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범죄칼럼] 난해하고 복잡한 총기감식, 범인검거엔 1등공신
[아시아엔=김중겸 전 경찰청 수사국장, 인터폴 전 부총재] 2017년 미국 플로리다 탬파 시. 11월 9일에서 15일 사이 버스정류장에서 4명이 살해됐다.
working class(노동자계급)이 사는 동네였다. 평소 폭력사건은 많았지만 살인은 드물었다. 주야장창 술 마시고 떠들던 주민들은 쥐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공포가 짓눌렀다.?범행현장엔 공교롭게도 CCTV 설치되지 않았다. 탄환과 탄피 수거해 감식에 착수했다.
난해하고 복잡한 총기감식
대포나 탱크는 제외한다. 일반인이 주로 쓰는 총기류가 감정 대상이다. 총기와 탄약에서 지문채취는 기본, 발사흔적을 조사한다. 브랜드·모델·구경을 확인한다.
대표적인 것이 handgun(권총)이다. 미군속어로 식탁의 소금과 후추, 크림과 설탕을 의미하는 side arms(허리에 차는)이다. 한 손으로 취급 가능한 무기다.
다음은 rifle(라이플) 즉 소총이다. 총신 안에 선조(旋條, 나선상)의 골을 판다. 두 손으로 다룬다. 어깨에 올려놓고 쏜다. 총기의 공통점으 총신이라는 筒(통)에 탄약 넣고 표적을 겨냥하여 기세 좋게 발사한다.
총 쏘면 뭔가 꼭 남는다
총알은 멀리 날려 보내기 때문에 소리가 나고 열이 난다. 소리는 silencer(소음기)로 어느 정도 억제 가능하다. 열은 뇌관과 발사약의 연소에 의해 발생한다. 산탄은 작다. 비산하도록 만든 것이라 큰 영향 받지 않는다. 탄환은 발사 때 생기는 열로 다소 변형된다.
총신 안쪽 총강(銃腔)에 빙빙 비틀린 나선상(螺旋狀)의 홈 을 판다. 선조를 파는 이유는 탄환을 회전시키기 위해서다. 총구에서 나간 다음 곧장 날아가게 한다. 명중 및 정확도가 높아진다.
총강의 홈과 홈 사이 높은 부분인 선구흔(旋丘痕, Land Impression)은 탄환이 통과하면서 그 높은 부분에 닿기 때문에 오목한 요부(凹部)가 생긴다. 홈과 홈 사이 낮은 부분인 선저흔(旋底痕, Groove Impression)은 탄환이 통과할 때 그 낮은 부분에 닿아 볼록한 철부(凸部)가 생긴다.
회수한 탄환에는 요철(凹凸)이
물론 날아가는 도중에 사람을 뚫고, 자동차에 튕기고, 벽에 맞고, 소화전에 꽂힌다. 쭈그러지거나 금속덩어리 되기도 한다. 현장에서 회수한 탄환이 그렇게 변형돼도 탄환에는 요철(凹凸)이 있다. 과학수사 실험실에서 용의자의 총을 모래나 투명 물탱크 안에 발사하여 요철을 확인한다.
凹凸과 凸凹을 대조한다. 홈이 맞아 들어가면 동일한 총에서 나온 총알이다. 탄환의 주인 중 하나란 얘기다. 총은 찾았다.
그렇다면 총의 주인은? 총기 등록대장을 뒤진다. 나오면 범인으로 잡고 나오지 않으면 불법총기다. 수사가 장기화하거나 미궁에 빠진다. 수많은 총의 선조 패턴 감식은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다.
미국은 알코올, 담배, 무기 단속국(Bureau of Alcohol)이 관리한다. 탄환의 선구흔과 선조흔의 수, 간격, 시계방향으로 도는가 시계반대방향으로 도는가에 대한 정보가 축적되어 있다. 탄환 구경을 입력하면 사용된 총의 브랜드가 정확히 나온다. 판매상과 구입자 파악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