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부시 대통령이 후임 클린턴에게 남긴 손편지 “당신을 굳게 지키겠습니다”
[아시아엔=편집국] 지난 30일(현지시각)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은 두달 전 22살 젊은 클린턴 후보에게 패배해 연임에 실패한 후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인 1993년 1월 20일 클린턴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썼다.
선거운동 기간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며 자신을 ‘바보’로 몰아붙이며 백악관 주인이 된 후임 대통령에게 손글씨로 직접 편지를 쓴 것이다.
“빌에게”로 시작하는 이 손편지는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책상 위에 놓여졌다. 편지 전문이다.
“친애하는 빌. 나는 지금 집무실에 들어오면서, 4년 전 느꼈던 것과 같은 경이와 존경을 느끼고 있습니다. 당신도 느끼게 될 겁니다. 당신이 이곳에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몇몇 전임 대통령들이 묘사했던 외로움을 결코 느낀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매우 힘든 날을 겪게 될 것이고, 부당하게 느껴지는 비판으로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나는 훌륭한 조언자는 못 되지만, 그런 비판 때문에 용기를 잃거나 정도를 벗어나는 일은 없도록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고, 가족들도 이곳에서 평온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성공이 바로 나라의 성공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굳건히 지지하겠습니다. 행운을 빌며-조지.”
부시가 클린턴에게 남긴 편지는 이후 전임 미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대통령직의 신성함을 일깨우며 성공을 기원하는 전통으로 남았다.
클린턴은 조지 W 부시, 부시는 버락 오바마, 오바마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편지를 남겼다. 이들 편지는 국가기록물로 관리돼 대통령 퇴임 후 공개되곤 한다.
편지를 주고 받은 부시와 클린턴은 이후 이념과 정당, 세대를 넘어 깊은 우정으로 평생 교류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음을 들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당시 편지 내용과 함께 그에게 느낀 존경의 헌사를 적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WP 기고에서 “나나 누군가의 어떤 말로도 조지 HW 부시가 쓴 이 메모만큼 그의 인품을 더 잘 설명할 수는 없다. 그는 명예롭고 자애로우며 품위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미국과 우리의 헌법, 제도, 그리고 우리가 공유하는 미래를 믿었다. 그는 승리하건 패배하건 간에 그런 가치를 수호하고 강하게 해야 한다고 믿었다”고 했다.
클린턴은 “사람들은 우리의 우정을 신기하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많이 달랐지만, 나는 그의 업적 중 냉전 종식 같은 외교 성과나 정파를 초월한 교육 정책 등에 경의를 표한다. 무엇보다 부시는 정치 싸움에선 거칠 때도 있었지만 거기엔 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정치보다 사람을, 당파보다 애국심을 앞세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것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달라도 괜찮다는 사실만큼은 동의했다. 솔직한 토론은 민주주의를 더 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현재 미국과 세계의 정치 환경을 언급하며 “조지 HW 부시가 속해 있던-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적이 아니고, 서로 다른 견해에 마음이 열려 있으며, 사실이 가치를 지니며, 우리 자녀의 미래를 위해 타협하고 진보하던-결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한숨짓게 된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조지 HW 부시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무슨 소리야, 그런 미국을 되찾아오는 게 당신 임무야’라고 할 것”이라고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