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알파벳-중동] 쿠란 통해 전승한 아랍문자, ‘서예’로 꽃 피우다

우리가 하루 동안 읽는 글자는 모두 몇 자나 될까요? 우리가 하루에 사용하는 단어는 얼마나 될까요? 아무 것도 읽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며칠이나 견딜 수 있을까요? ‘나’와 ‘글자’에 대해 한번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매거진N이 ‘알파벳’이란 보통명사로 통칭되는 ‘글자’의 이모저모를 살펴봅니다. 이집트·파키스탄·이탈리아 그리고 터키기자들은 무슨 얘기를 펼쳤을까요? <편집자>

[아시아엔=아시라프 달리(Ashraf Dali) 아시아엔 중동지부장, 쿠웨이트 <알 아라비 매거진> 전 편집장] 아랍어는 아랍인들의 삶 그 자체다. 아랍의 도로명과 표지판, 상점 및 카페의 간판, 학교와 공장, 각종 격언으로 꾸며진 자동차에서 심지어 유니폼까지, 아랍어를 찾아볼 수 없는 곳은 없다. 물론 한 나라의 언어가 그 나라 곳곳을 가득 채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랍어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에 의해 ‘신성시’되는 언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아랍문자가 아랍인의 성서 즉 <쿠란>에 쓰인 문자이기 때문이다.

그 자체가 아랍어로 쓰였다는 사실 외에도 쿠란은 아랍어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가령 이 성서는 아랍 예술가들로 하여금 아랍 알파벳에 기반한 무늬, 그림, 데생 등을 그리고 쿠란 정신을 잇도록 많은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아랍어의 위상은 자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과거 이슬람권에서 인체를 그리는 것이 기피되던 시절, 아랍 알파벳은 예술가 본인을 표현하는 데 더없이 완벽한 수단이었다.

아랍문자는 아랍세계 외에서도 사용됐다. 가령 중국 북서부의 위구르족의 경우 아랍어에서 파생된 문자를 사용하고 있으며, 파키스탄과 인도의 우르두어, 이란의 페르시아어 역시 아랍문자를 차용하고 있다. 터키인들 또한 터키 고유의 문자체계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아랍문자를 사용해 왔다.

우즈베키스탄, 타타르스탄 등 많은 중앙아시아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사실은 이들 국가 대부분이 아랍어로도 쓰인 문화유산을 지니고 있는 점으로 충분히 입증된다. 다양한 방면에서 의미가 깊은 아랍문자는 세계 각지의 예술가들의 매우 소중한 표현수단으로도 활용됐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 살펴본다.

카이로 거주 시리아 화가 무니르 알 샤라니는 본인의 생각을 검은색과 붉은색 글씨로 표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은 그의 1993년 작품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과일을 보면 그들을 알 수 있다’이다.
이라크의 서예가 핫산 마쑤디는 아랍어 글자체가 아름답게 춤추는 여인처럼, 혹은 사막의 모래처럼 널리 퍼져나가는 형상을 표현했다. 그는 “자유롭게 행동하라. 그러면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지니···”라고 말한다. 수백만 아랍인들이 자유를 위해 대동단결해 구호를 외친 ‘아랍의 봄’이 그의 작품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
무제(無題)의 이 작품에는 한 사람이 타인에게 전달하는 제스처가 묘사되어 있다. 먹물로 쓰인 획과 함께 강력한 힘이 형상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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