파에 게재된지 정확히 40분 뒤,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뉴스 링크를 올렸다(밤 10시 22분). 다른 언론매체에서 아직 이를 기사화하지 않은 시점인데, 이재명은 거의 빛의 속도로 이를 캐치해 “널리 알려주십시오. 적반하장 후안무치의 이 생생한 현실을…우리가 언론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올린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윤석열 커피’ 가짜뉴스를 싣고난 뒤 좌파 언론단체의 독려와 압박이었다.

MBC 제3노조의 성명서에 따르면, 이재명 캠프와 민주당이 해당 보도를 널리 알려달라고 연이어 독려하였고 좌파언론단체인 민언련은 2022년 3월 7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이 음성파일 보도를 하지 않은 채널A와 TV조선을 비난하는 조사결과를 뿌려 미디어스, 오마이뉴스를 통해 3월 7일과 8일 보도하게 하였다. 이는 좌파 언론 생태계의 상부에 있었던 ‘신학림의 효과’였다고 할 수있다.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뉴스타파>


*다음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녹취 중 윤석열이 나오는 부분이다.

김만배: (대출브로커 조우형이 말하기를) 형님, 제가 이렇게 수사받고 있는데 다른 기자분들이 해결 못 해주는데 형님이 좀 해결해 주세요. 그래서 “그래? 근데 형이 직접 가서 얘기하기는 어렵다. 내가 법조 오래 기자인데 내가 검사한테 가서 대검 가서. 내가 (검사들) 다 안다, 솔직히. 아는데. ‘(박)길배야, (조우형이) 내 동생이니까 해줘라’ 하면 어떻게 되겠냐? 내가. 돈 받고 해주는지 알지. ‘석열이형 (조우형이) 내 동생이야’. 이렇게 어떻게 하냐? 그 당시에 윤석열이 과장. 박길배, 모모의 남편이 주임 검사야. 그래서 박영수(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를 소개해줘 내가.

신학림: 조우형한테

김만배: 응. 박영수 변호사를.

신학림: 응. 그래도 나름대로 이제 거물을 소개해 줬네.

김만배: 왜냐면, 나는, 형, 그 혈관을 다 아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신학림: 응. 통할 만한 사람이.

김만배: 통할 만한 사람을 소개해줬지. 그래서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줬더니, 박영수가 진단을 하더니, 나한테 “야 그놈한테 가서, 덜덜덜덜 떨고 오니까, ‘커피 한잔 마시고 오라’ 그래. 대검에서 부르면 검찰 들어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라고 그래”. 그래서 내가 나도 모르고 그냥 “야 형님이 그랬는데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란다.” 그러니까. (조우형이) 진짜로 갔더니, 커피 한 잔 주면서 “응, 얘기 다 들었어. 들었지? 가 인마.” 이러면서 보내드래.

신학림: 누가? 아까 그 박길배인가 하는 검사가? 누가?

김만배: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신학림: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김만배: 응… 박길배가 커피, 뭐 그거하면서 몇 가지를 허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그런데.

신학림: 아니 잠깐만 조우형이. 그러니까. 박영수가.

김만배: 이거 기사 나가면 나도 큰일나

신학림: 이게 박영수가, 박영수가 그러면 윤석열하고 통했던 거야?

김만배: 윤석열을 데리고 있던 애지.

신학림: 아니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김만배: 통했지.

신학림: 박영수 변호사가 조우형한테 박영수를 소개해 주니까 박영수가 윤석열하고 통화를 해서 그러면 조우형은 가가지고(가서) 박길배하고 커피 한잔 마시고 온 거야? 아니면 윤석열하고 마시고 온 거야?

김만배: 아니, 아니, 혼자. 거기서 타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잔, 어떻게 마시겠어? 갖다 놨는데 못 마시고 나온 거지.

신학림: 검사는 못 만나고 온 거야?

김만배: 아니. 검사를 만났는데

신학림: 검사, 누구 검사 만났는데?

김만배: 박길배(검사)를 만났는데 박길배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시키고 부회장 김양 부회장도 골인시키고 이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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