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아, 6월···영원한 사진기자 고명진의 ‘다시 쓰는 그날 그 거리’
[아시아엔=김혜린 인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휘날리는 태극기를 든 채 웃통 벗고 두팔 활짝 벌린 채 도로를 격정적으로 달리는 20대 남성의 사진을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1999년 <AP통신사>가 뽑은 ‘금세기 100대 사진’으로 선정되었던 이 사진은 1980년대 암울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아! 나의 조국’이라는 사진이다.
2018년은 6·10민주항쟁 31주년이다. 이 사진을 찍을 당시 <한국일보> 사진기자였던 고명진(현재 영월기자미디어박물관 관장)의 사진과 글이 담긴 <다시 쓰는 그날 그 거리>(한국방송출판, 2010년 5월 15일 초판)에는 ‘6월항쟁’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모습이 생생히 담긴 보도사진 94점이 담겨 있다. 민주주의의 최일선이던 명동성당에서 이한열이 죽어간 연세대 앞에 이르기까지, 그의 카메라 렌즈는 쉼없이 현장을 순간순간 기록하고 있다.
당시 정부의 언론탄압으로 보도되지 않았던 사진들은 충격적이고 적나라한 모습들이다.
“최루탄이 날아다니고 화염병이 날아다니는 우리의 ‘현장’은, 극렬한 전쟁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사진을 직접 찍은 기자가 설명하는 에피소드들은 1987년 전후 격렬하게 일어났던 학생시위와 과정을 상세히 담고 있다. 만 31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울컥하는 마음을 일게 한다.
또 고명진 기자는 6월항쟁 당시 학생들에게도 진압경찰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던 사진기자의 애환도 함께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진기자가 현장에서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음을, 더 좋은 현장을 잡아내는 것이 사진기사의 사명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사진은 역사의 기록이자 기억의 조각이다. 역사의 왜곡과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사진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이 책은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