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저녁 스며드네’ 허수경 “잎들은 와르르 물방울은 동그르”
잎들은 와르르
빛 아래 저녁 빛 아래
물방울은 동그르
꽃 밑에 꽃 연한 살 밑에
먼 곳에서 벗들은
술자리에 앉아
고기를 굽고
저녁 스며드네
한때 저녁이 오는
소리를 들으면
세상의 모든 주막이
일제히 문을 열어
마치 곡식을 거두어 들이는 것처럼
저녁을 거두어들이는 듯했는데…
잎들은 와르르 빛 아래
저녁 빛 아래 빛 아래
그렇게 그렇게
스며드는 저녁
저녁 스며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