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먼저, 아우 먼저” 라면 원조는 중국의 ‘라미엔’···NYT는 ‘신의 은혜’라고 극찬

안도현 시인은 ‘라면 예찬’이라는 글에서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요즘처럼 라면이 흔하지 않아 내 또래 아이들에게 라면은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아주 특별한 음식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요즘은 국민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세계 1위로 연평균 75봉지를 먹고 있다. 250여개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국내 판매 순위 1위는 농심 辛라면이다.

[아시아엔=박명윤 보건칼럼니스트] 20세기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물건은 무엇인가? 바로 ‘라면’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에서는 쌀이 부족하여 굶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국민에게 밥 대신 미국이 원조하는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도록 했다.

대만 출신 귀화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 1910-2007) 닛신(日淸)식품 사장은 1958년 8월 면을 바로 기름에 튀겨 건조하는 ‘순간 유열 건조법’을 개발하여 튀김 국수(치킨 라멘)를 발명하였으며, 맛이 좋고 간편해 수요는 폭발적이었다. 1971년 9월에는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컵라면’을 만들었으며, 2005년 우주선 디스커버리호 우주 비행사가 우주 정거장에서 먹었던 ‘스페이스 라면’도 만들었다.

2007년 1월 96세로 타계한 안도 모모후쿠의 경영철학이 자서전에 소개돼 있다. 그는 ‘3대 기업이념’을 강조했다. 첫째, 먹을 음식이 풍족해야 세상이 평화롭다(食足世平), 둘째, 좋은 음식을 만들어 세상에 기여한다(食創爲世), 셋째, 아름답고 건강한 몸은 현명한 식생활에서 나온다(美健賢食) 등이 그것이다.

일본인들은 그를 단지 ‘라면 왕’이 아니라 ‘전후 폐허에서 일본을 일으켜 세우고 일본 먹거리로 세계를 제패한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거행된 ‘안도 회장 추모행사’에는 약 6500명이 참석하였으며, 나카소네 총리는 “고인은 식품문화를 개척하고 전후 일본 부흥을 주도한 창의적 기업인”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4월6일자에서 김수혜 도쿄 특파원이 일본 ‘라면 신’이라 불리는 야마기시 가즈오(山岸一雄) 라멘(일본식 라면)집 다이쇼켄(大勝軒) 창업자가 4월1일 지병인 심부전으로 향년 8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자식도 없고 부인은 1986년 위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 제자들이 병상을 지켰다고 한다.

심부전(heart failure)이란 심장의 구조적 또는 기능적 이상으로 인해 심장이 혈액을 받아들이는 충만기능(이완기능)이나 짜내는 펌프기능(수축기능)이 감소하여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심부전 원인은 다양하며, 심장혈관질환이 가장 흔한 원인이며, 심장근육질환, 고혈압, 심장판막질환 등이 주요 원인이다. 심부전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증상은 숨이 차는 호흡곤란이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숨이 차면 심부전을 의심해야 한다.

치료 원칙은 심부전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는 것과 심부전 상태 치료 후 장기적으로 기존 원인질환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약물요법은 심부전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지속하여야 심부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심부전 예방은 과음,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지속적인 빈맥(頻脈) 등을 피하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지만 격렬한 운동은 제한하는 것이 좋다. 짠 음식을 피하고, 비만을 교정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중얼거린 세 마디는 “어서 옵쇼, ‘특제 모리소바’입니다. 감사합니다”였다는 기사가 NHK방송과 요미우리신문에 보도되었다. 특제 모리소바(메밀국수)는 고인이 개발한 대표 메뉴이다. 그 기사를 보고 단골들이 주말 내내 다이쇼켄 본점 가게 바깥에 20-30명씩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고 한다.

야마기시는 16세 때 돈을 벌기 위해 나가노현에서 동경으로 상경하여 라면집에 취직하였다. 당시 일본 라멘집 종업원들은 하루 일을 마친 뒤 팔고 남은 면을 모아서 메밀국수를 소스에 찍어 먹듯 라면 수프에 찍어 먹었다. 어느 날 손님이 “맛있겠다”고 한 말을 기억했다가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했다고 한다.

1961년 도쿄 이케부쿠로에 라멘 가게 ‘다이쇼켄’을 개업하여 라면과 소스를 따로 담아주는 이른바 쓰케멘의 원조로 여겨지는 ‘특제 모리소바’를 고안하여 대히트를 쳤다. 다이쇼켄은 라멘 맛에 주인장 야마기시의 인간미가 더해지면서 도쿄의 명소가 됐다.

다이쇼켄 식당은 단순히 ‘맛’으로만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야마기시는 자식은 없지만 약 300명 제자를 길렀다. 그는 제자들을 호랑이처럼 훈련시켜 독립할 때가 되면 “나는 자식이 없으니까 제자들이 내 자식”이라면서 로열티를 받지 않고 ‘다이쇼켄’이라고 적은 노렌(상점 처마 밑에 가게 이름을 적어서 두르는 천)을 걸도록 허락해주었다. 일본 사회에서 노렌을 내주는 건 ‘장사의 영혼’을 상속하는 행위이다.

2007년 재개발로 인해 다이쇼켄 본점을 폐점하고 건강 문제로 은퇴할 때 일화는 ‘라멘의 신이 끓여주는 마지막 라멘’을 먹기 위해 영업 마감일 전날 밤에는 일본 전역에서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심지어 지방에서 고속버스로 상경하여 총 17시간이 걸린 후에 라멘을 먹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러한 장면을 생중계하느라 방송국 카메라가 총출동하고 심지어 헬기까지 띄워 방송을 했다고 한다.

야마기시로부터 직접 배운 제자들이 차린 식당이 일본, 하와이 등 100여 곳에 이른다. 그는 은퇴 후에도 제자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방문하여 “어서 욥쇼,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웃어 보이곤 했다고 한다. 고인이 된 ‘라면 신’을 제자들과 단골 고객들이 앞으로 오랫동안 추모할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라면에 대해 “인스턴트 라면을 끓일 물만 있으면 신(神)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 사람에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 먹을 수 있다지만, 인스턴트 라면을 주면 그 무엇도 가르쳐줄 필요 없이 평생 먹을 수 있다.”고 평한 바 있다.

미국 CNN 등에 소개된 바 있는 라면 전문가 한스 리네쉬는 ‘세계 최고의 라면 톱 10’이라는 글(2012.2.11)에서 ‘신(辛)라면 블랙(Nong Shim Shin Ramyun Black Premium Noodle Soup)’을 7위로 꼽았다. 신라면 블랙에 대해 “모든 것이 완벽한 라면”이라고 호평하고 우골(牛骨) 스프와 큼직한 채소, 쇠고기 건더기를 맛의 비결로 분석했다. ‘김치와 함께 먹으면 맛있다’고 덧붙였다.

리네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라면을 구입해 먹어보고 시식 후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식한 라면은 총 600여 종이며, 농심의 신라면 블랙, 신라면, 안성탕면을 비롯하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 국내 라면업체가 생산하는 라면에 대한 시식평도 게재한 바 있다.

라면은 중국의 납면(拉麵, 라미엔)이 일본으로 전해져 ‘라멘’으로, 그리고 한국에 건너와 ‘라면’이 됐다고 한다. 중국의 라미엔이 일본에 알려진 것은 청일전쟁(1894-1895) 후 중국인이 일본으로 이주하면서 전해졌다. 중국식 라미엔에 일본 맛이 더해져 일본식 라멘이 됐다. 우리나라는 삼양공업(주)이 일본 묘조식품의 라멘 제조 기술과 기계를 도입하여 1963년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안도현 시인은 ‘라면 예찬’이라는 글에서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요즘처럼 라면이 흔하지 않아 내 또래 아이들에게 라면은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아주 특별한 음식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요즘은 국민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세계 1위로 연평균 75봉지를 먹고 있다. 250여개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국내 판매 순위 1위는 농심 辛라면이다.

우리나라에서 라면 광고는 유행어 산실이 되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꼬불꼬불한 면발인 라면은 초기에는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라면을 ‘제2의 쌀이다’라는 광고가 신문에 실렸다. 라면 광고에서 히트를 기록한 것은 1975년 코미디언 ‘막둥이’ 구봉서씨와 ‘후라이보이’ 곽규석씨를 등장시킨 광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카피가 사회 전반에서 크게 유행했다.

라면은 국수를 증기로 익히고 기름에 튀겨서 말린 즉석식품이며, 가루스프를 따로 넣는다. 이에 라면에는 탄수화물과 지방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열량이 높아 한 봉지에 대개 500kcal 정도이다. 라면 종류에 따라 칼로리 함량이 다르므로 라면을 구입할 때는 라면 봉지에 표시되어 있는 열량을 확인해야 한다. 한편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은 거의 들어 있지 않은 식품이다.

따라서 조리할 때 열량을 낮추기 위해 라면을 끓는 물에 한번 끓여 건져내면 기름과 식품첨가물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나트륨(염분)과 식품첨가물의 함량이 높은 스프는 절반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부족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을 보충하기 위하여 달걀, 채소 등을 넣어 조리하도록 한다. 라면 국물은 되도록 다 먹지 않고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에서 1인당 라면소비 1위인 우리나라에서도 ‘라면 王’, ‘라면 神’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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